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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준의 교통돋보기]서울대입구역이 서울대 '한참' 역이라고요?

서울대입구역서 진짜 입구까지 1.8㎞…도보로 27분 걸려

[편집자주]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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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살다 신촌에 있는 모 대학에 입학한 A군. 소개받은 B녀를 만나러 약속장소인 서울대 정문을 항해 가는 길입니다. 약속시간은 오후 1시. 2호선 신촌역에서 도착시간을 따져보니 12시50분께 서울대입구역에 도착한다네요. 여유 있겠다 싶어서 2호선을 내립니다. 그리고 입구를 찾아 걸어가는데 정문은 보이지도 않고, 땀이 흐릅니다.

◇소개팅 불발시킨 서울대입구역 27분 걸어야 '진짜' 정문 

서울대입구역에 얽힌 지인(?)의 일화입니다. 지도로 검색을 해보니 서울대입구역에서 실제 정문까지 거리는 1.8㎞네요. 도보로는 27분 거리입니다. 친구 B군의 대학 첫 소개팅을 불발로 만든 야속한 지하철역 이름, 이런 역명은 어떻게 지어질까요?

서울시와 지하철공사 등에 따르면 지하철역 이름을 붙일 때는 현재 이용객들이 역 근처 위치를 잘 알 수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지하철역 이름 옆에 근처에 있는 큰 기관의 이름을 같이 쓰기도 합니다. 또 그 지역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답니다. '서울대입구'역이란 이름도 아마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러다 보니 특히 인근지역의 대학이름을 붙인 역은 종종 원망(?)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서울대입구역은 서울대 '한참' 역, 홍대입구역은 홍대는 '언덕위에' 역, 인천대입구역은 인천대랑 '상관없는' 역, 중앙대입구역은 중앙대 '안보임' 역이란 별칭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죠. 거의 유일한 예외로는 교내에 2호선역을 둔 한양대 정도랄까요.

(SC제일은행 제공) © 뉴스1

◇2017년부터 역명병기제도 시행…종각역(SC제일은행)

그 지역의 역사, 문화 등을 반영한 이름을 공모하거나 반영하기도 합니다. 조선 시대 제례에서 비롯된 제기동역과 동묘앞역을 비롯해 한강나루를 중심으로 소금 창고가 있던 염창역, 큰 창고가 있던 광흥창역, 잠실나루역, 노량진역, 광나루역도 역사적 배경에 기인합니다. 국방과 관련한 역 이름엔 낙성대역(강감찬 장군), 충무로역(이순신 장군), 을지로입구역(을지문덕), 화랑대역(육군사관학교)이 있습니다.

2017년부터 도입한 '역명병기' 제도는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도입된 방식입니다. 기존 역명 옆에 특정건물이나 기관을 같이 적는 방식인데요.

이를테면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은 'SC제일은행'이 병기돼 있습니다. SC제일은행은 2017년 6월 서울교통공사에서 발주한 역명 병기 입찰계약에 참여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고 최근 3년 연장을 한 상태입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많은 시민에게 자연스럽게 브랜드 홍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체 입장에선 활용도가 높고, 운영사 입장에선 수익개선에 큰 도움을 주죠.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비싼 역명병기 계약금은 3억8100만원으로, 을지로입구역에 병기를 희망한 IBK기업은행이 부담한 금액입니다.

지하철역은 이미 우리 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대중교통 수단입니다. 그만큼 매일 찾아보는 역명도 긍정적이고 깊은 뜻이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여기에 서울대입구역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역명이 시민의 편의에 더욱 더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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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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