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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관심 없다고요?"…공약검증·선거교육 직접 나선 '만 18세'

강원 원주 청소년들, 지역구 후보자 만나 청소년 정책 검증
광주에선 투표 독려 SNS 캠페인 10대 사이에서 '인기'

[편집자주]

지난 10일 오후 경기 수원 팔달구 행궁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에서 만 18세 학생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0일 오후 경기 수원 팔달구 행궁동 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에서 만 18세 학생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제21대 국회의원선거(총선)를 통해 처음으로 참정권을 행사하게 된 만 18세 청소년들이 한 표를 던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또래들에게 정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7일 선거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이후로도 고등학생의 투표권 행사가 '교실의 정치화'와 '정치의 희화화'를 불러올 것을 우려하는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라 더 주목받고 있다.

강원 원주 지역 고등학생 10여명은 지난달 말 청소년 프로젝트 모임 '투표하자, 십팔!'을 결성해 지역 내 만 18세 청소년들을 상대로 투표 독려 활동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만 18세 청소년에게 투표권이 부여되기까지의 과정,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배경과 의미 등을 설명하는 동영상을 올려 청소년들이 선거에 앞서 한 표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원주 갑·을 출마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도 진행해 영상으로 만들어 올렸다.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거나 연락을 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원주 갑 이광재·박정하·권성중, 원주 을 송기헌·이강후·안재윤·현진섭·이승재 등 후보자를 모두 만나 청소년 정책 수행 의지를 확인했다.

야간 자율학습 때문에 귀가가 늦는 학생들을 위해 버스 노선을 신설·수정할 계획이 있는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 활동에 나설 것인지, 청소년 참정권의 폭넓은 보장을 위한 입법을 할 계획이 있는지 등을 묻고 답변을 받아 청소년 유권자들에게 투표의 판단 근거를 제공한다.

총선 출마자의 정책 검증까지 나선 청소년들의 열정에 지역사회도 응원을 보내고 있다. 최근 후원계좌를 열었는데 모두 140여만원이 모였다.

'투표하자, 십팔!'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성고등학교 3학년 정성구군(18)은 "나부터도 비례대표가 뭔지, 정당별 특징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다"며 "후보들을 만나고, 선거에 관해 공부하면서 참정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다른 참여 학생인 북원여자고등학교 3학년 이다슬양(18)은 "직접 발로 뛰어 보니 청소년과 관련한 공약을 낸 정치인이나 정당이 정말 적다는 걸 깨달았다"며 "청소년들이 더 목소리 내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정치권도 화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표하자, 십팔!'에서 활동하는 한 고등학생이 강원 원주 지역 총선 출마자에게 청소년 정책에 대한 답변을 듣고 있다.(페이스북 캡처)/뉴스1<br /><br />
'투표하자, 십팔!'에서 활동하는 한 고등학생이 강원 원주 지역 총선 출마자에게 청소년 정책에 대한 답변을 듣고 있다.(페이스북 캡처)/뉴스1


광주에서도 고등학생들이 주축이 돼 만 18세 청소년의 투표를 응원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고등학교 2~3학년 16명이 지난 1일 만든 단체 '청소년이참여하는시간'(청참시)은 '친구가 영상통화로 알려주는 선거 방법'이라는 영상을 만들어 선거의 절차와 준비물, 투표의 의미 등을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10대 청소년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인터넷 용어 등을 사용해 정치에 대한 친숙감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했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서는 '4·15 총선, 대한민국 변화의 현장에 나 ○○○이 함께 합니다!'라는 손글씨를 적어 '인증샷'을 올리고 '#투표로청소년권리찾기' 등 해시태그를 입력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청참시에서 활동하는 보문고등학교 3학년 모꽃노을양(18)은 "투표권을 가진 청소년들이 소중한 권리를 포기하지 않도록 독려하면서 동시에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들도 '모의 투표' 참여로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평소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던 친구들이 '투표하겠다'고 말하는 걸 들을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교육 봉사 비영리단체 '유스타치아' 소속 고등학생들은 지난 10~11일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활용해 30여명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실시간 쌍방향 정치 수업을 진행했다. 세계시민교육의 일환으로 총선을 맞아 정치를 주제로 삼았다. 

미래에 선거권을 갖게 될 중학생들에게 미국·허시아·중국·멕시코·나이지리아·이란 등 7개국의 선거 제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국내 정치 이슈, 민주주의의 역사 등을 교육하고 토론도 진행했다.

이 단체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경기 용인외대부고 3학년 김동연(18)군은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에 앞서 중학생들에게 한 표의 가치를 알려주고 싶었다"며 알려주고 싶었다"며 "청소년아 정치에 무관심하고 투표하려는 마음도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자 차별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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