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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檢수사·결백' 호소한 한명숙…민주, 재조사-검찰개혁 요구 거셀듯

故노무현 서거 11주기 오찬…"항소심 수사·재판 무리했다는 이야기"
이해찬 "민주당 향한 검은 그림자"…한명숙 측 "적절한 시기에 입장 표명"

[편집자주]

범여권 내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의 재조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꼬리를 물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범여권 내에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뇌물수수 사건의 재조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꼬리를 물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정황이 한명숙 전 총리가 사법농단의 피해자임을 가리킨다"며 "이미 지나간 사건이라 이대로 넘어가야 하나. 그래서는 안 되고 그럴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15년 8월 실형 2년이 확정된 한 전 국무총리가 서울구치소 수감 전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 (뉴스1DB) 2020.5.20/뉴스1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3일 과거 유죄 판결을 받은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가 무리했다'는 취지로 자신의 결백을 재차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개혁과 더불어 여권을 중심으로 고개를 드는 '재조사' 요구도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1주기 추도식에 참여한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날 한 전 총리는 추도식 종료 직후 사저에서 이어진 오찬에서 검찰의 당시 수사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약 20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오찬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 등 당선인들을 제외한 추도식 참석자 일부가 참석했다. 한 전 총리는 민주당 핵심 관계자 및 원로 인사들과 같은 테이블에 착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오찬 참석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유죄 판결을 받았던 두 번째 재판에서는 '(검찰) 수사상, 재판 진행상 무리한 점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과 관련해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처음부터 지금까지 본인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말씀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원체 재판에서도 결백하다고 본인께서 주장했고, 그 마음이 변한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다만 재조사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고 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공개적인 이야기는 없었다"며 "현재 상황에 대해서 깊이 있게 보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한 전 총리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과 추징금 8억8000만원 확정판결을 받고, 2017년 8월 만기 출소했다. 오찬 자리에서 거론된 '두 번째 재판'은 지난 2013년 9월 항소심 판결을 의미한다. 2010년 7월 불구속기소 된 한 전 총리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재조사 요구는 당시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옥중 비망록' 일부가 최근 공개되면서 본격화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공개적으로 재조사를 촉구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같은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그 필요성에 공감했다.

여권은 당시 검찰의 강압 수사 가능성을 의심하며 '검찰 개혁' 고삐를 더욱 세게 쥐는 모습이다. 한 전 총리가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자신의 결백을 강조하면서 향후 여권의 재조사 요구도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대표도 이날 추도사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작심 발언을 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이 황망하게 우리 곁은 떠나신 뒤에도 그 뒤를 이은 노무현재단과 민주당을 향한 '검은 그림자'는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며 "지금도 그 검은 그림자는 여전히 어른거리고 있다. 끝이 없다. 참말로 징하다"고 했다.

이는 노무현재단과 친노 진영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그동안 해온 수사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들어간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의 마침표를 찍겠다고 벼르고 있어 개원을 시점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가동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한 전 총리의 재조사 요구 논란에 대한 입장 표명도 주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의 측근인 김현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망록에 대한) 추가 취재 보도 내용을 보고 (한 전 총리가) 입장을 내실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 전 총리가 재조사를 요구하더라도 실제 재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한만호씨의 비망록이 재심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민주당 율사출신 의원들도 동의하고 있는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곧 출범하는 공수처를 통해 당시 수사 검사를 대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직권남용의 공소시효가 7년이어서 이미 시효가 만료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노무현재단 제공) 2020.5.23/뉴스1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서 헌화하고 있다. (노무현재단 제공) 2020.5.2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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