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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 한국축산데이터 경노겸 "소는 누가 키우나? AI가 키우죠"

CCTV로 개별 가축 활동 감지…질병·왕따 징후 잡아낸다
"3년 안에 국내서 200만 마리 관리 목표…해외도 진출할 것"

[편집자주]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한국축산데이터 제공)© 뉴스1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한국축산데이터 제공)© 뉴스1

"소는 누가 키우냐고요? AI가 키우죠."

인공지능(AI)이 가축을 키우는 시대가 왔다. 경노겸 대표(33)가 이끄는 한국축산데이터는 전문가의 지식과 AI 기술을 통해 가축의 질병을 사전에 예측하고 건강을 관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데이터(D)·네트워크(N)·인공지능(A) 우수사례 기업 중 한 곳으로 이 곳을 선정했다.

한국축산데이터는 축산농가에 설치한 CCTV 영상을 통해 개별 가축의 활동량, 움직임을 AI로 분석, 농장 맞춤형 헬스케어를 제공하는 플랫폼 '팜스플랜'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기존 대비 항생제 사용량을 최대 80% 감소하고 폐사율을 최대 3분의 1수준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고 경노겸 대표는 설명한다.

경 대표는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DNA'(데이터·네트워크·AI) 혁신 사례로 이 기술을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 경 대표는 "이러한(팜스플랜 같은) 기술을 더 개발한다면 전 세계 축산업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고 우리나라가 1등 국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돼지 생체 빅데이터에 기반한 AI 솔루션이 양돈 분야까지 이미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아주 놀랍다"며 "아주 희망적이고 고무적인 일"이라고 화답했다.

◇'잘 먹은' 가축보다 중요한 '잘 관리한' 가축…왕따까지 잡아낸다

팜스플랜은 비대면 농장 모니터링 시스템을 기반으로 가축을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을 지향한다.

수십 수백 마리의 가축을 키우는 농가의 경우 가축의 상태를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고 체크해야 했다면 팜스플랜의 경우 설치된 CCTV를 통해 건강을 체크한다. 팜스플랜을 이용하는 농가는 이를 통해 가축들의 건강 상태를 매일 같이 확인 할 수 있다. 팜스플랜은 또 구체적인 건강 관리를 위해 두 달에 한번씩 혈액도 채취해 분석한다. 수의사는 채취한 혈액으로 담당하는 농가의 현재 상태에 적합한 컨설팅을 제공,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경 대표는 "수천 마리 되는 가축을 한 명이 관리하다 보니 이상 징후를 보이는 가축을 구분하기도 힘들고 10마리, 20마리가 죽고나서야 발견하는 일이 많다"며 "과거에는 가축이 죽고나서야 어떤 질병이 걸렸는지 확인하고 항생제를 처방했다면 팜스플랜은 AI와 혈액채취를 통해 미리 질병을 예방·치료 한다"고 설명했다.

2017년 11월 설립된 한국축산데이터는 경 대표 외에도 서른여명의 수의사들이 가축의 건강과 농가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꾸준히 연구를 진행, 지금의 AI 솔루션이 탄생했다.

돼지 개체 인식화면.(한국축산데이터 제공)© 뉴스1
돼지 개체 인식화면.(한국축산데이터 제공)© 뉴스1

경 대표는 "돼지는 6개월 정도 키우면 도축장에 팔 수 있는 무게가 되는데 기존처럼 관리하면 체급이 불규칙적이라 관리가 어렵다"며 "AI 솔루션으로는 영양이 부족한 돼지나 왕따를 당하고 있는 돼지도 파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AI솔루션을 통해 가축이 건강하게 크는 것은 물론 쓰지 않아도 될 약품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병에 걸리기 직전 이상 징후를 보이는 가축을 파악해 질병을 예방하고 전염병도 예방하는 식이다.

이렇게 건강하게 자란 돼지는 맛도 좋다고 그는 자부한다.

경 대표는 "돼지는 돼지 스트레스 증후군(PSS·Porcine Stress Syndrom)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굉장히 예민한 동물"이라며 "항생제를 맞거나 도축장까지 한 시간이 걸리냐, 두 시간이 걸리냐에 따라 육질 차이가 엄청나다"라고 입을 뗐다.

그는 "고기를 구울 때 처음과 달리 엄청 쪼그라드는 고기는 항생제를 엄청 맞은 고기"라며 "팜스플랜은 항생제를 안 맞는 것이 목표로, 건강관리가 잘 된 만큼 보습력도 좋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축산 농가분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축산업이 가장 타격을 받은 이유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아닌 '이베리코 돼지고기(스페인산 흑돼지) 열풍'이었다"며 "그동안 도토리를 먹여 키운다고 하는 이베리코 돼지 등 좋은 먹거리로 키운 돼지로 승부를 봤다면 관리를 통해 건강하게 자란 돼지로, 품질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국내서 15만 마리 관리…글로벌 진출이 목표"

KAIST 경영대학 경영공학 석사과정을 마친 빅데이터분석 전문가인 경 대표는 '낙후된 산업은 있어도 낙후된 비즈니스 없다'는 생각으로 1차 산업에 주목해왔다. 축산에 앞서선 '연탄' 아이템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네이버의 D2SF(네이버의 기술 스타트업 투자·지원 프로젝트)의 투자를 받으며 한국데이터산업을 현재까지 이끌어왔다.

경 대표는 "1차 산업은 기존 사업자들 간 시스템이 견고하게 구축돼 있어 스타트업도 없을 뿐더러 육성되기도 힘들다"며 "소개팅 앱을 만들면 옆집 형, 누나에게라도 써보라고 권하겠지만 축산은 그럴수도 없는 만큼 진입장벽이 높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1차 산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산업이 필수재이자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시대는 계속 변하는데 혁신이 없다면 축산업은 이렇게 도태될 수 밖에 없다"며 "전세계에서는 2050년보다 훨씬 빨리 '단백질 위기'가 올 거라고 보고 있는데 농축산물은 필수재인 만큼 한정된 공간에서 질좋은 고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 상호명 후보 중 하나가 '팜스히어로' 였지만 신뢰가 가게끔 결국 '한국축산데이터'로 지었다"며 "'팜스히어로'로 지으면 1세대 농가분들에게 무시당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한국축산데이터 제공)© 뉴스1
경노겸 한국축산데이터 대표.(한국축산데이터 제공)© 뉴스1

2018년도 가축 1만 마리를 관리했던 한국축산데이터는 올해 목표치였던 15만 마리를 달성했다. 국내에서 상시 사육하는 돼지는 1000만 마리인데, 3년 안에는 200만 마리 이상을 관리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는 팜스플랜 시스템을 구축해 국내 다수의 축산농가에 도입할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돼지에 비해 아직 걸음마 수준인 소와 닭 농가로의 영역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최근 비대면 시대를 맞아 농장도 비대면이 필요한 시점이라서 기회가 많을 것 같다"며 "우리나라 농가에 팜스플랜이 잘 스며드는게 목표고, 해외에서는 폭발적인 성장하는게 그 이후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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