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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민 부동산백서]막차 타야 한다고요?…분양권 전매제한이 뭐길래

8월부터 분양권 전매 사실상 금지…고강도 규제
전문가 의견 천차만별…'또 다른 풍선효과' 우려도

[편집자주] "임장이 뭐예요?" "그거요~현장답사예요", "초품아는?"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부동산 뉴스를 읽다 보면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정확한 뜻이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넷 카페에는 부동산 관련 약어들도 상당하고요. 부동산 현장 기자가 부동산 관련 기본 상식과 알찬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한 연재한 코너입니다.

 서울 도심의 한  아파트 단지.(뉴스1DB) @뉴스1
 서울 도심의 한  아파트 단지.(뉴스1DB) @뉴스1

'분양권 전매제한이 8월부터 실시되니 그 전에 '막차'를 타야 한다'

요새 부동산 기사나 관련 커뮤니티를 들어가 보면 쉽게 볼 수 있는 얘기입니다.  정부가 8월부터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 시'까지로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인데요.

오늘은 도대체 분양권 전매제한은 어떤 뜻이고, 왜 이 정책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지, 부린이들의 '내 집 마련' 사업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겠습니다.

◇분양권 전매제한, 정확한 뜻부터 알자

분양권 전매제한은 '분양권'과 '전매제한'이라는 단어의 조합입니다. 분양권은 우리가 흔히 아는 대로 공사가 아직 완료되지 않은 아파트 따위 건물에 대한 권리고, 전매제한은 무언가의 판매를 제한하는 것이죠.

정리하면 '아직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건물에 대한 권리의 매매를 일정 기간 동안 제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왜 마음대로 사고팔지 못하게 하나?

그렇다면, 왜 권리를 마음대로 못 팔게 하는 걸까요? 아파트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거나, 분양 후 웃돈이 붙기 시작하면 분양을 받은 사람이 분양권을 시세차익을 노리고 팔아버리기 때문입니다.

꼭 필요한 실수요자에게 아파트가 보급되는 것이 아니라, 투자나 투기를 목적으로 아파트 분양권을 계속 사고팔고, 그 과정에서 분양권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이 생기는 거죠.

이런 차익매매를 막기 위해 정부는 1981년부터 분양권 전매제한 제도를 시행해오고 있습니다. 즉 이번에 발표한 '분양권 전매제한'은 없던 제도를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에 시행하던 제도를 강화한 것입니다.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면 어떤 일이?

물론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조치가 기존보다 강력하긴 합니다. 서울과 수도권 과밀억제·성장관리권역, 지방 광역시의 민간택지까지 공급주택의 전매제한 기간을 소유권이전 등기 시로 강화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은 분양권 전매제한이 있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는 분양권을 사고팔 수 있었지만, 이제는 입주할 때까지 매매할 수 없게 된 겁니다.

특히 적용 대상 지역도 서울과 수도권 전역뿐만 아니라 지방 광역시 대부분으로까지 크게 확대했습니다. 사실상의 분양권 매매 금지 조치라고 봐야 합니다.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청약을 할 이유가 없어지는 셈이죠.

지난해 수도권 한 모델하우스 현장. © News1 조태형 기자
지난해 수도권 한 모델하우스 현장. © News1 조태형 기자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

부동산 시장에서 분양권의 가치는 정부가 언급한 8월 전과 후로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매제한이 강화되는 8월부터는 분양권에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만큼 가치가 하락할 테고, 8월 전까지는 '막차'를 타려는 투자자가 몰려 가치가 상승할 겁니다.

건설사들도 어떻게든 8월까지 분양을 마치려고 이른바 '밀어내기 공급'을 할 겁니다. 분양을 통해 이익을 남겨야 하는데, 분양권 매매가 금지돼 정부의 의도대로 실수요자만 청약하게 된다면 그만큼 수요도 인기도 줄어들 테니까요.

◇전문가 전망도 '천차만별'

전문가들은 의견이 갈립니다. A 전문가는 본인이 실수요자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8월 이후 청약시장을 기대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귀띔했습니다. 반면,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밀어내기 공급을 하면서 하반기 주택 분양 시장이 일시적으로 물량 부족 현상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청약 수요는 줄지 않는데, 되레 공급만 불안해질 수 있다는 비판입니다.

또다시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매번 정부가 규제책을 내놓을 때마다 규제를 받지 않았던 쪽이 급등했던 점을 상기하며 8월 이후 나타날 풍선효과에 대비하라는 설명이죠.

정답은 8월이 돼봐야 알겠지만, 정부의 의지가 꽤 단호한 점에 눈길이 갑니다. 갈수록 고강도 규제책을 내놓는 정부와 그때마다 틈새를 찾아내는 시장의 술래잡기가 이번에는 끝날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참, 최악은 입주권 시장에 프리미엄이 붙는 상황입니다. 분양권으로나마 시중 아파트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가 사라지고, 등기 후 시세가 반영돼 더 비싸진 입주권 프리미엄이 더 오르는거죠. 결국 공급이 부족한 곳은 신축 아파트에 수요가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립니다.

정부 의도대로 분양권 전매제한은 시장을 교란시키는 투기세력을 근절해보이는 정책입니다. 20~40대는 임대주택에서 저렴하게 살다가, 청약 가점이 오르면 통장으로 내집마련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서울에서의 내집마련은 어렵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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