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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스틸러]① '반도' 강동원 매형·'곡성' 부제·육아 대디…김도윤의 얼굴들

[편집자주]

영화 '반도' 배우 김도윤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영화 '반도' 배우 김도윤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스크린에서 기존 스타들을 만나는 재미는 크다. 오랜 경력과 함께 연기력, 흥행력이 보장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상적인 '젊은 배우들'을 새롭게 찾는 기쁨도 이에 못지 않다. 때묻지 않은 연기가 주는 신선함은 물론, 새로운 스타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영화 팬들의 설렘을 자극해서다. 

뉴스1은 떠오르는 젊은 연기자들을 집중조명하기 위해, 이들의 연기관과 속마음 등을 솔직하게 들어보는 심층 인터뷰 시리즈 '영스틸러'(Young Stealer)를 마련했다.

'영스틸러'의 두 번째 주인공은 연기자 김도윤(39)이다. 
   

한국 영화 관객들에게 배우 김도윤이 가장 처음으로 각인된 작품은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이었다. 외지인의 기괴한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덜덜 떠는, 시골에서 천주교 신부 수련을 받던 부제 양이삼은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인물이었다. '사제 수련생'이라는 직업이 무색하게도, 사시나무처럼 흔들리는 그의 모습은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김도윤은 또 한 번 자신을 확실히 알릴만한 작품으로 돌아왔다. 7월 중순 개봉 후 300만 돌파에 성공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 '반도'다. '반도'에서 그는 주인공 한정석(강동원 분)의 매형 구철민을 연기했다. 구철민은 한정석을 부추겨 폐허가 된 땅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인물이며 정석에게는 유일하게 남은 가족이다. 이 영화에서도 김도윤은 인간적이고 복합적인 캐릭터를 사실적으로 연기해 다채로운 라인업의 한 축을 담당했다.

'반도'에 이어 드라마 '방법'과 '지옥'으로 연달아 연상호 감독과 함께 하게 된 그는 "너무 감사하다"며 연 감독을 향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연 감독은 김도윤을 두고 구철민의 캐릭터를 구상할 정도로 꾸준한 애정과 신뢰를 보내왔다. 연 감독의 작품을 연이어 하며 '곡성' 이후의 슬럼프를 조금씩 이겨냈다는 그는 일상에서는 다섯살 아들을 키우는 '육아 대디'이자, 일하는 아내를 뒷바라지 하는 '내조 남편'이다.

김도윤은 올해 데뷔 9년차를 맞이했다. 서른이 넘어 데뷔한 늦깎기 배우라 필모그래피를 높이 쌓아올리지는 못했다. 그래도 짧은 몇 줄에 굵직한 작품 몇 편이 눈에 띈다. 늘 '내가 배우를 해도 되나'를 고민한다는 그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고뇌하고 성장하는 '영스틸러'다. '반도' 개봉 후 김도윤과 만났다.  
영화 '반도' 배우 김도윤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영화 '반도' 배우 김도윤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반도'가 흥행하고 있다. 

▶너무 감사하고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 뿐이다. 

-영화 잘 될 걸 예상했나.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생겨버려서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걱정을 하긴 했다. 다행히도 무난하게 가고 있어서 감사하다. 

-'반도' 출연 계기는 무엇인가.

▶연상호 감독님의 전작 '염력'에 출연을 했었는데 사정상 통편집이 됐다. 그렇게 되면서 감독님이 나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계셨는지도 모르겠다. 한 2년 전쯤에 전화를 한 번 주시면서 '시나리오를 하나 쓰고 있는데 당신이 할 캐릭터를 쓰고 있다'고 그렇게 말씀 주시더라. 그게 구철민이었다. 

-섭외 제안을 받고 캐릭터를 봤을 때 기분이 어땠나.

▶마음에 너무 들더라. 이렇게 큰 캐릭터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연상호 감독님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감독님이 어떤 배우를 어떤 캐릭터로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다. 연 감독님이 나를 두고 쓰셨다는데 그 자체도 너무 영광스러운데, 캐릭터도 너무 마음에 들어서 감사했다. 감사하고 흥분되더라. 

-'염력' 때 어떤 장면에서 나왔었던 건가.

▶박정민 배우가 사건의 증거가 되는 블랙박스를 가져오는데, 그 사건을 찍은 차의 주인이 나였다. 원래 주인이 건설사로부터 회유를 당해서 블랙박스를 못 내준다. 사실 (통편집이) 전혀 섭섭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감독님은 거기에 미안하셨나 보다. 그게 또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내가 아기를 돌보고 있을 때였는데 감독님이 전화하셔서 '편집됐어요' 하셨다. 그때 너무 정신이 없어서 '네 알겠습니다, 이따 전화드릴게요' 하고 끊었다. 그래서 감독님이 '아 이 배우가 바쁘구나' 하고 마음을 놓으셨다더라. 그런데 나중에 '애기를 보고 있어서 전화를 못 받았어요'하고 말씀을 드렸다.(웃음)
영화 '반도' 배우 김도윤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영화 '반도' 배우 김도윤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연상호 감독이 계속해서 김도윤을 캐스팅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감독님이 좋아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웃음) 내 생각에는 감독님과 합이 잘 맞는 것 같다. 서로 사실 별다른 얘기를 많이 나누지 많는다. 장면이나 캐릭터에 대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는 걸 좋아해주시고, 나에게 많이 맡겨주시니까 감사하다. 

