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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만가구 중 7만가구, 사실상 허수…정부 주택공급 '희망회로'

공공 재건축 민간 '시큰둥' 재개발도 글쎄…7만가구 '기대치'
文 '발굴' 주문에 한 달만에 부랴부랴 대책 마련…"설익은 대책"

[편집자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확대 테스크포스(TF) 회의결과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2020.8.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공급확대 테스크포스(TF) 회의결과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2020.8.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정부가 8·4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을 마련했지만, 그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공급 물량 13만2000가구 중 7만가구는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으면 불가능한 숫자로 사실상 '허수'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와서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에 정부가 허겁지겁 설익은 대책을 내놓았다고 꼬집었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2일 문재인 대통령이 수도권 주택 공급 '발굴' 발언 이후 한 달여만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13만2000가구의 공급 계획을 밝혔으며 구체적으로 △노원구 태릉골프장 등 신규 택지 3만3000가구 △3기 신도시 등 용적률 상향 및 고밀도 개발 2만4000가구 △공공 재건축 등 7만가구 △도시규제 완화 5000가구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공공 재건축(5만가구)과 공공 재개발(2만가구)이다. 이번 공급 대책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공공 재건축과 공공 재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참여하는 정비사업이다. 용적률 완화와 최고 50층 허용 등 혜택을 주는 대신 늘어난 개발 이익의 절반 이상을 공공주택 형식의 기부채납으로 환수할 계획이다.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뉴스1 자료사진)©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뉴스1 자료사진)© News1 이성철 기자

공공 정비사업은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이 아니다. 민간이 LH와 SH공사의 참여 여부를 결정해 추진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제도를 마련해도 민간의 호응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특히 5만가구에 달하는 공공 재건축은 허수에 가깝다. 사업 초기 단계 재건축 단지에 혜택을 주지만,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꺼려 공공 재건축 참여 아파트는 거의 전무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압구정 등 강남권과 여의도, 목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 문의한 결과 관심이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강남권 A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50층으로 올려봤자 임대주택만 잔뜩 더 들어올 텐데 소유주들이 반기지 않을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검토는 해보겠지만 참여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5만가구를 기대치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가 5만가구로 발표한 것은 서울 사업시행인가 이전 재건축 단지(약 26만가구)의 20%가 참여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김흥진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공공 재건축을 하더라도 모든 단지가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재건축 초기 단계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고 20%가 참여한다는 가정 아래 나온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정 비율이 참여한다는 가정 아래 5만 가구를 보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공공 재개발은 이미 정부가 종상향, 분양가상한제 제외 등 기존 혜택을 발표했으나, 아직 참여가 저조한 상황이다. 이번 대책에서 뉴타운 해제 지역도 공공 재개발이 가능하도록 했으나, 얼마나 참여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설익은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부동산을 두고 민심이 급격하게 악화하는 가운데 짧은 시간 안에 기대 이상의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다소 무리수를 뒀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원한 한 경제학 교수는 "5월 공급 대책이 있은 지 3달이 채 지나지 않았고, 대통령 한마디에 한 달 만에 대책을 마련했다"라며 "50층 허용 문제도 서울시와 사전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민심이 악화하면서 허겁지겁 (대책을) 마련하느라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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