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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 폭우로 비상…황강댐 방류 계기로 南과 연락선 가동할까

北, 7월부터 세 차례 무단 방류…남북 합의 위반 논란도

[편집자주]

경기 연천군 군남면 군남홍수조절지의 수문 모습. 북한에서 황강댐을 방류하면 우리 측에서는 이 수문을 개방해 수위를 조절한다. © News1 신웅수 기자
경기 연천군 군남면 군남홍수조절지의 수문 모습. 북한에서 황강댐을 방류하면 우리 측에서는 이 수문을 개방해 수위를 조절한다. © News1 신웅수 기자

북한이 지속되는 폭우로 인해 황강댐 물을 방류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이를 계기로 남측과 끊어진 연락선을 재가동할지 관심이다.

4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기상수문국(기상청)의 통보를 인용해 전날(3일) 밤부터 오는 6일 오전까지 대부분 지역에 폭우를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평안남북도, 황해남북도, 개성시와 자강도 남부, 강원도 내륙 일부 지역에 폭우, 많은 비 특급경보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전날 지속적으로 폭우가 내리자 황강댐 수문을 열고 물을 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과 정보당국 등은 전날 오후를 기준으로 임진강 상류의 황강댐 수문 일부를 개방해 물을 방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북한은 지난 6월 단행한 군 통신선 단절로 인해 황강댐 수문 개방 사실을 남측에 통보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009년 북한은 황강댐 물을 예고 없이 방류해 경기 연천군에서 우리 국민 6명이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남측에 수문 개방 사실을 통보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북측은 지난 2010년 7월 집중호우가 내렸던 당시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방류 가능성을 미리 통보한 바 있다.

하지만 전날 북한은 남측에 별다른 언급 없이 수문을 개방해 물을 방류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7월부터 3차례 무단 방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3차례의 수문 개방에도 북한은 사전 통보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6월 북한이 대남 사업을 '대적(敵) 사업'으로 전환하며 모든 통신 연락선을 차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도 방류 수위를 조절해 우리 측에 피해가 없도록 신경 쓴 흔적이 엿보인다. 3차례의 방류에도 우리 측에서 확인된 피해 사실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일부 지역에 호우 관련 특급경보를 발령한데다 최대 500mm 이상의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가로 황강댐 수문을 개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집중호우로 인해 황강댐의 방류량이 일시에 급격하게 늘어날 경우 남측의 피해도 우려된다. 일각에선 이 때문에 북측이 방류 문제를 두고 우리 측에 연락을 해 올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한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 폭우와 관련해 당 중앙 차원의 회의를 소집해 비상대책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연락선 가동이 주목된다.

지난해에도 김 위원장은 태풍 피해 대비를 위해 중앙군사위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이 자연재해 대비를 위해 중앙군사위를 소집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었다. 북한이 자연재해 피해에 대해 민감하게 대처하기 시작한 흔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남북 간 교착상태 속에서도 금강산 관광지구의 남측 시설물 철거를 지시하면서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라"라고 양측의 '협의'를 강조한 만큼, 이번 집중호우 국면에 대응하면서도 황강댐 방류 등 남북 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남측에 통보 후 방류를 지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정부는 북한이 황강댐을 방류할 경우 남북 간 사전 합의대로 우리 측에 통보가 필요하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북은 지난 2009년 10월 임진강 수해 방지 관련 남북 실무회담에서 북측이 황강댐을 방류할 경우 사전에 통보하기로 합의했다"며 "남북 간 합의사항은 반드시 이행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남북관계가 복원되면 재난·재해 분야에서 남북 간 협력을 본격 추진해 나갈 것"이라면서 "현재 정치·군사적 냉각 국면으로 인해 자연재해 협력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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