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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매일 오셔야겠네요" 학교 영양사 말에 '울컥'

[급식업계는 지금]②5차례 등교 개학 연기로 보릿고개
"이제라도 다행" 목소리 속 추가 확산 여부 주목

[편집자주]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된 20일 오전 대전 유성구 도안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칸막이 설치된 급식실에서 배식을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된 20일 오전 대전 유성구 도안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칸막이 설치된 급식실에서 배식을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혹독한 겨울이 지났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뜻하지 않게 보릿고개를 겪었습니다. 이제라도 학생들이 차츰 등교해 그나마 다행입니다."

지난 21일 서울 강동구의 A학교로 김치를 납품하러 가는 송모씨(48)는 모처럼 만에 트렁크를 무겁게 채웠다.

오전 7시의 이른 시간이었지만 이날은 피곤하다기보다 설렘을 안고 차를 몰았다. 지난 20일부터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다섯 차례나 연기됐던 등교개학이 시작되면서 납품량이 늘어서다.

지난 3월 이후 교직원, 교사 등을 위한 김치를 3일에 한 번 5㎏씩 날랐지만, 이젠 차츰 매일매일 10㎏, 20㎏씩 오전에 차를 몰게 됐다.

송씨와 함께 학교에 도착한 건 오전 7시50분, 마스크를 쓴 채 등교하는 학생들 사이 조리실은 조용했지만 분주했다.

이 학교 영양교사는 송씨에게 "이제부턴 매일매일 오셔야겠네요"라고 웃으며 인사했다. 이후 온도-무게 체크 등 꼼꼼히 김치를 살폈다. 그는 "그간 한편으론 납품업체분들에 죄송하기까지 했는데 이제 다시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했다.

송씨에게 올해 봄은 보릿고개였다. 평상시라면 2월부터 학교 급식 납품 입찰과 함께 새 학기 준비를 해왔지만, 코로나19가 강타한 올핸 달랐다.

교육당국의 개학 연기 발표는 개학이 코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이뤄졌고, 무려 다섯 차례에 걸쳐 나왔다. 그때마다 그는 준비해놓은 김치를 기부하거나 헐값에라도 팔 수밖에 없었다. 손해는 수천만원대다.

송씨는 "저는 그나마 기업에도 납품해서 다행이지만 학교에만 납품하는 업체들은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개학이 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실제 농가는 패닉이다. 학교급식이 미뤄지면서 다른 곳에 급하게 농산물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오다 보니 값도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폐기에도 비용이 든다.

고3을 시작으로 개학을 했지만, 전체 학생 중 일부에 불과하다. 아울러 여전히 추가 확진, 등교 거부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교육부와 방역당국은 지난 21일 고3에 이어 오는 27일 유치원생과 고2, 중3, 초1~2 등교수업도 원래대로 진행한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송씨의 걱정은 혹시나 모를 학교 내 집단감염 여부다. 실제 지난 20일 고3 등교 첫날부터 전국 곳곳에서 확진자와 의심 증사자가 발생해 혼선을 빚었다. 이태원 클럽발 N차 감염이 가장 심한 인천의 경우에는 66개교 고3 학생 전원을 귀가 조처하기도 했다.

그는 "등교개학 연기 발표도 매번 등교날에 임박해서 나오면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이런 상황이 다시 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여전히 학교급식으로 들어가는 양은 예전 같지 않다. 여기에 코로나19가 학교를 중심으로 확산한다면 다시 보릿고개로 들어가게 된다"며 "방역당국과 학교, 학생 등 모든 관계자가 방역에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등교 개학을 하루 앞둔 19일 전북 전주시 전주생명과학고등학교 급식실에서 방역인력들이 소독을 하고 있다./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등교 개학을 하루 앞둔 19일 전북 전주시 전주생명과학고등학교 급식실에서 방역인력들이 소독을 하고 있다./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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