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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군대] 현역보다 고된 36개월 대체역…'양심의 자유' 기준은

[편집자주] '요즘 군대'는 우리 군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는 뉴스1의 연재형 코너입니다. 국방·안보 분야 다양한 주제를 밀도 있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민원 창구에 대체역 편입 신청서 접수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0.7.1/뉴스1 © News1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민원 창구에 대체역 편입 신청서 접수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0.7.1/뉴스1 © News1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한 병역거부자가 군 복무를 대신할 수 있는 기회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대체역으로 복무할 35명이 창군 이래 처음으로 선발돼 오는 10월 소집을 앞두면서다.
 
대체복무요원은 교도소·구치소 등 교정시설에서 36개월간 합숙 복무하게 된다. 기초군사훈련을 포함한 군 복무 일체를 거부하고 대체역 편입을 희망한 만큼 급식·시설관리 등 단순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교정시설 내에서 무기 등을 소지·사용하지 않고 별도 군사훈련도 받지 않는다.

편입이 결정된 35명은 모두 병역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이들이다. 모두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현역이나 사회복무요원(보충역)으로 입대하지 않고 수년 동안 국가를 상대로 싸웠다.

대체역은 창군 이래 처음으로 도입된 병종(兵種)이다. 병역의 종류를 규정하고 있는 병역법 제5조에 대해 지난 2018년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신설됐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을 의결해 근거 법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기존 5개(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로 나뉘던 병종은 대체역까지 더해 '6종 체제'로 개편됐다. 병역법에선 대체역을 '병역의무자 중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현역, 보충역 또는 예비역의 복무를 대신해 병역을 이행하고 있거나 이행할 의무가 있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양심의 자유' 판단은 어떻게?…"실체·진실성·구속력"

병무청 대체역 심사위원회는 지난 15일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 대체역 제도를 먼저 운영한 독일·미국·대만 등 해외사례,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대체역 편입 심사에 고려할 기준을 정했다.

우선 대체역 편입 심사분야는 크게 △양심의 실체 △양심의 진실성 △양심의 구속력 등으로 나뉜다. 대법원은 2018년 11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할 것"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심사위원회도 3개 분야를 기준 삼아 병역거부자의 '신념', 즉 양심의 자유를 꼼꼼히 확인하겠다는 차원이다.  

이를 평가하기 위한 판단 요소는 크게 '종교적 신념'과 '개인적 신념'으로 구분한다. 각각 8가지 판단요소로 포함돼 전체적으로는 16가지 항목을 들여다본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대체역 편입 심사는 까다롭게 이뤄진다. 대체역 복무를 희망하는 신청자는 부모 및 주변인 진술서, 범죄경력 및 수사경력 조회 회보서, 초‧중‧고등학교 학교생활 세부사항기록부 사본, 신도 증명서 등 10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신청인은 물론이고 주변인을 상대로도 조사를 한다.

지난 14일 기준으로 대체역 편입 신청자는 총 88명이다. 병무청은 7월 마지막 주에 대체역 사무국 개소식을 열어 본격적으로 심사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다.

대체역으로 편입되기까지는 사무국의 사실조사, 사전심사위원회(5명으로 구성) 심의, 심사위원회 의결 등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체역 심사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국방부 등 6개 기관에서 추천한 29명의 전문가로 구성됐다.

◇36개월 복무에 3박4일 예비군대체복무까지…'처우는 동일'

대체역의 복무 강도는 현역 병사들만큼 고될 전망이다. 군부대 내에서 생활하는 현역과 비슷하게 대체복무요원은 교정시설에서 '합숙 근무'한다. 급식·물품·보건위생·시설관리 등 교정시설 업무도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육군 병사의 복무기간(올해 6월 입대자부터 18개월)과 비교하면 대체복무요원은 정확히 2배 더 오래 복무해야 한다.

36개월 복무를 마치고 소집해제 뒤에도 의무가 남는다. 관련 법률에 따르면 대체복무요원은 전역한 뒤 1~8년차 때까지 '예비군대체복무'를 해야 한다. 통상 사격 훈련이 이뤄지는 예비군 훈련을 대신한 것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예비군 2박3일 동원훈련과 유사하게 대체복무기관에서 1년에 한차례씩 3박4일 합숙 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체역 편입이 확정된 양심적 병역거부자 35명은 오는 10월에 입소를 앞두고 있다. 대체복무요원 '1기'인 셈이다. 병무청은 첫 대체복무요원들이 입소 후 어떤 교육을 받을지, 어떤 교정시설로 배치될지는 법무부와 계속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형평성 차원에서 대체복무요원은 현역병과 동일한 수준의 월급·휴가 등 처우를 받을 예정이다. 올해 기준으로 현역병은 계급에 따라 △병장 54만900원 △상병 48만8200원 △일병 44만1700원 △이등병 40만8100원의 월급을 받고 있다. 휴가 일수도 육군 현역병과 동일하게 복무월 당 1.33일의 연가가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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