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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넘어 받은 초등 졸업장 '뿌듯'…수학 때문에 애 좀 먹었죠"

서울시교육청 올해 두 번째 검정고시 합격자 발표
평균 합격률 83.5%…최고령 합격자는 초졸 공신식씨

[편집자주]

'2020년도 제1회 초·중·고졸 검정고시'가 실시된 지난 5월23일 서울 용산구 선린중학교 고사장에서 한 응시생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2020년도 제1회 초·중·고졸 검정고시'가 실시된 지난 5월23일 서울 용산구 선린중학교 고사장에서 한 응시생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자식 둘 다 대학 보내고 잘 키웠는데 나는 마음이 갈수록 허전했어요. 인생을 잘 못 산 것 같고. 이 나이 먹고 초등학교 졸업장 받은 게 쓸모가 있겠냐만은 해냈다는 뿌듯함이 말도 못 합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공신식씨(80·여)는 10일 뉴스1과 통화에서 팔순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심경을 묻자 "배움이 없어 서러웠던 지난날이 다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공씨는 올해 서울시교육청의 제2회 초·중·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의 최고령 합격자다. 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오랫동안 속만 끓였다고 했다. 자식들의 응원에 힘입어 올해부터 집에서 독학을 시작했고 초졸 검정고시 합격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공씨는 "여든 넘어서 혼자 공부한 것이라 합격은 기대도 안했는데 붙었다고 하니 기쁘고 고맙다"며 "다른 과목은 할 만했는데 수학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워서 애 좀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허전함 때문에 시작한 공부였고 나중의 목표 같은 건 생각도 안했는데 막상 초등학교를 떼고 나니 욕심이 생긴다"며 "더 공부해서 중학교 검정고시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치러진 제2회 검정고시에는 공씨를 포함해 총 5006명이 응시해 4181명이 합격했다. 합격률은 초졸 검정고시가 94.2%로 가장 높았고 중졸 86.4%, 고졸 81.9%로 집계됐다. 전체 평균 합격률은 83.5%를 기록했다. 

중졸 최고령 합격자는 우복순씨(79·여), 고졸 최고령 합격자는 홍현경씨(79·여)다. 최연소 합격자는 각각 초졸 유모양(12), 중졸 안우상군(12), 고졸 백모양(13)이다.  

뇌병변 1급 장애인인 안홍경씨(60)는 '찾아가는 검정고시' 서비스를 이용해 본인이 다니는 송파구 문정동성당에서 중졸 시험에 응시했으나 아쉽게 불합격했다. 문씨는 다음 검정고시에서 재도전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합격증서 수여식은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신청자에 한해 우편으로 합격증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합격증명서는 서울시교육청 홈에듀민원서비스 사이트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초·중·고등학교 행정실이나 각 교육지원청 민원실을 통해서도 발급이 가능하다. 

서울 용산구 용산공업고등학교에 마련된 2020년도 제2회 초·중·고졸 검정고시 원서교부 및 접수장에서 지난 7월13일 한 응시자가 고사장 약도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 용산구 용산공업고등학교에 마련된 2020년도 제2회 초·중·고졸 검정고시 원서교부 및 접수장에서 지난 7월13일 한 응시자가 고사장 약도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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