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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 "이제 시작하면 되나요"…첫 '언택트' 정상회담 풍경

코로나 '정상통화'→'화상 양자회담'으로 진전…오후4시 서울-오전9시 브뤼셀 연결
靑 충무실 내 정상회담 스튜디오 설치…정의용, 유명희에 WTO 사무총장 '응원'도

[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유럽연합(EU)과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6.30/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유럽연합(EU)과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6.30/뉴스1

"이제 시작하면 되나요?"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 마련된 한-유럽연합(EU) 정상회담장에 도착, 좌석에 착석해 정면의 화면 속 샤를 미셸 EU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낯선 환경의 정상회담임을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더욱 환하게 웃으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통상 신임장 수여식이나 해외 정상과의 공식오찬장으로 사용되는 청와대 본관 충무실은 화상 정상회담 스튜디오로 변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본관 충무실에서 한-EU 화상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번 화상 회담은 지난해 말 출범한 EU 새 지도부와의 첫 정상회담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올해 최초로 개최된 양자 정상회담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당초 청와대는 EU와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대면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으나 EU측이 코로나 사태로 우선 화상 정상회담을 진행하자고 제의돼 성사됐다.

청와대는 전례없는 첫 '언택트'(비대면) 화상 정상회담인 만큼 이질감을 최소화하고 각국 정상과 배석자들이 대면 정상회담처럼 논의를 할 수 있도록 무대를 구성했다.

충무실에는 세 개의 파란색 벽면으로 스튜디오가 설치됐다. 문 대통령 좌석을 중심으로 전면에는 4개의 화면이 송출됐다. 왼쪽부터 EU깃발,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 라이엔 집행위원장, 문 대통령 순으로 중계화면이 잡혔다.

전면의 화면은 발언자에 따라 화면 구성이 달라지는 시스템이다. 미셸 EU 상임의장이 모두발언할 때는 문 대통령이 보는 화면 한가운데에 발언자의 모습이 나오고, 왼쪽에는 EU 집행위원장 오른쪽에는 문 대통령의 모습이 나오는 식이다. 모두발언이 끝나고 회담이 진행될 때는 처음과 같은 4개 화면 구성으로 돌아간다.

문 대통령 좌석을 중심으로 후면에는 3개의 화면이 송출됐다. 왼쪽부터 미셸 EU 상임의장, 태극기와 EU깃발, 라이엔 집행위원장 순이다.

전체 스튜디오에는 LED 모니터를 배치했고 음성 자료, 텍스트 자료도 송출이 가능하다. 대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회담 중에는 카메라 앵글도 최대한 다양하게 잡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의 경우 처음 화상으로 시행하는 만큼 오디오나 비디오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비대면'이지만 대면 회담처럼 흡사하게 구현하려고 노력했으며, 첫 화상 정상회담인 만큼 코로나 시대의 정상외교를 선도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유럽연합(EU)과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6.30/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유럽연합(EU)과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6.30/뉴스1

정상회담 시작 3분 전, 우리측 배석자들이 자리에 착석했다. 화면에는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미리 자리에 앉아 마이크를 착용하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측에서는 강경화 외교·성윤모 산업통상자원·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배석했다.

아울러 청와대 내 별도의 청취실에서 김현종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박복영 경제보좌관, 강민석 대변인, 박진규 신남방신북방비서관이 참여했다. 윤순구 주벨기에EU대사는 원격으로 회담에 참여했다. 

오후 4시 정각, 한-EU 화상 정상회담이 시작됐다. EU측 참석자들은 EU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착석한 상태였다. 브뤼셀 현지시간은 한국보다 7시간 늦은 오전 9시였다. 대면 정상회담과는 달리 화상 회담의 경우 양국간 시차가 나기 때문에 양 정상이 모두 업무 시간에 회담을 가질 수 있도록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한 후 미셸 EU 상임의장과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각각 모두발언을 했다. 화상 회담인 만큼 순차통역이 아닌 동시통역으로 진행됐다. 이어서 의제를 논의한 후 공동언론발표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화상 회담인 만큼 공동기자회견은 생략됐다. 

코로나19의 전세계적 대유행으로 정상외교가 멈춰선 가운데 문 대통령은 그동안 34개국 39번의 정상통화로 외교를 이어왔다.

이번 화상 회담으로 전화외교에서 한 발 나아가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회담을 하는 '비대면 정상회담'으로 외교의 영역을 확장하는 첫 발을 뗀 셈이다.

청와대는 양자회담으로는 처음으로 화상으로 진행된 이번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향후 코로나 시대의 정상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회담에 배석한 정의용 안보실장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 도전하는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을 응원하기도 했다. 유 본부장은 정 실장에게 많이 도와달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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