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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취업 재난' 기름부은 '인국공'…시기·소통 다 놓쳤다

"청년들 정서 고려했다면 지금 이 타이밍에 전환해야 했나"
"홍보·의견취합 좀더 했어야…코로나시대 공정성 성찰해야"

[편집자주]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을 비롯한 연대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25일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직접고용전환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0.6.2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을 비롯한 연대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25일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직접고용전환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0.6.2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하청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청년층의 불만이 거세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대선 공약 시행을 위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마다 불거져 온 공정성 논란이 재발한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청년 취업난이 가중된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했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청년 일자리 부족이 상수가 된 상황에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시도가 있을 때마다 공정성 논란이 반복될 거라고 예측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5월 당선 직후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뒤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직접고용과 자회사 정규직 등의 형태로 전환해왔다. 그때마다 '다른 채용과정을 통해 들어온 비정규직을 공채를 통해 입사한 정규직과 똑같이 정규직으로 대우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며 청년들의 반발이 있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서는 후폭풍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취업난이 이번 논란을 더 부추겼다고 봤다. 구 교수는 "과거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던 사례가 있는데 그때보다 이번 사례가 훨씬 더 민감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청년들의 실업률이 많이 올라가 있고, 코로나 때문에 취업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봉쇄된 상황"이라며 "그런 청년들의 정서를 고려했더라면 비정규직 전환을 지금 이 타이밍에, 인천공항이 17년 만에 처음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꼭 추진을 해야 했나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언론과 정치권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를 실제보다 과도하게 부채질하고 있다"고 보면서도 정부의 청년 소통 노력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고 연구원은 "코로나가 취업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한 당위성을 청년들에게 설득하기 위해 사전에 홍보와 의견 취합을 좀 더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8일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논란의 과정에서 현재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절박함을 마주하게 됐다"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사회 양극화 해소 △양질의 일자리 창출 △사회적 불평등 개선 등을 위해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갈등이 가중되기 전에 정부가 나서서 이러한 상황 설명을 밝혔더라면 좋았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12일 취임 후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인천 중구 인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7.5.12/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12일 취임 후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인천 중구 인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7.5.12/뉴스1

사회적 소통과정을 거쳐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공약의 내용을 일부 수정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구정우 교수는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2020 코로나 정국에서 '공정성'이 무엇인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며 "노동양극화라는 불평등 상황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식으로) 인위적으로 보정하려고 하면 탈이 나기 때문에 보정을 하더라도 합의를 통해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공정성을 지키면서 보정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다른 한 편으로 단기 일자리를 계속 만들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해와 갈등이 증폭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실업률에 민감하다 보니 단기 일자리를 퍼부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소홀한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 교수는 "좋은 일자리가 추가로 생성되지 않으면 그나마 있는 몇 안 되는 정규직을 가지고 청년들 사이에서 이러한 공정성 논란이 벌어질 것"이라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보다 근본적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책은 좋은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려는 노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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