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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유착' 수사팀, 윤석열 자문단에 반기…갈등 악화일로(종합)

중앙지검 "자문단·심의위 동시개최 혼란…중단을" 정면충돌
대검 "범죄 성부도 설득못하는데 독립성? 기본 저버린 주장"

[편집자주]

서울중앙지검(거울 안)과 대검찰청 모습. 2020.6.3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중앙지검(거울 안)과 대검찰청 모습. 2020.6.30/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전문수사자문단(자문단) 소집결정에 반기를 들며 대검찰청과 수사팀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수사팀이 자문단 소집이 부적절하다면서 단원 선정 절차에도 문제를 제기한데 이어, 자문단 구성이 완료된 다음날 소집 철회를 건의한 것을 대검이 거절하며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30일 대검에 "해당 사건은 수사 계속 중인 사안으로 지금 단계에서 자문단을 소집할 경우 시기와 수사보안 등 측면에서 적절치 않다"며 "자문단과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 동시개최, 자문단원 선정 관련 논란 등 비정상적이고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초래된 점을 고려해 자문단 관련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건의했다.

아울러 "검찰 고위직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이 사안 특수성과 그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감안해 서울중앙지검에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독립성을 부여해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를 제고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요청했다.

특임검사는 2010년 '그랜저 검사' 논란으로 도입된 제도로, 수사 독립성 보장을 위해 최종 수사결과만 총장에게 보고하도록 한다. 대검 지휘를 받지 않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채널A 전 기자 이모씨가 한동훈 검사장과 공모해 여권 인사 비리를 캐기 위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상대로 강압적 취재를 했다는 혐의(강요미수)를 수사 중이다.

수사팀은 이와 관련 지난 17일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대검에 보고했을 때도 의견차를 빚었다.

이에 대검 부장들로 구성된 지휘협의체는 19일 회의를 열어 범죄혐의가 성립하는지를 두고 대검 실무진과 수사팀 의견을 들으려 했지만 수사팀은 불참했다. 윤 총장은 같은 날 자문단 소집을 결정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현 상황에 자문단 소집 논의 및 결정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대검에 지속적으로 보고 및 건의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자문단원 추천을 두고도 대검은 전날(29일) 낮 12시까지 후보 명단을 제출하라는 요청을 여러 차례 했으나 수사팀이 불응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수사팀 쪽에선 단원 몇 명을 추천할지, 내부(검사)·외부(형사사법제도 전문가) 인사 구성을 어떻게 할지 등에 관해 대검에서 아무런 가이드라인이 없던 것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전날 과장과 기획관(차장급), 연구관이 모인 회의에서 기획조정부가 형사부와 협의해 준비한 자문단원 후보 명단에 대한 투표권 행사 절차를 거쳐 구성을 마쳤다. 결국 수사팀 의견 반영 없이, 명단의 개별 인사마다 회의 참석자들이 투표하는 식으로 단원을 추린 것이다.

투표권은 대검 부장들에게도 부여됐으나 이들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형사부의 경우 해당사건 지휘감독에 관여해 불참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부장부터 연구관까지 모두 빠졌고, 다른 부는 개별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대검은 설명했다.

다만 일부 부장은 수사팀 반발과 관련, 서울중앙지검과의 관계를 고려해 항의의 뜻으로 불참한 것으로 전해지며 대검 내부에서도 의견차가 감지된다.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에서 이처럼 자문단 명단을 확정한 뒤인 이날 오후 지휘부와 수사팀이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자문단 관련 절차를 중단해달라는 건의를 대검에 올렸다. 잇단 이의제기에 이어 윤 총장의 결정에 사실상 반기를 든 것이다.

자문단은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의 회부 결정에 따라 소집에 응해야 하는 심의위와는 달리, 검찰총장 결단만으로 소집 철회가 가능하다.

그러나 대검은 이날 오전 "심의위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행정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심의결과를 경청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오후엔 수사팀의 자문단 철회요청에 즉각 불수용 입장을 표했다.

대검은 "구속은 기소를 전제하는 것"이라며 "구속영장 청구 방침까지 보고했으면서 이제 와서 실체 진실과 사실 관계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죄 성부도 설득을 못하는 상황에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부여해달라고 하는 건, 수사는 인권침해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상급기관 지휘와 재가를 거쳐 진행되는 것이라는 기본마저 저버리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수사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려는 피의자에 대해 법리상 범죄성립과 혐의입증에 자신있다면 자문단에 참여해 합리적 의견을 개진하는 게 순리"라고 덧붙였다.

'검언유착 의혹'의 한 사건에 자문단과 심의위 두 외부기구가 소집된 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 자문단 소집을 두고도 검찰 내부 이견이 드러나며 이 사건 사법처리 방향을 둘러싼 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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