닫기 공유하기

시무라 켄 사망으로 드러난 日 '민낯'…첫 증상 7일째 '확진'

일본 전체 인구 약 1억2478만명 중 0.04%만 검사받아
사흘 연속 100명 넘어서며 폭증…대유행 기미

[편집자주]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일본의 '국민 희극인' 시무라 켄(70)이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합병증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본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더딘 검사 속도 탓에 확진자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서 일본 사회가 코로나19의 확산세를 제대로 저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일본 매체 NHK 등에 따르면 시무라 켄은 전날(29일) 코로나19 합병증 등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시무라 켄은 지난 17일 피로감 등의 증상을 시작으로 19일 발열과 호흡곤란 증상이 잇따라 나타났다. 20일에는 도쿄 도내 병원으로 옮겨진 뒤 중증 폐렴 진단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21일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그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첫 증상이 나타난 지 무려 7일째인 23일이었다. 이어 발현 후 2주도 지나지 않은 시점인 전날 급격히 사망에 이르게 됐다.

일본이 사랑하는 '국민 개그맨'에게 일어난 비극은 일본 내에서 확진자를 제때 가려내지 못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전날(29일) 낮 12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378명, 사망자 수는 52명이다. 지난 1월14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점을 놓고 보면 일본이 바이러스를 성공적으로 막아내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일본에서 이뤄지는 검사 수가 턱없이 부족한 데 따른 '착시 현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27일까지 일본에서 실시된 유전자증폭(PCR) 검사 건수는 4만9724건이다. 일본 전체 인구인 약 1억2478만명의 약 0.04% 수준에 불과하다. 검사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두고 있기 때문이다.

후생노동성의 선별 진단 실시 기준은 △밀접 접촉자 △유행 지역 출국 이력이 있는 사람 △37.5도 이상의 발열 등이다. 이를 바탕으로 의사가 검사의 필요성을 판단해 보건소에 연락하고, 보건소는 지방위생연구소 등에 검사를 의뢰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사회는 지난 19일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조사하는 PCR 검사가 필요하다'고 의사가 판단했음에도 보건소가 응하지 않아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290건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내용은 일본의사회가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전국 41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중 26개 지역에서 실시한 실태조사에 근거한 것이다. 의사회에 보고되지 않은 사례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거부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가야마치 사토시 일본이사회 상임의사는 "지역의 진단 검사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대량 검사'를 모토로 빠르게 확진자를 가려내고 있는 한국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한국은 일본보다 닷새 늦은 지난 1월19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산술적으로만 비교하면 일본의 약 8배 더 많은 수준으로 검사가 이뤄졌다. 이날 자정 기준 국내 누적 검사수는 39만5194건으로, 국내 전체 인구 5184만4627명의 약 0.76%다.

일본 정부는 지난 26일 뒤늦게 "(코로나19) 만연의 우려가 크다"며 정부 대책본부를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그러나 신규 확진자 수가 27일 124명, 28일 202명, 29일 169명에 이르는 등 사흘 연속 100명을 넘어서며 폭증 추세를 보이는 등 대유행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연관 키워드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