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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 곳곳 경고음…"2008 금융위기 넘을수도"

미국·독일·중국 등 주요국에서 암울한 전망 잇따라
대외의존도 높은 韓경제 코로나 장기화 대비 주문도

[편집자주]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침체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대두된 가운데 세계 경제를 호령하는 미국, 중국, 독일 등 주요국에서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6일 코트라(KOTRA)가 워싱턴 현지 무역관을 통해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와 제이피모건은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30.1%, 14% 감소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8.4%)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위축되고 생산 활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지속돼 피해 규모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5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33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1만명에 육박했다. 전 세계 확진자(126만명)의 약 26%를 차지하며 세계 최대 발병국 오명을 쓴 가운데 미국 내 주요 기관들이 경제침체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번 코로나19발 경기 침체가 금융기관 중심의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소매업, 제조업, 여행업계 등으로 피해 범위가 훨씬 더 광범위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서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으로 활동한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사상 최초의 대대적인 경제 활동 중단은 2008년 금융위기보다 심각한 경제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케빈 하셋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도 "모든 사람이 집에만 있는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미국 내에서만 4월 일자리가 최대 200만개 손실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 전문가들이 비교로 삼은 2008년 금융위기는 주택 버블이 터지고 주택담보대출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 상품에 대한 가격 폭락과 대출 회수 불능으로 대규모 투자은행들이 도산하면서 발생했다.

반면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는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소비 활동 위축, 국가별 이동 통제에 따른 교역 활동 제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에 따른 실물경기 위축이 경제 전반으로 전이되는 상황이다.

유럽경제의 핵심인 독일이나 영국도 현 상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독일 정부는 이번 경제 위기를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큰 위기로 인지하면서 대응책으로 최대 7560억유로(약 1조원) 규모의 긴급구제금융을 지난달 23일에 발표한 바 있다.

영국 역시 유럽 내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지난달 12일,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987년 이후 최초로 10%까지 하락했으며 같은 달 23일에는 역대 최저가(4993.89)를 기록했다.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인식도 긍정적이지 않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지난 1~2월 생산(-13.5%), 소비(-20.5%), 투자(-24.5%) 등 주요 경제지표 사상 최저치를 나타냈다.

3월에는 1~2월 대비 회복세를 보였지만 북미, 유럽지역의 코로나19 전염 확산속도가 빠르고, 이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축 및 역글로벌화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4월 이후 기대에 못 미치는 회복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의 경우 경기후퇴에 이어 소비세 인상의 경제적 족쇄로 가뜩이나 어려움에 부닥친 상황에서 올림픽 연기, 코로나19 확산에 리먼쇼크 급의 경기부양대책이 필요하다는 국내 재계·학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코로나19의 감염확산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리먼쇼크 급' 이라는 비유가 최근 세계 각국에서 빈번하게 확인된다"며 "코로나19가 야기하고 있는 상황을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하면서 추후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코로나19 확산세가 이미 변곡점을 지났다고 보고 있지만 전 세계로 확장해서 보면 쉽사리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암울한 글로벌 경기침체 전망에 우리 경제 역시 빠르게 반등하는 'V자형'보다는 회복세가 더딘 'U자형'이나 회복세가 더딘 장기 침체를 뜻하는 'L자형'으로 경기 국면이 전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두용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확산이 올 상반기 안에 진정되지 않거나 주요국 경기 침체로 전이된다면 과거 사스나 메르스 때와 달리 장기화할 위험성이 있다"며 "단기 충격에만 그치는 브이자(V)자형 곡선을 그리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도 "코로나19의 확산이냐 진정이냐 예측을 못 한다는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좋지 않은 시나리오들이 나오는 배경"이라며 "글로벌 코로나19 악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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