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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4주기…김용균·이한빛 가족 "기업처벌법 제정을"

유가족 증언 "현장의 죽음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
"죽지 않아도 됐다는 건 누군가 책임져야" 원청 비판

[편집자주]

'구의역참사 4주기 추모위원회'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준)'가 23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추모의 마음을 담은 묵념을 하고 있다. 2020.5.23/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구의역참사 4주기 추모위원회'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준)'가 23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추모의 마음을 담은 묵념을 하고 있다. 2020.5.23/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구의역 사고 4주기를 5일 앞둔 23일 산업재해 피해자 가족들이 "도처에서 비슷한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기업살인법)을 제정하고, 고용노동부가 문제를 인식하고 각성할 것을 촉구했다.

'구의역참사 4주기 추모위원회'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준)'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오늘도 7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유가족이 말하는 산업재해 사망 사고와 기업처벌'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는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김용균씨의 모친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2016년 CJ ENM의 tvN 근무 당시 극단적 선택을 한 이한빛 PD 부친 이용관씨, 구의역 사망자 김모군의 동료인 임선재 서울교통공사노조 PSD지회장 등이 참석했다.

사회를 맡은 김혜진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는 "비슷한 사건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서 숫자에 무감해진다. 그러나 사람은 숫자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미래를 꿈꾸던 사람이다"면서 "산재사망사고를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다시는 이런 사망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지회장은 "김군 사망은 외주·하청문제의 종합판이다. 강북권역 50개소를 담당하면서 하루 40~50개 고장·장애를 단 4명이서 처리했다"며 "외부 하청업체 소속이다 보니 서울메트로가 하라고 하면 선로쪽 작업도 거부할 수 없어서 위험 상황이 비일비재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2인 1조가 잘 지켜질 수 있거나 1시간 페널티가 없어서 다른 작업을 기다리지 않거나 위험 작업을 지하철 운행 종료 뒤 할 수 있었다면 (김군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죽지 않아도 됐다'는 것은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원청인 서울메트로를 겨눴다.

김 이사장 역시 "이런 죽음을 막고 싶어서 (증언과 간담회 등을) 수년째 다니고 있지만 우리 힘만으로 안 된다"면서 "사회적 죽음이 방치되고 있기 때문에 꾸준히 유사한 재래식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고 눈물을 쏟았다.

이 PD 부친인 이씨는 "이 PD가 유서 등에 '원하는 (방송)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동자를 독촉해야 하는, 가장 경멸했던 삶이였다'면서 비정규직의 설움에 절규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 PD 유지를 이어 생긴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를 통해 방송 현장의 사각지대 노동안전문제를 제기하고 정책을 연구·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CJ제일제당 진천공장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김동준군의 모친인 강석경씨, 경기 수원의 한 건설현장에서 추락사한 고(故) 김태규씨의 누나 김도현씨가 투쟁 상황 등을 증언했다.

비정규직 정비 직원이었던 김모군은 지난 2016년 5월28일 구의역 스크린도어 오작동 신고를 받고 홀로 점검에 나섰다가,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짐꾸러미에선 뜯지 못한 컵라면이 나왔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구의역참사 4주기 추모위원회'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준)'가 23일 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구의역참사 4주기 추모위원회'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준)'가 23일 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발언에 나선 가족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필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김태규씨 누나 김씨는 "21대 국회에서 해달라. (여당) 의원석이 많아졌으니 좋은 기회라는 말을 들었는데, 지켜 달라. 이 법에는 우리 유가족 모두가 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준군의 모친인 강씨는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죽어도 기업은, 결탁한 정부는 꿈쩍하지 않을 수 있다"며 "노동자에게 같이 안전한 틀인 이 법을 만들자고 당부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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