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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험, 내년엔 택배·대리기사…그다음 자영업자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 쉬운 9개 직종부터
모든 취업자를 '유리지갑'처럼…"징수체계 전반 개편"

[편집자주]

(자료사진) 2018.7.25/뉴스1
(자료사진) 2018.7.25/뉴스1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1차 고용안전망인 고용보험의 대상 범위를 '모든 취업자'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내년엔 택배·대리기사 등 9개 직종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로, 그 이후엔 프리랜서 등 사업자 성격이 짙은 계층으로 범위를 차근차근 넓혀 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경제활동 확인 시스템', 즉 국내 전체 취업자에 대한 소득정보 수집·파악 체계를 먼저 구축하기로 했다.

2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로드맵'을 올해 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로드맵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직접 구상을 밝힌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로 향하는 가장 기초적인 청사진이 된다.

우선 로드맵은 직종별 고용보험 도입시기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쟁점은 대상확대의 속도뿐만이 아니다. 로드맵은 대상확대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보험료 책정방식과 징수체계 등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계획을 내놔야 한다.

◇"내년 9개직종 고용보험"…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앞서 정부는 근로자 성격이 강해 이미 산업재해보험을 적용받는 9개 직종(약 77만명)에 대해 내년부터 고용보험을 적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9개 직종은 보험설계사·골프장캐디·학습지교사·레미콘기사·택배기사·퀵서비스기사·대출모집인·신용카드회원모집인·대리운전기사 등이다.

이들은 임금근로자와 사업자 성격이 뒤섞인 특고 중에서도 임금근로자 쪽에 더욱 치우친 직종이다. 보험료를 분담할 사업주가 뚜렷하고, 대다수 여럿이 아닌 1개 업체와 얽혀 있다. 보통 이런 경우를 '전속성이 높다'고 한다.

정부는 이처럼 전속성 높은 직종을 우선 고용보험제도에 포함하고, 전속성 낮은 나머지는 단계적으로 포괄할 계획이다.

취임 3주년 연설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의 기초를 놓겠다고 밝히는 문재인 대통령. 2020.5.10/뉴스1
취임 3주년 연설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의 기초를 놓겠다고 밝히는 문재인 대통령. 2020.5.10/뉴스1

전속성 높은 특고 직종에 고용보험을 도입하는 문제는 코로나19 위기가 터지기 훨씬 이전인 2013년 무렵부터 논의돼 왔다. 그 결과로 고(高) 전속성 직종 9개가 특정됐고, 오는 29일 임기가 종료되는 20대 국회에서 많은 관련 법안이 제출됐다.

이후 플랫폼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배달음식 플랫폼 '요기요' 라이더, 차량공유 플랫폼 '타다' 운전사 등 새로운 플랫폼 종사자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계약을 체결해 법적인 근로자는 아니나, 9개 직종과 마찬가지로 전속성이 높은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위기가 덮치며 고용안전망에서 소외된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최근 정치권이 전 국민 고용보험을 언급하며 특고·자영업자·프리랜서의 고용보험 적용을 역설하는 배경이다.

◇보험료 징수 '골치'…모든 취업자 유리지갑 돼야

그러나 전속성이 약한 직종과 프리랜서·자영업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표적인 문제는 보험료 책정기준인 '보수'를 무엇으로 하고, 이를 어떻게 확인할 것이냐다.

임금근로자 고용보험료는 근로소득에서 일부 공제항목을 뺀 금액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의무가입이 아닌 자영업자는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보수 몇 개 등급 중 1개를 자율로 선택하고 있다.

전속성 높은 직종은 그나마 보수를 정하기 쉬운 편이다. 이미 20대 국회에서는 9개 직종의 보수를 사업소득·기타소득의 합계로 규정한 법안이 상임위에 제출됐다.

이는 전속성 높은 직종이라면 사업장 단위 가입과 소득 파악이 용이하므로 부작용이 적은 방안이다.

반면 전속성이 약한 직업이나 완전한 사업자인 자영업자의 경우, 정확한 소득 파악부터 선행돼야 한다.

소위 '유리지갑'이라 불리는 임금근로자들처럼, 특고·프리랜서·자영업자의 소득도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세청 등 유관기관 간 정보를 연계, 모든 취업자에 대한 소득 파악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지난 21일 열린 고용정책심의회에서 "전체 취업자 소득정보 구축과 고용보험 적용·징수체계 개편을 위한 범정부 추진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자료사진) 2020.3.30/뉴스1
(자료사진) 2020.3.30/뉴스1

또 여러 사업주와 계약한 프리랜서 등의 경우, 일괄적인 신고와 사업장 단위 가입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보수를 확인할 필요 없이 '소득이 있는 곳에 보험료를 징수하는' 해외 방식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징수체계 전반 개편을 준비 중이다. 앞서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예술인 고용보험 도입 관련 브리핑에서 "프리랜서·자영업자 등으로 적용대상을 확대하려면 사업장 중심의 적용·징수 체계를 개편하고, 경제활동 확인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예술인·9개특고 고용보험, 전국민 확대 시험대

오는 11월부터 시행되는 예술인 고용보험과 내년 시행 계획인 특고 고용보험은 전 국민 고용보험의 '시범 사업' 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술인 고용보험은 순수 예술인이 아닌, 사업주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예술업 종사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도입됐다.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에 따르면, 예술인 고용보험 가입자의 보수는 사업소득과 기타소득 합계액에서 시행령으로 정한 일부 금품을 뺀 금액이며, 여러 사업자와 일하는 예술인의 고용보험 신고 의무자 역시 시행령이 정해야 한다.

심지어 보험료율도 정부가 예술인의 근로형태 등을 감안해 시행령으로 달리 정할 수 있게 했다.

정부는 관련 규정을 모두 포함한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 달 심의할 예정이다. 새로운 시행령에는 고용보험 위원회와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다.

브리핑에서 이재갑 장관은 "정부는 특고, 프리랜서에 대한 지원 경험을 토대로 고용안전망 사각지대에 계신 분들을 보다 면밀히 파악해 전 국민 고용안전망을 더욱 세심하고 촘촘하게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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