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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녕 한세 회장 "패션서 줄어든 매출 '마스크·방호복'서 그 이상 성과"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 인터뷰]①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유럽 시장 공략 '꿈' 가시화, 미얀마 공장 9월 가동 앞둬

[편집자주]

김동녕 한세예스24그룹 회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한세예스24홀딩스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5.2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김동녕 한세예스24그룹 회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한세예스24홀딩스에서 뉴스1과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5.2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영향으로 올해 의류 비즈니스 규모가 축소되겠지만 마스크·방호복이 그 이상의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동녕 한세예스24홀딩스 회장의 말이다. 지난 27일 만난 그의 표정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과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한세그룹을 다소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 초기 일부 해외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했다는 소식이 뇌리에 깊이 박힌 탓이다.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90분 넘게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자신감'의 근거를 확인해 보자. 

◇준비된 '한세' 코로나19 한파 막았다

김 회장은 자신을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패션업계가 줄줄이 쓴맛을 볼 때 한세실업은 마스크·방호복을 생산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어서다. 그는 '운'이라고 얘기하지만 준비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2년 전 만든 '항균' 원단으로 미국의 한 회사와 거래를 하려 했는데 비즈니스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방호복 납품 기회를 잡았습니다. 어려운 기술은 아니지만 경험이 필요한 일인데 우리에겐 그 '경험'이 있습니다"

한세실업은 밀려드는 주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미국으로부터 방호복·마스크 주문 요청이 빗발치자 발주가 줄어든 의류 생산라인을 전환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해당 생산라인은 현재 '풀캐파' 수준으로 가동률이 유지되고 있다.

"올해 어패럴 부문 매출이 10%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마스크·방호복 등 PPE(개인보호장비)를 만드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기회가 생겼습니다. 이들이 요청하는 면 마스크나 레벨 1~2 단계의 방호복은 우리가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습니다"   

한세실업은 과거에도 위기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경제 위기로 환율이 상승하면서 '환차익'이 발생하며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물품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해결됐다.

실제로 수출 사업에서 타격이 클거라는 예상과 달리 한세실업은 ODM 본업에서 나름 '선방'했다. ODM 부문의 1분기 매출·영업이익은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4%, 7.3% 늘어났다. 코로나19로 수출사업부를 축소하거나 인력 감축을 택한 패션업체와 달리 안정적인 성장을 이룬 셈이다. 그 결과 38년 연속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김동녕 한세예스24그룹 회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한세예스24홀딩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0.5.2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김동녕 한세예스24그룹 회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한세예스24홀딩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0.5.2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 美 이어 '유럽·일본' 공략… 자체 브랜드 '꿈' 향해 도전

김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계획도 이미 구상을 끝냈다.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 유럽 시장 비중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해오고 있지만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패션의 본고장 '유럽' 공략이 필수이기 때문. 지금까지 우리나라 패션기업 가운데 유럽 시장을 제대로 공략해 낸 회사가 없다. 

"미국 뉴욕사람들은 다음 시즌 패션업계 유행이 뭔지, 어떤 원단을 쓰는지 보기 위해 유럽까지 갑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럽에서 미국 트렌드를 살피거나 하지 않습니다"

김 회장이 유럽 진출을 꿈꾸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에 한세실업은 유럽 수출 활로 역할을 해줄 '미얀마' 공장을 추가로 짓고 있다. 미얀마는 아시아에서 인건비가 저렴한 곳으로 꼽힌다. 더 중요한 것은 유럽의 일반특혜관세제도(GSP) 적용 대상국이란 점이다. 이곳에서 생산한 제품은 관세 없이 유럽에 수출할 수 있다.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미얀마 공장 가운데 3분의 1은 오는 9월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또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지에서 잘 알려진 '디자인 오피스'와도 손을 잡았다. 과거 뉴욕 진출 당시 뉴욕 현지 디자인 오피스에서 괄목한만한 성과를 거둔 경험을 살려 '유럽 정복'에 나선다는 것이다.

끝으로 김 회장의 가슴 속에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꿈이 하나 있다고 했다.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제품이 아닌 전세계인들이 사랑하는 자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샤넬이나 에르메스 같은 명품 브랜드를 꿈꾸는 것은 아니다. 전세계인들로부터 고루 사랑받는 브랜드가 그의 목표다. 

한세드림의 유아동복 '모이몰른'이 그의 꿈을 이뤄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본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도 공략하지 못한 시장이다. 

"조만간 유아복 모이몰른은 일본 진출을 앞두고 있습니다. 일본 진출을 앞두고 공부도 많이 했고 법인도 세웠습니다. 자동차를 포함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일본에 진출해 잘된 '소비재'가 없었는데 꼭 성공하고 싶습니다. 꼭 '명품'이 아니더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먹히는 우리만의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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