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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2500억 계약금 장기 소송전 예고…대우조선 9년 걸렸다

아시아나 매각 무산 임박…현산-금호 계약금 소송전 불가피
대우조선 이행보증금 사례…1·2심 산은 '승'-대법 한화 '62% 돌려받아'

[편집자주]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HDC현대산업개발(현산)과 금호산업개발(금호) 간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협상이 노딜(No Deal) 수순으로 향하면서 2500억 규모의 계약금을 둘러싼 법정소송이 예고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계약금 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해양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전은 9년이나 걸렸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전날(3일) 현산이 제안한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거래종결 시한이 아직은 남아있지만 업계에선 아시아나 매각은 무산된 것으로 본다.

관심사는 계약금의 향방이다. 현산과 미래에셋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전체 거래금액(약 2조5000억원)의 10%인 2500억원을 계약금으로 지불했다.

양측은 이미 명분 쌓기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였다. 협상이 공식적으로 무산되지 않았지만 이동걸 산은 회장은 계약금 반환 소송을 의식해 현산 책임론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금호와 산은 측은 하등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계약 무산의 모든 책임은 현산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산의 주장은 상당 부분 근거가 없고 악의적으로 왜곡됐다고 보고 금호는 신의성실에 입각해서 (협상 과정에서) 최선의 노력을 했다"며 "계약 무산과 관련해선 현산이 제공한 원인 때문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한 "본인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것이 맞다"며 "현산이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계약금 반환 소송은 없으리라고 기대한다"고도 했다.

이 회장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현산은 계약금 반환 소송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산은 그간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하면서 협상이 지연된 데 대한 책임이 금호산업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시아나의 부채는 5개월 만에 4조5000억원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말 기준 1만6126%로 급증했다. 자본총계도 지난해 6월말 대비 1조772억원 감소해 자본잠식이 심각하다.

이에 현산은 재실사를 통해 △2019년 반기 재무제표 대비 부채와 차입금의 급증 △당기순손실의 큰 폭 증가 △2020년 큰 규모의 추가자금 차입 △영구전환사채 신규발행이 매수인의 사전 동의 없이 진행된 점 △부실 계열에 대규모 자금지원이 실행된 점 △금호티앤아이 전환사채 상환 관련 계열사 부담 전가 등을 다시 점검하겠다고 했다.

또한 지금까지 15차례나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 재점검이 필요한 세부사항을 금호산업 등에 전달했지만 기본적인 계약서조차 제공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과거에도 인수 무산에 따른 계약금 반환 여부를 놓고 공방이 있었다. 산은과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에 대한 이행보증금 반환 문제를 놓고 기나긴 법정공방을 벌인 것이다. 

지난 2008년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나섰고 한화그룹이 우선협상권을 확보했다. 양측은 이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한화는 이행보증금 명목으로 3150억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결국 대우조선해양 매각 계약은 무산됐다.

한화는 결국 이행보증금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 한화는 보증금의 반환 근거로 MOU 약정에서와 달리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확인 실사를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화는 MOU를 체결한 후 실사단을 구성해 3~4주간에 걸쳐 정밀실사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고용보장, 종업원 보상 등을 요구하면서 실력저지에 나섰고 결국 실사는 무산됐다.

1심과 2심에선 한화그룹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대법원에서 원심을 깨고 이행보증금 일부를 돌려주라고 판단했다. 이행보증금 몰취를 '위약벌'로 볼지, '손해배상액 예정'으로 볼지를 놓고 하급심과 대법원은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위약벌은 채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손해와 상관없이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내는 벌금이다. 손해배상액 예정은 채무불이행이 있었을 때 채무자가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을 당사자 사이에 예약으로 미리 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1·2심 재판부는 MOU 해제의 책임이 한화에 있다고 판단하면서 이행보증금이 위약벌에 해당한다고 봤다. 반대로 대법원에선 이행보증금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고 전액을 몰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법원은 당초 확인실사를 한 후 최종계약을 하기로 했다가 산은의 요구로 확인실사와 관계없이 최종계약을 체결하기로 거래구조가 바뀌었음에도 매도인의 책임면책 등 한화에 불리한 종전 규정은 유지된 점도 고려했다. 결국 산은은 한화그룹에 3150억원의 이행보증금 중 62%에 달하는 1951억원을 돌려줬다.

현산과 금호 및 산은이 협상 과정에서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던 점을 감안할 때 아시아나 매각 불발에 따른 계약금을 둘러싸고도 장기전이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당시에도 한화는 산은 등과 9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2018년 이행보증금의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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