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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 입법독주로 7월국회 마침표…무력한 野 '윤희숙 효과'에 희망

지난달 30일 이어 4일 마지막 본회의서 다주택자 증세·공수처 후속법 등 입법 강행
민주, '시급성' 앞세워 부동산 입법 등 강행…통합, 저지 수단 없어 '본회의 자유발언' 등으로 여론전

[편집자주]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후보추천위원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0.8.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후보추천위원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이 가결되고 있다. 2020.8.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국회가 4일 오후 7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 법안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 입법 등 18개 법안을 야당의 반발 속에 처리했다.

이로써 176석 거대 여당이 등장한 21대 국회의 첫 임시국회였던 7월 국회는 제1야당을 배제한 여당의 입법 독주라는 불명예 평가를 남긴 채 마무리됐다. 

민주당은 부동산 법안의 시급성과 '일하는 국회'를 내세워 통합당을 '발목잡기' 세력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토론을 통한 여야 협의 처리라는 국회의 운영 방식을 정면으로 거스른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치열한 원구성 협상이 끝내 여야의 접점을 찾지 못해 18개 상임위원장을 여당이 독식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질 때부터 국회의 파행은 예고됐다.

민주당은 '상원' 역할을 해오던 법제사법위원회를 더이상 야당에게 내주는 관례를 용인할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반발한 미래통합당은 7석의 상임위원장을 제안한 민주당에 "차라리 다 가져가라"고 배수진을 쳤고, 이는 현실이 됐다. 

결국 상임위원장 의사봉을 모두 차지한 민주당은 각 상임위별 넉넉한 과반 의석을 무기로 통합당의 반발에도 아랑곳없이 속속 법안을 처리했다. 

이에따라 여당은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전월세 계약 4년(2+2년)을 보장하고 임대료 상승률을 5%로 제한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을 처리한 데 이어, 이날 마지막 본회의에서 주요 부동산 관련 법안들을 비롯해 18개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부동산 대책 역풍과 맞물려 찬반 논쟁이 거셌던 '임대차 3법'과 다주택자 증세 법안들은 통합당 의원들의 반대토론과 표결 불참 속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세법 개정안으로는 다주택자의 부동산세율을 최고 6%까지 올리는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안', 법인세율을 최고 20%까지 올리는 '법인세법 일부개정안', 2년 미만 단기 보유 주택 및 다주택자의 조정지역 내 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을 올리는 '소득세법 일부개정안' 등이 통과되면서 여당은 '부동산 국회'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임대차 3법 중 하나로 전·월세신고제의 근간이 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도 통과되며 임대차3법이 모두 시행만을 남겨두고 있다. 임대차 3법은 주택임차인 보호에 맞춰진 입법이며, 다주택자 증세 법안들은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익의 상당 부분에 세금을 부과해 부동산 투기 수요를 꺾겠다는 당정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민주당으로서는 '집값과의 전쟁'을 잡겠다는 방침이 확고했기에, 7월 임시국회를 최대 성과로 자축하는 분위기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를 마친 후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0.8.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를 마친 후 동료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0.8.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은 투기 근절과 부동산 시장 안정에 분기점이 되는 날"이라고 자평했다. 윤호중 법사위원장도 전날 법사위 회의에서 산회를 선포하며 "오늘은 대단히 역사적인 날이며, 역사서에 대한민국 국민이 평생 집의 노예로 사는 것을 벗어나서 대한민국 경제에 주인이 되기로 결정한 날로 기록되길 바란다"고 감격을 나타냈다.

이로써 마침표를 찍은 7월 임시국회는 176석 거대 여당의 수적 우위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가늠해보게 했다.

여당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입법과제는 야당의 반발과 관계없이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경고'를 현실로 분명하게 보여줬다. 야당이 '군사작전이냐', '의회독재'라고 저항했으나 여당은 아랑곳없이 밀고 나갔다.

민주당은 통합당을 수적 우위로 압도하며 여야 극렬 대치 가운데 기립표결을 하거나, 통합당 의원들의 항의 퇴장 후 여당과 열린민주당이 함께 법안을 단독 처리를 하며 입법과제들을 하나하나 관철했다.

