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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6개월-④] '영웅' 칭송에 가려진 간호사들의 한숨

"우린 소모품이 아니다…현장 목소리 듣고 인력 확충해야"

[편집자주] 인류사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눠질 전망이다. 이전에도 전염병은 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세계화 시대 이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처음이다.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피해가 가장 큰 것을 비롯, 각국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와중에 한국은 ‘코로나 모범국’이라는 칭찬을 받고 있다. 코로나 발병 6개월. 이전 6개월을 돌아보고, 이후 6개월을 내다보는 ‘코로나 6개월’ 시리즈를 22회 연재한다.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근무 교대를 위해 보호복을 갖춰 입은 간호사 등 의료진이 격리병동으로 들어가기 전 주먹을 맞대고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2020.4.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근무 교대를 위해 보호복을 갖춰 입은 간호사 등 의료진이 격리병동으로 들어가기 전 주먹을 맞대고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2020.4.1/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우리도 전염병이 무섭고 두려운 평범한 인간입니다. 많이 울기도 했어요. 많은 분들이 코로나19 최전선에 선 영웅·천사·전사라고 치켜세워 줬지만 결국 우리도 코로나19에 떠는 인간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어느덧 반년이 흘렀다. 코로나19 극복의 주역은 의료현장 최일선에서 뛴 간호사들이라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간호사 본인들은 정작 '2차 대유행이 도래했을 때 코로나19와의 사투에 또다시 뛰어들 수 있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열악한 근무 환경과 개선되지 않는 처우 탓이다.

대구에서 신천지발 코로나19 확산 사태는 대한민국 간호사들이 처한 비참한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코로나19 전사라는 칭송에 가려진 열악한 처우는 간호사들을 움츠러들게 한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한창 폭증한 지난 3월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 파견근무를 했던 이민희씨(34).

그는 4일 뉴스1과 통화에서 "방호복을 입고 5분만 일해도 온몸이 땀범벅이 돼요. 많은 대가를 바라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처우는 보장해 줘야 일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요. 환자 치료에 보람을 느낄 때도 많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계속 이어지면서 현장의 동료들이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우리가 소모품 같다'는 것이었어요"라고 말했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달라는 호소다.

이씨는 "사실 수당 지급도 늦춰지면서 간호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며 "현실에 맞는 금전적인 처우가 개선돼야 더 열심히 일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씨의 언급처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의료현장에선 감염병 발생 때 투입되는 의료인력에 대한 보상 규정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대비한 간호인력 확충은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김진현 사회진보연대 정책교육국장은 "대구의 코로나19 사태를 돌아봤을 때 간호인력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에 많이 부족했다"며 "파견 인력의 경우 숙련되지 않아 병원 시스템을 잘 몰라서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지 않으면 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사망자가 폭증하는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대응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격리병동 근무를 위해 보호구 착의실로 향하는 간호사와 야간근무를 위해 출근하는 간호사가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2020.4.9/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코로나19 대응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격리병동 근무를 위해 보호구 착의실로 향하는 간호사와 야간근무를 위해 출근하는 간호사가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2020.4.9/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코로나19 전담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근무한 대구의 한 간호사도 "간호사 인력이 충분히 확보 되지 않아 현장 피로도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급하게 거점병원으로 지정되면서 병원 내에는 숙소로 제공할 만한 공간이 없었고, 주변 호텔은 병원 직원이라는 이유로 숙박을 거부했다"며 "파견 직원들이 호텔에서 잘 때 병원 직원들은 여기저기 떠돌며 쪽잠을 자야 했다"고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코로나19와의 사투에서 간호사들의 목소리는 한결 같았다.

"우리는 코로나19 전사이기 전에 평범한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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