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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① '소리꾼' 조정래 감독 "대학생 때 본 '서편제', 내 삶을 바꿨죠"

[편집자주]

조정래 감독/리틀빅픽처스 © 뉴스1
조정래 감독/리틀빅픽처스 © 뉴스1
조정래(47) 감독이 위안부를 다룬 전작 '귀향'(2016) 이후 4년 만에 판소리 뮤지컬 영화 '소리꾼'을 들고 돌아왔다.

'소리꾼'은 영조 10년, 착취와 수탈, 인신매매로 정국이 어수선한 시기 납치된 아내 간난을 찾기 위해 저잣거리에서 노래하는 소리꾼 학규, 그의 유일한 조력자 장단잽이 대봉과 길 위에서 만난 몰락 양반을 통해 왕이 아닌 민초들의 삶과 음악을 담아낸 영화다.

조정래 감독은 실제 판소리 고법 이수자 고수(북 치는 사람)로 활동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소리에 대한 애정이 대단해 촬영장에서도 북을 치고 싶어 했다는 후문이다. 열정과 애정을 바탕으로 탄생한 '소리꾼'은 우리의 소리뿐만 아니라 천민인 소리꾼들의 한과 해학의 정서도 담겼다. 오는 7월1일 개봉을 앞두고 최근 뉴스1과 만난 조정래 감독은 영화를 제작한 이유와 의도 등을 전했다.

'소리꾼'은 1993년 영화 '서편제'(감독 임권택)를 보고 감명받은 대학생 조정래 감독이 당시 혼자 써본 '서편제2' 시놉시스에서 시작됐다. 조정래 감독은 훗날 대학교 3학년이었던 1998년, 시나리오 수업에서 이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한 단편 시나리오 '회심곡'을 썼다.

"경북 청송 산골짜기에서 태어나, 국악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TV에 나와도 스쳐 지나가기만 했고, 감명도 없었고요. 그랬는데 '서편제'를 보고 얻어 맞은 기분이 들었어요. 정말 극적으로 180도 변해버렸죠. 제 자신도 스스로 납득이 안 됐어요. 새로운 세계가 열린 느낌이랄까요? 제가 왜 이렇게 됐는지 아무도 제대로 설명을 못 해줬는데,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젠 어느 정도 답을 찾은 것 같아요."

'소리꾼' 스틸컷 © 뉴스1
'소리꾼' 스틸컷 © 뉴스1
주연 학규 역에는 스크린이 처음인 국악인 이봉근을 캐스팅했다. 이에 대해 조 감독은 "이봉근씨는 소리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소리를 잘 전달하고, 서사를 잘 구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봉근이가 어릴 때부터 해온 만큼 그 감성을 다른 사람이 할 수 있을가 싶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주변에서 걱정도 많이 했다. 깊게 생각해봤지만 결론은 하나였다"며 "캐스팅 후 '네 소리를 버리고 연기를 택해야 한다'고 늘 얘기했다. 지금부터는 소리꾼이 아니고 영화배우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 봉근이가 소리하는 걸 보고, 제가 이제까지 소리에 미쳐 살았지만 이제야 최고의 소리판을 봤다 싶더라. 그때 소리가 무엇인지 들은 것 같다. 현장에 있던 모두가 울기도 했다"라고 극찬했다.

학규와 간난의 딸 청이를 맡은 아역 배우 김하연도 발군의 연기를 선사한다. 조정래 감독은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소리하는 어린 영재들이 진짜 많고, 연기도 제법 잘하더라. 그런데 김하연양이 마지막 3차 오디션에서 맨 마지막 순서로 들어왔다. 마치 청이가 들어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저만 느낀 게 아니라 모두 그때 하연이를 보고 '청이'라고 생각했다더라. 만장일치로 뽑혔다"며 "하연이가 수줍음이 많은데, 현장에서 갑자기 청이로 돌변해 있다"고 회상했다.

조정래 감독은 이번 작품 '소리꾼'을 '서편제'의 오마주라고도 밝힌 바 있다.

"'진도 아리랑'을 부르는 엔딩 신은 대놓고 오마주라고 보면 됩니다. 편집할 때 엔딩이 왜 이렇게 기냐는 얘기를 들었는데, 줄인다고 하면서 한두 프레임만 줄였어요.(미소)"

조정래 감독/리틀빅픽처스 © 뉴스1
조정래 감독/리틀빅픽처스 © 뉴스1
'소리꾼'은 판소리 다섯 마당 중 '심청가'와 '춘향가' 두 곡을 기반으로 한다. 조정래 감독이 두 소리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정래 감독은 "'심청가'를 '서편제'로 접했는데, 주제가 '효'가 아니란 생각이 들더라. 작자 미상인 작품이기도 하다. 고대부터 이어져 온 것임을 보고, 인간의 근원적인 '무언가'를 얘기하려는 텍스트라고 생각했다"며 "혼자 '심청가'를 추적했다.(미소) 심봉사가 눈을 뜰 때, 무언가 보고 있으나 보지 못하고 있다가 새로운 무언가를 그제야 봤다는 느낌이더라. 심청이도 효를 위해서 그러한 선택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 조그마한 아이가 빠질 수밖에 없었던 시스템에 대해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고, 다시 보면서 세 번에 걸쳐 각성하게 됐다. 인간 사회가 고통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그걸 이겨내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힘과 사랑을 받아주는 대상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너무 어렵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자그마한 선행을 베푸는 것만이 인간 세상에서 유일한 행복이 아닐까 싶더라. 그걸 깨닫는 것이 바로 심봉사가 눈을 뜬다는 의미로 봤다"고 강조했다.

<【N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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