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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왜 무력한가…與 입법 독주 무대응 비판에 "불이라도 지르랴"

필리버스터 등 대항 거론되지만 '강행 처리' 결국은 못막는다는 인식 강해
'장외투쟁' 흑역사 부담에 '발목잡기' 역공 우려…국회선진화법으로 물리력 행사도 난망

[편집자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0.7.3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0.7.30/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가서 불이라도 지르라는 것이냐." 야당의 '무력' 함을 지적하자 미래통합당의 어느 초선 의원이 푸념 섞인 목소리로 한 말이다. 

그만큼 현재 통합당이 처한 상황은 절망적이다. 21대 국회에서 176석이라는 거대한 몸집으로 밀어붙이는 여당에 맞서 이렇다할 대항을 못하고 있다. 103석의 제1당임에도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장에서 목이 터지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 외에 하는 일이 없다.

통합당 내부에서는 일부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대국민 여론전'을 위해 장외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원내에서 아무리 소리쳐봐야 민주당을 막을 수 없으니 차라리 나가자는 것이다. 

하지만 지도부는 국회 의사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장외로 나갈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일단 원내투쟁에 힘을 쏟기로 했다. 

자유한국당 시절 황교안 대표 때와 같이 무작정 장외로 나서봤자 비용 문제와 인력동원 등으로 당내 갈등뿐 아니라 대안 없이 반대만 하는 정당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김종인 비대위'가 무리한 장외투쟁 및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와의 밀착 등이 결국 총선 참패의 배경 중 하나가 됐다는 판단에 따라 구성됐다는 점도 최근 통합당의 '무기력함'을 불러온 원인으로 거론된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전날(30일) 의원총회에서 통합당이 법사위에 주택임대차법에 반발하며 퇴장한 뒤 최재형 감사원장이 민주당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것을 언급한 뒤 "기회가 있을 때 최선을 다하자. 헌법과 국회법 내에서 최대한 우리 주장을 밝히되 겸손하고 오만하지 않게 막말이란 소리를 들리지 않게 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국회 내에서의 폭력이나 물리적 의사진행 방해 등을 엄격하게 처벌하도록 한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과거처럼 몸싸움이라도 벌여 표결 강행을 저지하는 것마저 불가능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당이 합법적인 틀 안에서 필리버스터와 안건조정위원회 회부 등의 저항수단조차 방기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와 관련, 주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건조정회의는 민주당 측의 주장에 빌미를 제공할 여지가 있고, 하루 정도밖에 지연 효과가 없다고 봤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안건조정회의까지도 무력화한다는 비난을 받도록 하는 게 맞는지 고민했다"며 "또 필리버스터는 180명이 넘으면 하루 만에 중단된다. 그런데 필리버스터를 매번 발동하고 남용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냐"고 해명했다. 

각종 수단을 동원해도 수적 우위를 앞세운 민주당을 결국에는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굳이 민주당에 '발목잡기'라는 역공을 당할 수 있는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퇴장하고 있다. 2020.7.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퇴장하고 있다. 2020.7.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한 초선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통합당이 무력하다는 지적에 대해 "무력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 가서 불이라도 질러야 하냐"며 "무력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통합당이 다시 밖으로 나가면 구태의연하다고 할 것이고 원내에만 있으면 무력하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우리는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의정활동을 해 (민주당의 부당함을 알리는) 기록을 남겨 나중에 통합당의 비판이 있었고, 민주당이 무리한 법안 추진을 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3선 의원은 "우리가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숫자가 부족한 것이다"며 "필리버스터 등을 해서 법안 처리를 막아도 문제다. 민주당이 강행하면 통과될 법이기 때문에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지연하면 민주당은 발목을 잡는다고 할 것이다. 그런 얘기를 들을 필요는 없지 않냐"고 했다. 

이에 통합당이 원내에서 할 수 있는 투쟁 방안으로는 현재와 같은 상임위 참석 후 민주당에 대한 의사 보이콧, 상임위별 복수 법안소위 구성을 통한 일방적인 의사진행 제어 등도 거론되지만 이마저도 여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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