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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함부로 내주지않는 부고란에 '북창동 순두부 창업자' 감동 삶

자녀 교육차 LA 이주, 사업가 변신…"K음식을 美문화현상으로"
"코로나 위기 속 직원들에 의료혜택·추가수당" 일화 소개 뭉클

[편집자주]

© 뉴스1

'남편과 자식들이 자는 동안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식당에서 제대로 된 순두부를 만들겠다는 생각에 수많은 밤을 지새웠고, 그렇게 탄생한 음식은 '미국의 문화 현상'이 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자 지면에 '북창동 순두부'(BCD Tofu House) 창업자인 고(故) 이희숙 대표의 부고를 게재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18일 LA의 한 병원에서 난소암으로 사망했다. 향년 61세.

NYT 부고 기사는 신문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만 부고를 쓰고, 통찰력 있는 미문으로 NYT를 대표하는 코너다.

이같은 NYT가 한국 레스토랑 체인점의 창업자 부고 기사를 실은 것은 한국 음식이 미국 문화의 주류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신문은 이 대표의 장남인 에디 이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의과대학 조교수를 인용해 1996년 미 LA 한인타운에서 시작된 '북창동 순두부'를 미 전역 12개 도시에 13개 체인점을 갖춘 식당 체인으로 성장시킨 고인의 삶을 조명했다.

이 교수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순두부에 대해 "비밀은 양념에 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다.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은 비밀이 아닌 게 된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대표는 1959년 6월 서울에서 교사인 부친과 주부였던 모친 사이에서 4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중학교에 다닐 때 부친이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고등학교 졸업 뒤엔 모친을 도우며 일을 해야 했다. 1983년 결혼을 한 뒤 1989년에는 자녀 교육을 위해 LA로 이주했다.

식당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은 1990년대 중반 교회 예배 중 아들들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고, 예배가 끝난 뒤엔 자식들이 건너편 순두부 식당으로 가자고 졸랐던 것이 계기가 됐다.

이 대표는 부친의 이모가 북창동에서 두부 식당을 운영했던 것이 생각나 '북창동 순두부'로 상호를 정하고, 신선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 새벽마다 도매 시장을 찾았다.

이 교수는 "모친이 식탁에 내놓는 것은 무엇이든 완벽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LA타임스는 2008년 "한국 관광객들이 버스를 타고 와 '북창 순두부'에서 사진을 찍는다"고 쓰기도 했다.

이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엔 일시 해고된 직원들에겐 의료혜택을 제공하고, 남은 직원들에겐 추가 수당을 줄 정도로 직원 복지에도 신경을 썼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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