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후보가 15일 선거사무소 상황실에서 21대 국회의원선거 당선을 확정한 뒤 부인 김숙희 여사와 꽃다발을 들고 있다. 2020.4.1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
4·15 총선 서울 종로 선거는 '미니 대선'이었다.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출마했다.
15일 이낙연 후보가 압승을 거두면서 여권의 대표 정치인으로 우뚝섰으나 황 후보는 향후 정치 행로를 고민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16분 기준 이 후보는 3만5026표, 58.5%의 득표율을 기록 중이다. 황 후보는 2만3882표로 39.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현재 종로 개표율은 63.5%다.
이 후보는 개표를 시작한 직후 거의 '더블 스코어'로 황 후보를 여유있게 앞서기도 했다. 결국 개표 3시간여 만에 당선 유력에 이어 '확실' 결과가 나왔다.
두 후보의 경쟁은 선거운동 시작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우선 종로는 대통령만 3명을 배출한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이 있다. 무엇보다 두 후보가 전직 총리 출신, 그리고 각 당의 전국 총선 사령탑을 맡았다는 공통점이 있어 종로 선거의 민심이 곧 당 전국 판세의 축소판으로 볼 수 있어서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가 종료된 15일 오후 종로 지역구에 출마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선거 개표 상황실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0.4.15/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
이 후보는 종로 출마를 결정하지 못했던 황 후보에 2주 앞서 종로 출마를 선언하고 지역구를 선점했다. 문재인정부의 첫 총리이자, 역대 최장 기간 총리로 이 후보에 대한 대중적인 이미지는 호의적이었다. 강원도 산불 등 국가적인 재난을 포함한 국정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 후보는 뒤늦게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왔으나 역부족이었다. 물론 민주당에서 임미리 교수 고발 등 여러 논란이 불거졌지만 이 후보는 황 후보측에서 짠 프레임을 개인기로 돌파했다. 황 후보 입장에선 늦은 결단과 결정까지의 일련의 과정이 뼈아픈 실책이 됐다.
황 후보는 전국 선거 업무 전반을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에게 위임하고 종로에 주력했으나 결국 열세를 만회하지 못했다. 황 후보는 종로는 물론 민주당의 과반을 저지하지 못한 책임으로 조만간 거취 표명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선거 직후 사실상 양당은 대선레이스에 돌입하게 된다. 이에 통합당 내부에선 당 쇄신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이 후보의 경우 그간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지켜온 만큼 당분간 '유력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은 탄탄하게 유지될 전망이다. 국회의원과 전남도지사 등 그간 호남에 특화했던 정치 경험도 이번 총선을 통해 전국구로 넓어졌다. 하지만 이번 총선 결과 민주당의 영남 지지율이 여전히 낮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 점은 대권 주자로서 이낙연 후보가 풀어야 할 숙제다. 당내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는 것도 과제다.
황 후보는 이날 선거사무소에 방문해 "그동안 헌신적으로 도와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 늦은 시간까지 같이 해줘서 감사하다"며 허리 숙여 인사했다.
이 후보는 당선 확실 결과가 나온 직후 선거사무소에서 "부족한 저에게 국회의원의 일을 맡겨준 종로구민에게 감사드린다. 막중한 책임을 온몸으로 느낀다"며 "그런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집권 여당의 책임을 다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