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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장례 사흘째…김병준 "죽음 앞에서는 일단 모자 벗어야"(종합2보)

비 내리는 날씨에도 조문행렬 이어져
영결식 앞두고 다소 차분해진 분위기

[편집자주]

고건 전 국무총리가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2020.7.12/뉴스1
고건 전 국무총리가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2020.7.12/뉴스1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 사흘째인 12일에는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조문객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졌다. 각계각층 인사가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애도의 뜻을 전했다.

오전에는 다소 발길이 뜸했다가 입관식이 진행된 후인 오후에는 조문객이 부쩍 늘었고 저녁이 되자 다시 조문객이 줄어들었다.

이날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특별보좌관,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 홍익표 의원, 윤재옥 미래통합당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이 빈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다음날 영결식을 앞두고 빈소 내부 분위기는 다소 차분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부겸 전 의원은 장례식 첫날인 지난 10일에 이어 이날도 빈소에 발걸음했다. 김 의원은 "첫날은 (유족들이) 정말 문상을 받을 만한 마음이 아니었다"며 "그게 마음에 걸려서 오늘 (다시 와서) 사모님한테도 위로의 말씀을 드렸고, 상주도 오늘 봤다"고 말했다.

저녁시간에 조문을 온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지금 유가족들은 너무 슬픔이 커서 말씀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자리가 아니었다"면서도 "시장님이 늘 강조해왔던 공공의료체계 강화 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비상대책위원장도 빈소를 찾았다. 그는 "죽음 앞에서는 일단 모자를 벗는 것이다"라며 "당의 입장과 관계없이 개인적으로 조문을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비극적인 일을 겪으면 교훈을 얻어야 하는데 너무 빨리 잊어버린다"며 "진영논리들이 앞서가지고 옳고 그름에 관한 문제가 자꾸 묻혀버린다"고 아쉬워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장례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박 시장 장례위원회 구성 및 영결식 절차 등에 대해 브리핑하기 위해 나오고 있다. 2020.7.1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 장례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박 시장 장례위원회 구성 및 영결식 절차 등에 대해 브리핑하기 위해 나오고 있다. 2020.7.1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이 밖에 고건 전 국무총리, 정경두 국방부장관, 송하진 전북도지사, 김영록 전남도지사,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도 조문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전 문화재청장)와 소설가 조정래, 그리고 후안 이그나시오 모로 주한스페인대사 등 외국사절들도 찾아왔다.

참여연대에서 박 시장과 연이 있던 조정래 작가는 "고인과 이상이나 뜻이 같아 참여연대부터 함께 했다"며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이만큼이나 일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허망하게 떠나서 애석하고 안타깝다"고 추모했다.

시민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오후 한때 장례식장 입구에는 조문을 위해 십 수명이 줄을 서기도 했다.

평소 박원순 시장의 지지자라고 밝힌 유모씨(61)는 "따뜻한 행정을 하셨는데 정말 비통한 마음"이라며 침통해 했다. 또 다른 시민 조모씨는 "시장 3선에 도전했을 당시 선거캠프에서 봉사를 했었다"며 "권위의식보다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분"이라고 기억했다.

서울시는 유족과 협의해 박 시장의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기로 했다. 전날(11일) 박 시장의 아들 박주신씨가 영국에서 귀국함에 따라 유가족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이날 입관식도 진행됐다. 낮 12시30분에 시작된 입관식은 50분 만에 마무리됐다.

서울특별시장 장례위원회는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장례 세부일정에 대해 밝혔다. 13일 오전 7시30분 발인과 함께 장례식장을 나서는 고인의 유해는 8시쯤 서울광장에 도착한다. 영결식은 8시30분부터 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온라인으로 거행된다.

영결식 현장에는 유족과 서울시 간부, 시민사회 대표단을 포함한 100여 명만 참여하고 영결식은 서울시와 tbs교통방송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장례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백낙청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맡았다.

박 시장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가회동 공관을 나선 뒤 연락이 두절됐다. 오후 5시17분 실종 신고가 접수된 후 경찰이 수색에 나섰으나 10일 오전 0시1분 서울 성북구 북악산 숙정문과 삼청각 중간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박 시장은 유서를 통해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박 시장은 실종 전날인 8일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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