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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공화국]⑤치킨집, 누군 '대박' 누군 '쪽박'…도대체 왜?

'연매출 30억' 사장 "비결은 진심"…옳은 말 했다가 폐업당하기도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치킨공화국이다. 전국에 3만6000개가 넘는 치킨집이 성업 중이고 전체 프랜차이즈의 20%가 '치킨'이다. 상대적으로 창업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탓에 퇴직자들이 '제2의 인생'을 꿈꾸는 공간이기도 하다. 배달대행 1순위 역시 치킨이다. 하지만 계속 오르는 치킨값은 어느덧 가볍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국민간식'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다. 특히 치열한 경쟁을 감당하지 못한 채 '대박'의 꿈이 '쪽박'으로 끝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치킨공화국의 현주소를 다각도로 조명해 봤다.

차영수 BHC 월곡점 점주가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BHC 월곡점에서 뉴스1과 인터뷰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8.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차영수 BHC 월곡점 점주가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BHC 월곡점에서 뉴스1과 인터뷰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8.5/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맛집은 망하지 않는다'

요식업계에 십계명처럼 내려오는 격언이다. 맛으로 소문난 집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골목식당을 찾아다니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항상 강조하는 것도 바로 '맛'이다.

음식집에서 맛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사정이 좀 다르다. 프랜차이즈의 맛은 본사가 결정한다. 같은 간판을 달았다면 똑같은 맛을 내야 한다.

치킨집이 그렇다. 똑같은 치킨을 만들어도 주문이 쏟아지는 가게와 망하는 가게의 운명이 엇갈린다. 대박과 쪽박 사이에는 '맛' 외에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소리다.

치킨 회사가 알려주지 않는 대박집과 쪽박집 사이 '한 끗'을 들여다봤다.

◇연 매출 30억 '대박집' BHC 월곡점…"비결은 '진심 경영'이죠"

"프랜차이즈 레시피는 절대 건드리면 안 됩니다"

차영수 BHC 월곡점 가맹점주(52)는 '맛의 비결이 무엇이냐'는 말에 "맛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차씨의 대답은 퍽 의외다. 그가 운영하는 BHC 월곡점은 국내 치킨집을 통틀어 1, 2위를 다투는 '대박집'이다. 월평균 매출액만 2억5000만원, 하루 주문량은 400건에 달한다.

BHC 전국 가맹점 평균 연매출(3억2823만원)보다 10배 많은 수준이다. 업계 최고 수준인 교촌치킨 가맹점 평균 매출액(6억1827만원)보다도 5배 가까이 장사가 잘되는 '진짜 맛집'이다.

숨겨놓은 '비밀 레시피' 하나쯤 있을 법도 하지만, 그는 "가맹본부가 개발한 레시피를 제대로 지키면 맛은 무조건 보장된다"면서 "진짜 대박이 나는 비법은 손님을 대하는 '진심'에서 나온다"고 단언했다.

차씨가 시작부터 대박을 친 것은 아니었다. 그는 11년 전 서울 성북구 월곡동에서 BHC 가맹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BHC가 제너시스BBQ의 자회사로 있던 시절이었다. 그는 "고객들이 BHC를 보고 '비비큐네'라고 할 정도로 인지도가 형편없었다"며 "하루 매출은 고작 18만원, 그마저도 15만원은 (사이드메뉴인) 콜팝치킨이었다"고 회상했다.

차씨도 처음에는 '맛집 비법'을 찾아 헤맸다. 장사가 잘된다는 매장은 모조리 찾아갔다. 그는 "누구는 코팅을 한 번 더 올리고, 누구는 양념을 더 진하게 만드는 '특제 레시피'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며 "본사가 정한 매뉴얼에 따라 제때 기름을 갈고 정량으로 닭을 튀겨낼 때 가장 맛있는 맛이 나왔다"고 귀띔했다.

차씨는 "맛집이 되려면 스스로에 정직하고, 고객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비용을 줄이려고 버려야 할 기름으로 치킨을 튀기는 집이 상당히 많다"며 "고객의 입맛은 그 미세한 맛의 변화를 곧바로 알아차리고, 한번 이미지가 나빠지면 되돌릴 수 없다"고 경고했다.

TV광고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문화가 퍼진 만큼 한 번 '별로다'라는 인식이 생기면 삽시간에 소비자가 대거 이탈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설명이다.

