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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힘 다해 복구하는데"…구례 주민들, 태풍 북상에 '망연자실'

"복구해야 하는데 다시 폭우…일손 안잡혀"

[편집자주]

제5호 태풍 ‘장미’가 북상하고 있는 10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에서 상인들이 침수 피해를 입은 상가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2020.8.10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제5호 태풍 ‘장미’가 북상하고 있는 10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에서 상인들이 침수 피해를 입은 상가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2020.8.10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물이 좀 빠져 복구를 해야 하는데 다시 폭우가 내리니 정말 미칠 지경입니다. 비닐하우스 위에 찌든 흙탕물은 빗물과 쏟아지고, 바닥은 진흙탕이 돼 걷기도 힘듭니다."

섬진강 범람으로 시설하우스 침수 피해를 입은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 주민들이 이번에는 북상하는 5호 태풍 '장미'가 몰고 온 폭우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10일 오전 양정마을. 비닐하우스에서는 쏟아지는 빗물이 누런 폭포수를 이뤘다.

이곳은 이틀전 비닐하우스 꼭대기까지 황톳물이 넘쳤던 곳이다. 일요일인 9일 하루종일 햇빛이 내리쬐며 비닐하우스 위와 안의 진흙은 말라붙었다.

주민들은 이날 오전 일찍 비닐하우스에 나와 침수된 농작물을 정리하고 여기저기 어지럽게 널려있는 쓰레기들을 치우는데 구슬땀을 흘렸다.

하지만 이날 오전 9시쯤부터 태풍이 몰고온 비가 내리기 시작하며 주민들은 이틀 전의 악몽을 다시 떠올렸다.

비닐하우스 입구에서 쓰레기를 정리하던 한 주민은 "비가 그쳐야 더 이상 피해가 없을텐데 또 다시 태풍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해 걱정"이라며 "해야할 일은 많은데 정리는 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애꿎은 하늘을 쳐다봤다.

건너편 하우스에서 비옷을 꺼내입던 한 주민은 "우리 마을은 집도 잠기고 기르던 소들도 이번 홍수에 폐사해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다들 죽을 힘으로 복구현장에 나왔는데 또 다시 태풍이 몰려오고 있어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봉사활동을 위해 양정마을을 찾은 전남 무안군의용소방대원 20여명도 처참한 마을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의용소방대원 신옥미씨(54·여)는 "마을이 모두 물에 잠겨 너무나 큰 피해를 입은 것을 보니 안타깝다"며 "작은 힘이나마 수재민들을 돕기 위해 멀리 무안에서 급히 달려왔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은 각자 조를 나눠 침수된 주택에서 각종 가재도구를 밖으로 끄집어 내고, 집안에 어지럽게 널린 쓰레기를 치웠다.

양정마을은 전체 115가구 중 50여 농가에서 소 1500여 마리와 돼지 20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30여 농가는 시설하우스 농사를 짓는다.

방재당국은 이번 집중호우로 양정마을에서 400여마리의 소가 폐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9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 일원이 누런 황톳물에 잠겨있다. 구례읍 일원은 대부분 물이 빠졌지만 이곳은 여전히 물에 잠겨 농가들의 걱정을 키우고 있다.2020.8.9 /뉴스 © News1 지정운 기자
9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 양정마을 일원이 누런 황톳물에 잠겨있다. 구례읍 일원은 대부분 물이 빠졌지만 이곳은 여전히 물에 잠겨 농가들의 걱정을 키우고 있다.2020.8.9 /뉴스 © News1 지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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