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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남도교육감 비서실장의 ‘낄끼빠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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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한 기자.© 뉴스1
강대한 기자.© 뉴스1

'오지랖이 넓다.'

옷의 앞자락이 넓으면 몸이나 다른 옷을 넓게 겹으로 감싸게 되는데, 간섭할 필요도 없는 일에 주제넘게 간섭하는 사람을 비꼬는 말이다.

경남도교육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오지랖이 넓다’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

이날 브리핑은 최근 들어 경남도내에서 솔선수범해야 할 교사들이 교내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는 성범죄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마련된 민감하고도 중요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도교육청 미래교육국장이 교내에 이같은 성범죄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취재진들에게 밝혔다.

하지만 이미 ‘몰카’ 관련 보도가 나온 상황에서 열린 ‘뒷북’ 브리핑이었다. 브리핑 내용에는 보도 외 별다른 언급이 있지도 않았다.

이에 “진상조사단이 대체 뭘 파악한 것이며, 알려 줄 게 없으면 왜 취재진들을 부른 것이냐”는 등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안이 커지니, ‘일단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식으로 브리핑을 한 것 아니냐는 빈축을 사기에 충분한 브리핑이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실무자인 담당 국장의 브리핑을 잘라 나선 이가 있었다.

그는 “교육당국에서 사건을 인지한 뒤 신속하게 경찰에 신고했고, 조사는 경찰에서 하고 있다. 2차 피해 우려 등으로 관련 사실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있는 게 한정적이다”는 취지로 취재진들에게 해명했다.

취재진은 그가 실무 부서 담당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경남도교육청은 열흘을 넘겨 지난 20일 교육감이 직접 브리핑하며 머리를 숙였다. ‘몰카’ 관련 대응 방안 4가지를 발표했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담당 과장이 답했다.

앞서 국장의 말을 자르고 나섰던 이는 이날 조용했다. 그는 4급 별정직 공무원으로 도교육감의 비서실장이었다.

그는 실무 부서의 공식적인 현안 브리핑 자리에서 담당자를 뒤로 하고 나서서는 안될 사람이었다. 

예를 들자면 건축과에서 해야 할 공식 브리핑을 사회복지과가 나선 셈이라고도 할 수 있다.

게다가 담당 국장은 장학관으로 3급 상당인 반면, 비서실장은 4급 별정직 공무원이다.

비서실장이 갑자기 나서 말을 자르자, 담당 국장은 ‘가만히’ 있는 게 다였다. 교육감의 최측근이라고 비서실장의 이같은 돌발행동이 용인될 수 있을까?

요즘 간간이 언론에 등장하는 ‘낄끼빠빠’라는 말이 떠올랐다.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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