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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흔적 쫓다보니 어느새 제주의 매력에 '흠뻑'②

'비운의 화가' 이중섭 작품에 온기를 넣은 제주도
우리나라 최초 시립미술관 '기당미술관'에도 예술가의 흔적 물씬

[편집자주]

서귀포시에 있는 이중섭 거주지.© 뉴스1 이기림 기자
서귀포시에 있는 이중섭 거주지.© 뉴스1 이기림 기자
<예술가 흔적 쫓다보니 어느새 제주의 매력에 '흠뻑'①에 이어>

제주도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예술가들의 흔적은 서귀포시에서 특히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내를 중심으로 예술가들이 실제 거주했거나 그들의 작품 등을 모아놓은 문화시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서귀포시에서 가장 대표적인 예술가의 흔적은 '이중섭 거리'다. 이중섭은 한국 근대서양화의 거목으로, 평탄치 않은 생애로 인해 '비운의 화가'로 불린다. 그는 소 그림과 함께 벌거벗은 아이의 모습이 담긴 그림으로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이기도 하다.

◇ 제주도의 아름다움 '비운의 화가' 이중섭 작품에 온기를 넣다

이런 이중섭을 기리는 거리가 서귀포에 생긴 이유는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한 이듬해 1월, 이중섭이 가족들과 함께 서귀포로 와 지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중섭과 가족들은 그해 12월, 다시 부산으로 올라가기 전까지 총 11개월 정도를 제주에서 살았다. 

이중섭은 그 당시 모두가 그랬듯 힘든 피난생활을 했다. 그러나 그는 미술에 대한 열망을 저버리지 않았다. 집과 담 사이에 조그만 작업실도 마련해, 그림을 그렸다. 미술계에서는 이중섭이 서귀포 시대에 따뜻하고 해학적이며 포근한 사랑으로 표현되는 그림을 그렸다고 평한다. 이를 느낄 수 있는 작업으로 '서귀포의 환상' '바닷가의 아이들'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이 있다.

서귀포시는 이런 이중섭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97년 이중섭거리(360m)를 선포했다. 또한 이중섭이 살던 거주지를 매입해 복원했다. 이중섭거주지 뒷편에는 이중섭미술관도 세웠다. 전쟁이 벌어지던 때, 겨우 4.6㎡(1.4평) 정도의 아주 작은 방 한 칸에 지낸 이중섭과 가족들이지만 서귀포의 아름다운 자연은 그의 작업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복원되고 새로 세워진 미술관을 통해 이중섭의 예술혼을 느낄 수 있다.

기당미술관 외관(위)과 내부.© 뉴스1 이기림 기자
기당미술관 외관(위)과 내부.© 뉴스1 이기림 기자
◇ 전국 최초로 운영된 시립미술관 '기당미술관'…제주의 삶을 미술관에 가져오다

서귀포 출신의 재일동포 사업가 기당 강구범은 단신으로 일본에 건너가 맨손으로 성공역사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고향을 잊지 않았다. 1985년 제주를 방문해 외사촌 지간이었던 우성 변시지 화백을 만나 미술관을 세우기로 한 것. 1986년 시민 성금 3100여만원과, 기당의 기부금 3억2000만원으로 미술관 건립에 들어갔고, 1987년 7월1일 우리나라 최초의 시립미술관으로 개관했다.

미술관은 제주,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설계됐다. 김홍식 건축가는 제주도 전통 농가의 놀(묶은 곡식을 쌓아놓은 더미)을 형상화한 나선형의 지붕과 동선으로 미술관을 설계했다. 또한 우리나라 전통 가옥을 연상케하는 서까래 천장,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게 설계된 창 등이 눈길을 끄는 모습이다.

특히 기당미술관에는 불과 23세의 나이에 일본에서 '광풍회전' 최고상을 수상한 '폭풍의 화가' 변시지의 삶도 묻어난다. 변시지는 1926년 제주도에서 태어나 일본 유학을 갔다. 1975년부터는 제주도로 돌아와 작품활동을 했고, 기당미술관 명예관장으로 재직하면서 미술관 건립과 발전에 막중한 역할을 했다. 

변시지의 작업은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일명 '제주화'라고 일컬어지는 화풍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제주의 풍광이 황토빛으로 그려진 그림이 변시지 작품의 특징인데, 서정적인 느낌이 난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서정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도 드러낸다. 또한 기당미술관에는 제주도뿐만 아니라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작가들의 작품도 많이 소장하고 있고, 다양한 전시회도 계속 열고 있다. 기당 강구범의 친형이자 서예가인 수암 강용범 선생의 유작을 전시하는 전시실도 있다.

이외에도 이중섭거리 인근에 있는 서귀포관광극장, 소암기념관, 왈종미술관 등도 좋은 볼거리다. 서귀포관광극장은 1963년 영화관으로 문을 연 곳으로, 당시 서귀포 문화를 이끌던 중심지였다. 1999년 문을 닫았지만, 2015년 시설 보완 이후 다시 문을 열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소암기념관은 20세기 한국 서예의 거장 '소암 현중화 선생'의 삶과 예술을 조명하기 위해 2008년 개관한 기념관이다. 소암은 서귀포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로, 기념관에는 그의 서예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또한 소암이 실재 기거하던 공간과 가족이 생활하던 곳도 그대로 보존돼 있다. 

왈종미술관은 이왈종 작가의 작품을 담은 곳이다. 이왈종은 1945년 경기 화성 출생으로 평생을 육지에서 살았지만, 1990년 서귀포로 내려가 작품에 전념하는 작가다. 특히 제주도의 자연 풍광과 일상의 희로애락을 특유의 해학과 정감 어린 색채로 표현하는 특징으로 제주도를 대표하는 작가가 됐다. 미술관 건물은 조선백자에서 모티브를 삼아 설계됐다. 이왈종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실 등이 마련됐다. 

이같은 서귀포의 미술관 등은 '작가의 산책길'이라는 이름의 관광코스로 유명하다. 이중섭미술관을 중심으로 서쪽엔 기당미술관과 칠십리시공원, 동쪽으론 소암기념관과 서복전시관, 정방폭포를 연결하는 4.9km의 산책길이다. 주말에는 사전예약을 통해 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산책길을 이용할 수도 있다. 예술가들의 흔적과, 제주도의 아름다움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제주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제주도 공식 관광정보 사이트 비짓제주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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