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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 "역성장 폭 더 클수도…실물부진-자산버블 괴리 우려"

한은 금통위 7월 16일 정례회의·17일 임시회의 의사록 공개

[편집자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2020.5.28/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2020.5.28/뉴스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이 지난달 16일 열린 7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50%로 만장일치 동결하면서 수출 부진에 따라 올해 하반기 경기가 크게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일부 금통위원들은 수출 감소로 '마이너스' 성장 폭이 당초 예상보다 커질 것을 우려했다.

한은 금통위원 전원은 실물경제 부진 속 부동산 등 자산가격 과열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실물경제와 자산가격의 간극이 벌어져서 조정이 발생할 경우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금통위는 4일 '2020년도 제15차(16일 정례회의)·제16차(17일 임시회의)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공개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달 16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50%로 동결했다.

앞서 금통위는 2019년 7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3년1개월 만에 내리면서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했다. 이후 같은해 10월 연 1.50%에서 1.25%로 한차례 더 내렸다. 지난 3월 코로나19발 금융시장 패닉을 진정시키기 위해 임시 금통위까지 열며 빅컷(0.50% 인하)을 단행한 뒤 지난 6월 0.50%로 한 차례 더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더 이상 내리면 부작용이 커지는 실효하한 수준에 도달하면서 동결 기조가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A금통위원은 "우리 경제는 정부지출 확대에도 불구하고 민간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특히 수출의 큰 폭 감소로 마이너스 성장 폭이 예상보다 커질 전망"이라며 "글로벌 교역의 코로나19 충격이 당초 전망보다 컸던 데다 지정학적 갈등이 가세함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이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실물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한 반면 주가와 주택가격 등 자산가격의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자산가격 과열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우려가 커졌다"면서 "늘어난 유동성이 생산유발효과가 낮은 부동산, 임대업 등의 부문으로 배분되면서 금융의 생산성 저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A금통위원은 "민간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자산가격 상승세가 빨라졌으나 기업대출시장과 회사채시장에서의 신용경계감은 여전해 기업의 재무상황과 신용위험에 따른 차별화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면서 "금융중개기능이 보다 원활히 작동하도록 보완적 통화정책수단을 활용하는 한편 자산가격 관련 거시건전성정책의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B금통위원은 "현재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세계교역 증가율 등을 고려할 때 세계경제의 빠른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이며, 이는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하반기 이후 민간소비와 수출의 개선속도는 더딜 것으로 생각되는데, 특히 향후 수출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주로 반도체 등 IT부문에 의존하고 있어 과거 지나치게 반도체부문 성장에 기대었던 우리 경제 모습이 재연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물경제와 괴리되어 움직이는 금융시장 동향은 실물경제에 대한 시장의 낙관적 기대가 급격히 조정될 경우 오히려 향후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한다"고 했다.

C금통위원은 "최근 국내경제 상황을 보면 민간소비가 반등하고 있으나 수출의 큰 폭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을 반영해 성장률을 하향조정한 지난 5월의 전망보다도 부진한 모습"이라고 했다. 

금융시장과 관련해서는 "한은은 코로나19 확산 직후부터 이러한 실물경제 부진과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해서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내리고 유동성 공급을 늘려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적극적으로 확대해 왔다"며 "그 결과 시장금리와 금융권 여수신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고 민간신용과 시중유동성 증가세가 크게 확대됐으며 주가도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등 금융상황이 크게 개선됐다"고 했다.

다만 "최근 주택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가계대출 증가세도 다시 확대되는 등 금융불균형 우려가 증대되고 있다"면서 "경기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제 펀더멘털과 부합되지 않게 자산가격이 고평가되거나 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급작스러운 조정의 위험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고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D금통위원은 "지난 3월 이후 두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와 다수의 유동성 공급 확대 조치 등을 취한 결과 현재 시중에 충분한 유동성이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들어 가계신용을 비롯한 민간신용이 빠르게 증가해 왔으며, 자산시장에 유동자금 유입의 확대가 지속되고 있어 미래 금융안정을 저해할 잠재적 요인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지적했다.

E금통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은 어느 정도 정점을 지난 것으로 판단되지만 향후 회복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아 보인다"며 "중국에서의 산업생산이 빠르게 증가하고 미국과 유로지역의 소비지출도 지난 2분기 중반 이후 반등하는 등 실물경제의 부진은 일부 완화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경제활동의 단계적 재개에 따른 기술적 반등, 억눌렸던 수요(pent-up demand)의 회복, 다양한 정책적 지원 등이 함께 작용한 데 크게 힘입은 것"이라며 "의미 있는 회복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확신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금통위원은 "국내경제는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인한 소득효과의 소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방역조치 강화 가능성, 반도체가격 하락세 등을 고려해볼 때 하반기 경기회복의 강도가 지난 5월 전망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비우량회사채에 대한 수요와 중소업체로의 여신 공급은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고 추경을 위한 국채발행 과정에서 구축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에 시장금리가 다시 상승하거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위험 금융상품이 많지 않은 국내 금융환경에서는 시중유동성이 주식과 같은 고위험 금융자산이나 부동산에 과도하게 유입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자산가격과 실물경제 간 괴리가 지나치게 커지거나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를 자극할 경우 금융취약성 정도를 높이면서 중장기 성장경로를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F금통위원은 "국내경제의 경우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와 각종 심리지표가 회복의 신호를 보여주고 있지만, 감염병 재확산의 우려 속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여전히 강조되고 있어 회복의 속도는 매우 완만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실물경기의 회복세가 충분히 확인될 때까지 현재의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가운데 필요시 국고채 매입 규모를 확대하면서 시장 전반의 금리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7월 정례회의 다음날인 지난달 17일 임시회의를 열고 지난 5월 4일 신설한 총 10조원 규모의 금융안정특별대출 운용기한을 기존 8월 3일에서 11월 3일로 3개월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금융안정특별대출은 한은 금통위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증권사나 보험사의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대출해주는 제도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회사채 발행 및 유통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안전망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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