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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냥이 급식소’ 두고 캣맘-주민 갈등…"공존 방법 찾아야"

주민들 고양이 울음소리 등 피해 호소…소송 경고까지
남구청, 급식소 사유재산…철거 근거 없어

[편집자주]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주택가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돼 있다.2020.07.31/뉴스1 © News1 이유진 기자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주택가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돼 있다.2020.07.31/뉴스1 © News1 이유진 기자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주택가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두고 캣맘과 주민들 사이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캣맘이 설치한 길고양이 급식소에 고양이들이 모여들면서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취재진이 확인한 길고양이 급식소 사료통에는 고양이들이 먹다 남긴 사료가 남아 있었다. 급식소에 붙어 있는 스티커에는 '민사소송 가기 전에 철거 좀 부탁드린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어 갈등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고양이 울음소리와 더러워진 주변 환경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주민이 한두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밤만 되면 고양이들이 시끄럽게 운다. 특히 짝짓기 철이 되면 밤새도록 울어서 잠을 못 이룰 정도다"며 "먹이를 주면서 고양이를 유인하는 느낌이다"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만난 또 다른 주민 A씨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주택가 말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옮겨 갔으면 한다"며 "고양이를 내쫓자는 게 아니라, 굳이 주택가에 고양이 급식소를 둬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주택가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돼 있다.2020.07.31/뉴스1 © News1 이유진 기자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주택가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돼 있다.2020.07.31/뉴스1 © News1 이유진 기자
  
길고양이들은 이 지역 일대가 재개발 공사에 들어가면서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 급식소를 설치하고 사료를 제공해온 해당 캣맘은 다른 지역에 살고 있어 만나기가 어려워 해결책도 요원한 상황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최근 길고양이 관련 민원전화만 하루에 10~20통이 오지만, 해결책을 제시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는 "해당 고양이 급식소에 관한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위법사항이 아니라 어떤 조치를 취하기가 힘들 뿐더러 급식소가 사유재산이라 무단으로 철거하기도 어렵다"고만 밝혔다.
  
이곳을 지역구로 둔 박구슬 더불어민주당 구의원은 "길고양이로 주민들이 피해를 겪고 있는 부분을 해결해서 주민들이 고양이를 싫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급식소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주변이 더러워지거나 외관상 보기 좋지 않은 부분은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심인섭 대표는 고양이 소음에 대해 “중성화수술을 한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며 “주민들과의 협의를 통해 주택가와 떨어진 곳에 급식소를 설치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부산의 한 캣맘은 급식소를 관리만 잘한다면 오히려 고양이를 싫어하시는 분들을 위한 대책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고양이는 영역동물이기 때문에 한 구역에 사는 개체수가 정해져 있다. 급식소를 없앤다고 고양이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며 “오히려 급식소가 있기 때문에 쓰레기봉지를 뒤지는 고양이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중성화수술을 통해 개체수를 조절하고 울음소리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사람과 고양이가 공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급식소는 필요할 수밖에 없고, 급식소 관리에 대한 부분은 캣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주택가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돼 있다.2020.07.31/뉴스1 © News1 이유진 기자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주택가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돼 있다.2020.07.31/뉴스1 © News1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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