-구철민 캐릭터를 위해서 준비한 부분이 있었다면 뭐가 있었을까.

▶일단 머리나 수염을 길렀다. 거의 한 1년여? 7~8개월 정도를 긴 머리에 수염을 달고 살았다. 그러다 보니까 일상에서 불편한 게 생겼다. 가령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면 어린이집 학부형이나 아이들이 무서워한다든지 그런 게 있다. 아기들이 볼 때는 도둑(비주얼)이다. '선생님 도둑왔어요'하고, 학부형도 이상하게 쳐다보더라. '저 집 아빠는 매일 애기를 데려다주고 픽업 하는데 왜 저러고 있지?' 생각하시는 거 같았다. 

-구철민은 영화 초반부터 아내와 자녀를 잃는 불행한 남자다. 기혼자여서 배역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것도 있었겠다. 

▶결혼을 한 게 많이 도움이 됐다. 결혼하지 않았고, 아이가 없었다면 다르게 해석했을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반도' 배우 김도윤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영화 '반도' 배우 김도윤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평소에 집에서 육아를 담당하나. 

▶와이프가 직장을 다니니까…내가 거의 붙어있다. 일이 엄청 자주 있고 하는 건 아니니까.

-아이가 아빠의 외모가 달라지는 걸 느끼고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나.

▶한순간에 확 변하는 건 아니니까 괜찮더라. 다만 내가 TV 드라마에 나와서 머리에 피를 흘리면 병원가야한다고 했었다.(웃음) 머리와 수염을 '확' 철거했을 때는 당황하더라. 그전에는 아기가 수염 만지면서 잠들었는데….

-'반도'를 준비하면서 다른 배우들과 액션스쿨을 다녔다고 들었다.  

▶사실 각진 액션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서 생활 액션, 거의 안 다치게 하는 쪽으로 기본을 많이 했다. 한 세, 네번 갔는데 그 다음부터는 감독님이 너무 잘 하게 된다고, 내 캐릭터는 (액션을) 잘하면 안 된다고 해서 안 갔다. 

-피해를 많이 당하는 역할이니까.

▶피해 당하는 걸 전문으로 하고 있다. 여기저기서.(웃음)

-찍으면서 고생은 안 했나.

▶사실 안 힘들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로도 힘들지 않아서, 주변에서 너무 잘 도와줬다. 이렇게 편하게, 행복하게 촬영해도 되나 할 정도였다. 걱정을 중간 중간에 많이 했다. 내 개인 성향일 수 있는데 보통 나는 스스로를 막 눌러놓는다. 학대라고 표현하기는 뭐한데, 그렇게 연기를 하는 스타일이었다. 현장에서 예민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말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는 현장이 편하다 보니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했다. 그래서 촬영 중간에 스스로 긴장을 더 하려고 노력하고 했다. 
영화 '반도' 배우 김도윤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영화 '반도' 배우 김도윤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강동원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 

▶좋았다. 확실히 전체적인 것들을 꿰고 놓치는 것들을 하나씩 얘기해주시고, 그런 부분들이 너무 좋았다. 그런 게 있었다. 아내와 자식을 잃고 둘이 부둥켜 안고 우는 신이 있다. 카메라에는 선배님의 뒤통수만 나오고 내 얼굴이 찍힌 신이었다. 그런데 거기서도 같이 울어주시더라. 감동 받았다. 눈물이 안 날 뻔 했는데 선배님을 따라 울었다. 사실 얼굴이 안 나오면 허투루하기 쉬울 수 있는데 그런 것을 허투루 하지 않았다. 주연 배우로서 다른 배우들에게 더 내준다는 생각이 들더라. 

-여담이지만, '곡성'에서 부제 역할을 했었다. 강동원도 '검은 사제들'에서 부제 역할을 했다. 둘이 같은 직업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했었는데 그런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나. 

▶직업만 같을 뿐이다.(웃음) 같은 직업을 가진. 사실 강동원 선배님이 외모적으로 출중하다 보니 사람들이 갖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 실제로는 되게 털털하다. 어떻게 보면 시크하기도 하고, '츤데레' 같은 타입이다. 의외의 모습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보면 어떤 모습인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톱스타의 허례허식 같은 게 전혀 없더라. 나와 선배 둘 다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편했다. 연기를 하거나 집중할 때 서로 얘기를 안 하고, 배려 해주고 이런 모습이 되다 보니 오히려 감독님이 걱정을 하시더라. 둘이 안 친하냐고 묻을 정도였다. 그때 둘 다 '우리 친한데' 이렇게 답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다른 사람들은 말을 많이 안 하니까 그렇게 볼 수도 있었다. 나는 현장에서 그 누구와도 말을 많이 안 했다. 강동원 선배님과도 쓸데없는 얘기를 별로 안 했는데, 그런데도 '저 사람도 나랑 친해지고 있구나' 하는 뭔가가 있더라.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강동원 선배님이 해주신 거다. 그렇게 느꼈다. 저 사람한테 뭘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편했다. 

-다른 배우들과는 어땠나. 

▶(구)교환씨랑도 친하고, 이정현 선배님도 항상 만나면 칭찬해주시고 하니까 좋더라. 이정현 선배님은 칭찬을 너무 많이 해주신다. 너무 잘한다고 하신다. 감사한 마음에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만다. (김)민재 선배님이랑도 친하고, 부딪치는 장면들은 강동원 선배님 밖에 없는데 다른 분들과도 잘 지냈다.

<【영스틸러】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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