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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지 없는 하늘 위 투어…국내 항공업계, 실현 가능성은?

에어부산, 내달 국내 최초 실시…일반인 대상 상품도 계획
법적 제약 없어 업계도 관심…억눌린 해외여행 수요 겨냥

[편집자주]

에어부산 A321LR 항공기. (에어부산 제공)© 뉴스1<br /><br />
에어부산 A321LR 항공기. (에어부산 제공)©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제선 하늘길이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도착지 없이 출발지로 회항하는 이색 관광상품이 새로운 업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에선 에어부산이 이같은 비행을 최초로 시도한다.

이는 억눌린 해외여행 수요를 겨냥한 전략으로 이미 해외에선 여러 차례 시도된 바 있다. 국내 항공사들도 법적 제약이 없고, 기대 수요가 높아 주목하고 있지만, 최근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엄중한 만큼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다음달 10일부터 항공서비스 계열 학과가 있는 대학교와 함께 현장실습을 목적으로 한 비행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현재 3곳의 대학이 에어부산과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며, 에어부산은 오는 10월까지 해당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첫 운항편에는 에어부산이 최근 도입한 에어버스 A321LR이 투입되며, 김해국제공항을 출발, 남해안 상공을 거쳐 제주 인근까지 비행한 후 다시 김해공항으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약 2시간30분 소요된다. 참가 학생들은 80여명으로 기내 거리두리를 적용해 착석하며, 캐빈승무원과 함께 기내 이·착륙 준비, 기내 방송, 각종 승객서비스 등을 기존 항공편과 동일하게 수행할 예정이다.

이미 일부 글로벌 항공사들은 이같은 비행 체험 상품을 판매해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일본 ANA항공은 매년 1월1일 일출비행을 기획해 후지산 인근을 한바퀴 도는 상품을 내놓고 있는데 출시 즉시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또 호주 콴타스 항공도 착륙 없이 남극 상공을 비행하는 상품을 100만원가량에 판매하기도 했다.

대만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사태로 국제선 하늘길이 대거 막히자 적극적으로 비행 체험을 기획, 판매에 나섰다. 중화항공은 항공기 콕핏(조종칸) 투어 및 2시간 가량의 대만상공 선회 프로그램을 선뵀으며, 에바항공은 타이베이 타오위안 공항을 출발해 일본 류쿠 상공을 선회한 뒤 돌아오는 비행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스타럭스도 타오위안 공항을 출발, 해안가의 유명 섬 등 관광지를 둘러본 뒤 돌아오는 3시간짜리 비행상품을 내놨다.

에어부산 캐빈승무원© News1<br /><br />
에어부산 캐빈승무원© News1



이같은 이색 상품은 코로나19로 전 세계 항공업계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성공한 아이디어 상품으로 꼽힌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해외여행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고객들의 수요를 잘 활용했다는 평가다.

에어부산 역시 향후 국내 일반 승객을 위한 프로그램도 실시할 예정이다. 국내 동해 상공 또는 에어부산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 대만 등 근거리 국제선 노선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선의 경우 기내 면세품 판매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다른 국내 항공사들도 해당 상품을 내놓는데 관심을 갖고 국토교통부 등에 관련 문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업법상 한 지점을 이륙해 중간에 착륙하지 않고 정해진 노선을 비행한 뒤 출발지로 돌아오는 비행은 관광비행으로 분류돼 법 위반사항이 아니며, 국내서도 충분히 수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현재 재확산 추세인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에어부산이 일단 항공서비스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도 소규모로 통제가 가능해서다. 국토부도 국제선 등 일반 승객 대상 상품 판매에 대해서는 재확산 위기가 진정된 이후 실시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 입장에선 상품 구성과 그에 따른 가격책정도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특별한 상품 구성 없이 일반 국제선 운임을 기반으로 한 가격이 책정될 경우 오히려 고객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비행 체험 상품은 단발적 성격이 커서 실질적으로 경영환경 개선에 도움을 줄지는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로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항공업황을 개선하는 데에는 분명 긍정적 영향이 있어 항공사들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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