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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초점] '사괜' 김수현♥서예지의 잔혹 로맨스…기대와 우려 사이

[편집자주]

tvN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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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주말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극본 조용/연출 박신우)가 4회까지 방송됐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주연배우 김수현의 약 5년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주목받은 동시에 김수현이 '드림하이' '해를 품은 달'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를 이어 실패 없는 필모그래피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았다.

드라마는 첫 방송이 6.1%(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를, 이후 4회까지 4.7%, 5.9%, 4.9%를 각각 기록했다. 첫 방송 이후 시청률이 1회의 6.1%를 넘지 못했다는 결과는 1회 이후 유입이 어려운 장벽이 생겼다는 사실을 방증하기도 한다. 정신병동을 배경으로 한 설정부터 내용과 캐릭터까지 호불호가 갈리는 탓이다.

그럼에도 2주간의 방송 이후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우려와 동시에 여전한 기대감이 공존하기도 한다. '조금 이상한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는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기존 시청자들이 쉽게 접근 가능했던 밝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와는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새롭고 신선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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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인물들부터 평범하지 않다. 발달 장애를 갖고 있는 형 문상태(오정세 분)를 돌봐야 하는 정신병동 보호사 문강태(김수현 분)라는, 주인공의 설정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믄강태는 문상태를 지키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엄마의 말을 상처로 품고 사는, 하지만 그것이 상처인 줄 모르고 결핍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런 문강태의 상대역은 반사회적 인격 성향을 가진 아동문학 작가 고문영(서예지 분)이다.

'정상'과 '상식'에 대한 어떤 사회적 기준에선 세 사람 모두 현실에서 친해지거나 가까워지긴 힘든 인물들이다. 단순한 이분법적인 사고에 따르면 극적인 캐릭터인 고문영과 문상태 사이 문강태는 비교적 정상의 범주에 든다는 인상이지만,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살해당한 후 자폐를 갖고 있는 형의 삶을 책임져온, 그래서 자신만의 삶을 결코 살지 못하는 인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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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영은 어쩌면 이제껏 드라마가 반복적으로 그려온 이상적인 여성상을 전복시키는 사이코 캐릭터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 화려한 겉치레, 온기 없이 싸늘한 눈빛의 고문영은 자신의 팬이라는 한 어린이에게 "내가 쓴 동화 속엔 늘 마녀가 예쁘거든. 공주는 무조건 착하고 예쁘다고 누가 그래?"라고 속삭인다. 치매환자인 자신의 아버지에겐 "영혼은 죽고 가죽만 남은 빈 껍데기"라고 냉소적으로 말하는가 하면, 딸을 데리고 죽겠다며 난동을 피운 환자에겐 "지질하게 굴지 말고 너 혼자 뒤지세요"라고 거침없이 독설을 날리기도 한다.

평범하지 않은 문강태와 고문영의 로맨스를 통해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전달하려는 분명한 메시지가 읽힌다. 정상의 범주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단순히 자신들을 사이코라 치부하는 세상의 비극에 선 인물들에게도 온기가 필요하다 말해준다. 문강태와 고문영은 서로간의 만남을 통해 상처, 트라우마와 마주했고 서로에게서 점차 온기를 느끼게 된다. 4회 말미 폭우 속에서 마주한 두 사람은 포옹을 통해 온기를 전달하게 되고, 서로를 정말로 치유해갈 수 있을지 궁금증을 높였다. 극 중 잘 나가는 동화작가로 성공한 고문영의 책이 예쁜 공주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 않다는 점도 드라마의 의미와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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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선(善)에 가까운 기존 여성 캐릭터와 달리, 고문영은 괴팍하고 잔혹한 마녀 캐릭터에 가깝다. 거침 없는 캐릭터인 탓에 팬사인회 장면처럼 때론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주지만, 뜻하지 않은 성희롱 논란도 불거져 우려를 남겼다. 고문영이 문강태의 상체를 터치하는 장면, "난 욕구 불만 맞아. 나랑 한 번 잘래?" "예뻐서 자꾸 탐이냐" "너 먹고 떨어질게"라는 대사 등이 논란이 됐다. 성별을 바꿔서 남성 캐릭터가 이 같은 연기와 대사를 구사한다면 범죄에 가까운 장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지닌 고문영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대사와 장면들이라며 단순 코미디로 소비하는 시청자들도 있지만, 꼭 이렇게까지 불편하게 연출할 필요는 없었다는 비판이 일었다. 

문강태와 고문영의 서늘하고 섬뜩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코믹한 잔혹 로맨스는 지난 4회 이후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랐다. 초반 무겁고 어두웠던 분위기에서 두 사람의 케미가 웃음을 안기면서 '조금 이상한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매력이 점차 살아나고 있다는 평이다. 취향을 타는,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조금 이상한 로맨틱 코미디만의 매력을 살리는 김수현과 서예지의 열연도 잇따라 호평을 이끌어냈다. 김수현 이상으로 연기력을 호평받는 이는 서예지로, 비주얼부터 코믹한 연기까지 기대 이상의 호연이 돋보였고 쉽지 않은 문제적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잘 풀어냈다는 호평을 얻었다. 두 배우의 열연과 케미스트리가 조금 이상한 로맨틱 코미디의 장벽을 허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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