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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리뷰] '나는보리' 편견 뛰어넘을 아이의 성장담

[편집자주]

영화 '나는 보리' 스틸컷 © 뉴스1
영화 '나는 보리' 스틸컷 © 뉴스1
'집에 있으면 혼자인 것 같은 기분이야. 나만 다른 사람 같아.'

보리(김아송 분)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혼자 듣고, 말하는 열한 살 아이다. 그래서 타인과 소통이 필요할 때 가족의 이야기를 전하지만, 정작 가족들 사이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보리는 절친 은정(황유림 분)에게 이 같은 고민을 토로하다가, 가족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소리를 잃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낸다.

21일 개봉한 영화 '나는보리'(감독 김진유)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족 사이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열한 살 보리가 가족들과 같아지고 싶은 마음에, 특별한 소원을 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단편 '높이뛰기'를 연출한 김진유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아직 열한 살인 보리는 묘한 소외감 속에서 고뇌하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자신을 통해 소통하는 가족들을 보며 보리는 또 다른 책임감을 느낀다. 그 무게를 자연스레 견디고 있는 보리는 길을 잃어도, 해결할 수 없는 고민 속에서도 끝까지 참다가 큰 소리로 펑펑 울고 만다.

결국 보리가 생각해낸 결론은 '소리를 잃는' 것이다. 서낭당에 들러 매일 기도하던 보리는 난청에 시달리는 해녀를 보고 직접 바다에 뛰어들기까지 한다. 하지만 다시금 뜻밖의 상황을 마주한다. 가족과 함께 있으려는 보리의 마음과는 정반대로 현실 속 차별을 몸소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보리'는 이처럼 보리가 겪는 고민의 과정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바라보는 고착화된 시선을 뒤집는다. 이는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 농인 부모를 둔 자녀)인 김진유 감독의 실제 경험담이 자연스레 반영된 덕이다. 김 감독은 어린 시절 소리를 잃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히며, 이를 스크린으로 옮겨냈다. 이에 '나는보리'는 한국 영화임에도 한글 자막이 있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버전으로 선보인다.

장애를 묘사하는 방식도 슬프거나 혹은 이를 극복하려는 등의 정형화된 틀을 뛰어넘어, 농인 가족의 모습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묘사했다. 그래서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보리네 모습도 보이지만, 농인이라는 이유로 웃돈을 얹어 받으려는 옷가게 주인의 모습도 등장한다.

연기에 처음 도전하는 김아송, 이린하(정우 역), 황유림 등 아역 배우들의 순수하고 해맑은 미소가 영화를 더욱 따뜻하게 만든다. 무거울 수 있는 소재임에도 열한 살 아이를 주인공으로 삼아 이들의 순수함을 통해 절로 훈훈한 미소를 짓게 한다.

자극 없이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김 감독은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모습"을 고스란히 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나는보리'는 21일 개봉. 러닝타임 1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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