야당과 협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며 '입법 독주', '의회 독재' 등의 비판을 받아지만 개의치 않는다는 뜻도 분명히 해왔다. 부동산 대책 등 민생현안이 시급하기에 통합당의 항의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다만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인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의 경우에는 여야 이견을 감안, 전날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안건조정위원회로 넘겨 최대 90일간 숙의하기로 결정하는 등 일부 유연성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의 일관된 슬로건은 '책임지는 집권당의 숙명'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본회의 30분전 의원총회를 열고 "7월 국회는 부동산 안정 국회가 될 것"이라며 "책임있게 행동하고 성과로 평가받는 것이 집권당의 숙명이고 자세"라고 힘줘 말했다.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동료 의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따. 2020.8.4/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동료 의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따. 2020.8.4/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103석의 제1야당 통합당은 21대 국회 시작부터 거대 여당의 압도적인 위세 앞에서 무력함을 절감해야 했다.

통합당은 원구성 협상에서 밀리며 법사위원장직을 사수하지 못한 채 주호영 원내대표의 사의 표명 및 잠행 사태로까지 이어지며 혼란을 겪었다. 그러다 결국 '18개 상임위원장 전석 포기'라는 강수를 뒀다. 

다만 이후의 상황 전개가 여당 주도의 입법 질주로 현실화되었다는 점에서, 모든 상임위원장을 포기한 결정이 전략적 실수가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래도 야당은 과거처럼 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이나 장외투쟁 같은 투쟁 일변도의 대응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내 투쟁으로 방향을 잡은 통합당은 원내에서 여론전을 벌이며 정부 여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법안들의 부당성을 주장했고, 지난달 30일 본회의에서 윤희숙 의원의 '5분 자유발언'으로 이런 전략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한 윤 의원의 현실적이고 생생한 연설은, 막말이나 고성이 없이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부작용을 설득력 있게 지적해 호평을 받았다.

이른바 '윤희숙 효과'에 희망을 본 통합당은 그간 고수해온 고성 항의와 퇴장 전략에서 진전된 모습을 보였다.

7월 임시국회 막바지 들어 논리적인 반대 토론의 효과를 체감, 충분한 반대토론으로 여당에 맞서는 한편 상임위에서 여야 이견이 없었던 일부 법안들에는 본회의 표결을 참여하기도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가 끝난 뒤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번 (7월 임시국회) 기간 동안 더불어민주당의 독선·오만·무능을 많이 보셨을 것"이라며 "우리 주장이 옳더라도 힘으로 밀어붙이는 저들 앞에서 무력감·모멸감도 같이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하지만 국민은 현명하고, 어떤 정책이 나라와 국민에 더 도움 되는지 잘 알고 계실 것이라 믿는다"며 "우리가 더 노력해서 실력을 갖추고 국민에게 간곡히 말씀드리면 비록 숫자는 적더라도 국민의 힘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토론을 하고 있다. 2020.8.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8차 본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토론을 하고 있다. 2020.8.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향후 여야 정국은 국민 여론에 따라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뿐 아니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두고 여야 극한 대치가 점쳐지는 가운데, 여당 입법 독주'에 대한 국민의 지지 혹은 반대 여론에 따라 여당은 입법 속도를, 야당은 공세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처리한 부동산 입법과 관련해 지지와 비판 의견이 팽팽했다. 어느 쪽 손도 확실히 들어주지 않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31일 범여권 주도로 임대차 3법 중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된 데에 대한 생각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8.6%는 '표결에 따른 정상적 결정이었다'고 응답했고, 46.5%는 '야당을 배제한 일방적 결정이었다'고 답했다.(YTN의뢰, 만18세 이상 성인 5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뉴스1과 만나 "소수파는 다수파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고, 다수파 역시 소수파가 국민에게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할 시간을 줘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며 "다만 부동산 대책과 같은 시급한 민생현안에서는 통합당의 생떼를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 우리 당의 명확한 입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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