차씨는 "소비자로부터 민원이 들어오면 따지지 않고 바로 환불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미 맛없는 치킨을 받았는데, 같은 집에서 다시 튀긴 치킨이 맛있을 리가 있겠나. 그보다는 진심으로 사과하고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진심 경영'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제는 BHC 월곡점 치킨을 맛보기 위해 전라남도 광주에서 올라오는 손님까지 있을 정도다. 차씨는 "꿈이 있다면 매장에 오는 손님 10명 중 6명을 단골로 만드는 것"이라며 "'치킨은 BHC 월곡점에서 먹어야 한다'고 말하는 손님이 한 분이라도 있다면 망할 리가 있겠나"고 빙긋 웃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잘 나가던 치킨집 사장의 눈물…"옳은 말 한 대가가 '폐업'이라니"

대박 난 치킨집이 있으면 망하는 치킨집도 있다. 폐업에 들어서는 길은 무궁무진하다. 맛이 없었거나, 고객 관리를 제대로 못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국내 치킨 전문점의 평균 매출액은 1억3108만원, 영업비용은 1억1747만원으로 집계됐다. 연 매출의 90%가 인건비, 임차료, 배달료, 원·부자재 등 비용으로 나간다는 소리다.

하지만 현실은 치킨집 10곳 중 3곳 이상은 한 해 꼬박 벌어도 손해만 남는 '한계 자영업'으로 나타났다. 전국 치킨집 3만8099곳 중에서 매출 1억원 미만은 총 1만3012곳(34.15%)이었다. 연 매출 1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의 '대박집'은 418곳으로 1% 수준이었다.

장사가 안돼서 망하는 것은 도리가 없지만, 본사의 '갑질'로 멀쩡한 가게가 하루아침에 닫는 경우라면 얘기가 다르다.

박은수씨(가명)는 10년 넘게 수도권에서 대형 치킨프랜차이즈 A사 가맹점을 운영하다 최근 문을 닫았다. 맛이 없었던 것도, 고객을 함부로 대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박씨 가게에는 단골이 끊이질 않았다. 이유는 한 가지. 본사가 '가맹계약 갱신요청'을 거절한 것이다.

박씨는 A사의 '삐져나온 송곳'이었다. 프랜차이즈업계의 암묵적인 관행인 '물품 강매'에 반기를 들었다. 수년 전부터는 A사 가맹점주들로 구성된 협의회에 가입해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물품강매'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병 중 하나다. 국내 대부분의 외식업 가맹본부는 가맹점에 원·부자재를 팔아 얻는 '유통마진'(차액가맹금)으로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창출한다.

차액가맹금이란 가맹점주가 가맹본부로부터 공급받는 상품에 대해 가맹본부에 지급하는 대가 중 적정한 도매가격을 넘는 대가를 말한다. 예컨대 가맹본부가 생닭을 5000원에 사서 가맹점에 1만원에 공급하면 차액인 5000원이 차액가맹금이 된다.

박씨는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구매를 요구할 수 있는 원부자재 범위나 마진율이 사실상 '깜깜이'로 이뤄졌다"며 "생닭이나 상호가 들어간 포장재뿐만 아니라 전단지, 수제 맥주, 심지어 젓가락까지 끼워서 강매했다"고 꼬집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17년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치킨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연 매출의 27%를 차액가맹금으로 벌어들여 전 외식업종 중 가장 높은 마진율을 기록했다. 치킨집들이 '줄폐업'을 하는 상황에서도 치킨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매년 고속성장을 이어간 이유다.

결국 공정위는 지난해 프랜차이즈 본사가 정보공개서에 차액가맹금을 표시하도록 법을 개정했지만,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물품 강매'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박씨에게 돌아온 것은 '가맹계약 갱신 거절'이었다. 현행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3조는 가맹점이 본사에 가맹계약 갱신을 요청할 수 있는 기한을 10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10년 이상 된 가맹점은 본사의 판단에 따라 폐점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박씨는 "물품 강매 관행을 지적한 것에 대해 미운털이 박혀 보복을 당한 것"이라며 "A사는 갱신 거절에 대한 어떠한 사유도 밝히지 않고 일방적으로 가게를 폐점시켰다"고 하소연했다.

차액가맹금과 달리 '가맹계약 갱신청구권'에 대해서는 아직 법 개정 논의가 없다. 공정위는 지난해 10년 이상의 장기 가맹점도 중대한 귀책 사유가 없다면 가맹본부가 계약 연장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아직 실태조사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가맹계약 갱신을 거절당한 자영업자가 기댈 수 있는 곳은 법원뿐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10년이 된 가맹점은 장기점포로 볼 여지가 있다"며 "장기점포에 대한 갱신 거절권까지 제한한다면, 역으로 가맹본부에 부당한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역대 국회마다 가맹점사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기한을 연장하는 개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현재는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가맹계약 갱신청구권 20년'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박씨는 "자영업자 10년이면 막 사업 기반을 다지기 시작할 시점"이라며 "자영업은 죽을 때까지 하는 것인데 멋대로 정년을 10년으로 정해놓는 것은 어느 나라 법이냐"고 토로했다. 이어 "치킨집이 망하는 길은 여러 가지지만 이렇게 억울한 사연도 있다는 것을 국가에서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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