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유하기

지난 4·15 총선 이후에도 35건 법안 올라온 사연은…"21대에서 마무리해 달라"

20대 국회에서 유종의 미…일부 법안은 불출마자들 서명 눈길
병무청·기재부 등 행정부 압박… 범죄·환경 등 사회 문제 방지 차원

[편집자주]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8회 국회(임시회) 본회의에서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적 290인, 재석 159인, 찬성 158인, 기권 1인으로 통과하고 있다. 2020.5.20/뉴스1있다. 2020.5.2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8회 국회(임시회) 본회의에서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적 290인, 재석 159인, 찬성 158인, 기권 1인으로 통과하고 있다. 2020.5.20/뉴스1있다. 2020.5.2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4·15 총선 다음날인 4월16일부터 20대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있었던 지난 20일까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법률안은 모두 35건에 달했다. 그 가운데 14건만이 상임위에서 법안 논의 과정에 포함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21건은 오는 29일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고 폐기될 자기 법안의 운명을 몰랐을까. 현실적으로 본회의 통과가 어려운 '처리 가능성이 낮은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의 사유도 각양각색이었다. 당장 본회의 통과는 못하더라도 '흔적'을 남겨 행정부의 빠른 조치를 압박하거나 다음 국회에 들어오는 동료들에게 계속 논의를 부탁하기 위한 마지막 절차로 발의했다는 것이다.

◇20대 국회에서의 '유종의 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23일 뉴스1과 통화에서 "시기적으로 본회의 통과가 어려운건 알고 있었지만, 앞서 발의했던 기본법을 보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지난 4월23일 '국유재산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공용 또는 비영리 공익사업용으로 철도시설을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 그 사용료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해주자는 것이다.

정 의원은 앞서 해당 법안의 기본법인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해 3월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국토교통위원회에서 8개월 가량 계류되다가 지난해 11월말 전문위원 검토 보고서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검토 보고서를 받고 올 1월부터 재발의 준비를 시작했는데 4·15 총선으로 공동 발의한 의원들이 지역구에 내려 가는 등 논의가 쉽지 않았다"며 "(이번에 새로 발의한 법안을 토대로)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지난 총선에서 도전해 다시 살아돌아온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기약이라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은 조훈현 미래한국당 의원의 경우 지난달 17일 대표 발의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역시 끝내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은 캠핑카를 자동차 대여사업에 포함해 자동차 대여사업의 영역을 확장하고 자동차 공유서비스를 활성화해 소비자 캠핑용 자동차에 대한 선택권을 폭넓게 보장하도록 했다.

특히 법안을 공동 발의한 미래통합당·한국당 의원 10명 전원이 지난 총선에서 낙선하거나 불출마한 의원들로 구성됐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20대 국회는 끝났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발의됐다는 근거를 남겨놔야지 21대에 이와 같거나 비슷한 법안이 또 발의가 됐을때 조금 더 쉽게 처리될 수 있다"고 법안을 제안한 이유를 설명했다.

◇21대 국회에서 신속한 재논의 촉구

지난달 29일 이천시 물류센터 화재로 48명의 사상자가 발생함에 따라 미래통합당 임이자·송석준 의원은 각각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임이자 의원이 지난 7일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가까스로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수정가결된 반면 송석준 의원의 '건설기술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 12일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된 채 계류 중이다.

송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본회의 통과가 쉽지 않은 줄 알면서도 법안 발의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천물류센터 화재 사건 등) 이렇게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법안은 21대에 재발의 하게 되면 그땐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21대 국회에서 최우선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법안 하나가 완성되려면 최소 4~5개월은 걸리는데 이 법안은 이미 공감대가 쌓였기 때문에 21대 가서는 새로 발의되는 법안들에 비해 여·야 간사가 소관상임위에서 합의·처리하기가 쉬워지는 측면이 있다"

해당 법안은 국토교통부장관으로 하여금 건설 공사현장에 안전장비와 안전관리시스템 구축 및 운용에 따른 비용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은 마지막 본회의 이틀 전인 지난 18일 '상장회사법안'을 제안했다. 채 의원 역시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가 아닌 다가오는 21대 국회를 염두해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채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 법안이) 21대에 반드시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법안 발의를 해놓으면, 누군가는 그 기록을 보고 좋은 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의원님들이 부디 이 법안을 재활용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채 의원은 이번 4·15 총선에 불출마함에 따라 21대 국회에서 이 법안을 이어갈 수 없게 됐다. 박찬대 민주당 의원을 제외한 공동 발의의원 9명 역시 20대 국회가 임기 마지막이다.

이에 대해 채 의원은 "다음 국회에서 이 법안이 꼭 재발의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회계사 출신인 박찬대 의원께 연락을 드렸다"며 "다행히 박 의원 역시 법안 취지에 동의하신다며 (법안 발의 하는 데) 서명해주셨다"고 말했다.

◇병무청·기재부 등 행정부 압박 차원

김진표 민주당 의원과 문진국 미래통합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예상되는 사회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행정부 압박 차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이 지난달 28일 제안한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나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범죄경력 등 사회복무요원의 민감 정보를 복무기관에 제공할 수 없는 점과 복무위반자에 대한 미비한 벌칙규정을 개정하기 위해 발의했다.

텔레그램 성착취물 공유 대화방 'n번방'의 운영자인 일명 '갓갓' 문형욱(24)이 2015년 7월부터 유사 범행을 시작했다고 밝혀진 가운데 경북경찰청은 지난 10일 '2017년 보육기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 의원실 관계자는 "사회복무요원을 관할하는 병무청이 이 문제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기관차원에서 법률 검토를 하라는 압박의 의지"라고 법안을 발의한 계기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실 관계자는 "20대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된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21대 국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법안을 계속 발의할 것이니 (병무청도) 빨리 이에 대한 대책을 만들어라하는 메시지"라고 일갈했다.

문 의원실은 2018년 중국 폐비닐 수입 거부 사태를 계기로 환경부·환경공단과 함께 다가올 '폐 플라스틱 대란'을 막기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해왔지만 인력·예산난으로 실행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문 의원은 환경부가 기획재정부로 부터 관련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예산 및 인력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문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에서 왜 이런 법안이 발의됐는지를 기획재정부가 알게 되면 환경부나 환경공단이 기재부를 설득하는 게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기준 국회 의원정보시스템이 제공한 20대 국회 법률안 1만5천262건이다. 발의된 2만4천81건 법안 중 8천819건 처리돼 법안처리율 36.6% 그쳤다.
로딩 아이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