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6위 싸움의 최종 승자는 광주였다. 광주가 성남을 2-0으로 꺾고 파이널A그룹을 확정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역대급 6위 싸움이라는 표현은 괜한 게 아니었다. 정규라운드 최종전 종료 휘슬이 울리는 1분 1초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는데, 결국 '승격팀' 광주FC가 파이널 A그룹으로 향하는 마지막 티켓의 주인공이 됐다.

박진섭 감독이 이끄는 광주가 20일 오후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정규라운드 최종 22라운드에서 2-0으로 승리했다.

6승7무9패 승점 25점이 된 광주는 이날 대구와 비긴 FC서울(7승4무11패)과 승점 동률을 이뤘으나 다득점(광주 28골 / 서울 19골)에서 크게 앞서며 6위를 차지, A그룹에서 파이널 라운드를 치르게 됐다. 잔류가 목표였던 승격팀 광주가 놀라운 반전 드라마를 썼다.

이날 전까지 승점 22점을 기록 중이던 8위 광주는 자력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강원과 서울이 21라운드 기준 승점 24점이었기에, 무조건 성남을 꺾은 뒤 두 팀이 미끄러지기를 바라야했다. 일단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했다.

광주와 마찬가지로 승리한다면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성남을 맞아 원정팀 광주는 전반 18분 펠리페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고 이어 후반 28분 두현석의 추가골로 2-0으로 승리했다. 이제 타구장 결과가 중요했는데, 하늘이 많이 도왔다.

21라운드까지 6위였던 강원은 홈에서 수원삼성에 1-2로 역전패했다. 강원과 같은 승점으로 7위였던 FC서울은 역시 안방에서 대구FC와 0-0으로 비겼다. 결국 승리의 여신의 선택은 광주였다.

광주는 서울을 다득점 비교에서 따돌리고 최종 6위를 차지, 당당히 그룹A행의 마지막 주인공이 됐다. 광주는 창단 후 첫 A그룹 진출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2년 연속 파이널A 진출을 노리던 강원도, 시즌 초반의 각종 악재를 딛고 유종의 미를 꿈꾸던 FC서울도 자신들의 뒷심 부족으로 고개를 숙였다.

2년 연속 A그룹을 노렸던 강원은 수원에 1-2로 역전패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강릉으로 수원을 불러들인 강원은 시작부터 꽤나 고전했다. 박건하 감독 부임 후 첫승을 위해서도, 최하위 인천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수원은 전반 내내 맹공을 펼쳤다. 하지만 강원 골키퍼 이광연이 3~4차례 슈퍼 세이브를 펼치면서 팀을 지탱했다.

후반 초반 균형이 깨졌는데, 수원이 아닌 강원의 득점이 나왔다. 강원은 후반 7분 오른쪽 측면에서 잡은 코너킥 기회에서 채광훈의 킥을 문전에서 김지현이 돌고래처럼 솟구쳐 올라 헤딩으로 연결,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최종 판정은 민상기 자책골이었으나 김지현의 슈팅이 좋았다. 

이전까지 변변한 슈팅조차 없던 강원으로서는 흥이 날 상황이었다. 수원은 맥이 빠질 흐름이었는데 베테랑 염기훈이 살렸다.

염기훈은 후반 32분 코너킥 상황에서 고승범의 헤딩 동점골을 어시스트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리고 4분 뒤 프리킥 상황에서도 다시 날카로운 왼발 킥으로 한석종의 역전골을 도와 강원 선수들을 한숨짓게 했다.

5승6무11패 승점 21점이 된 11위 수원은 이날 울산에 패한 인천(4승6무12패)와의 격차를 3점으로 벌렸고 동시에 역시 전북에게 진 10위 부산(4승9무9패)과의 승점차를 지웠다. 아쉬움으로 따지면 FC서울이 못지 않다.

FC서울도 웃지 못했다. 1골을 뽑아내지 못해 그룹B에서 가을을 보내게 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상암벌에서 대구FC를 상대한 서울은 수많은 찬스를 잡았으나 박주영의 슈팅 2번이 골대를 때리는 등 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결국 0-0 무승부에 그쳤다. 1골만 넣었다면 따뜻한 가을이 가능했으나 끝까지 세리머니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지난 21라운드 인천 원정에서의 패배가 발목을 잡았다. 당시 서울은 경기를 지배했으나 후반 18분 기성용이 예기치 않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면서 흔들렸고 결국 송시우에게 결승골을 내줘 0-1로 패했다. 결과적으로 그때 무승부만 거뒀어도 파이널A그룹에 갈 수 있었으니 두고두고 한이 될 결과다.

서울이 최종 7위에 그치면서 파이널B그룹에서 수원과의 '슈퍼매치'가 펼쳐지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게 됐다.

선두권 팀들은 나란히 승점을 챙겼다. 울산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던 인천과의 원정경기에서 1-0으로 승리, 15승5무2패 승점 50점 고지에 오른 채 정규라운드를 1위로 마무리했다. 주니오가 시즌 24호 득점을 성공시켰다.

2위 전북현대는 안방에서 조규성과 구스타보의 연속골을 묶어 2-0으로 승리했다. 15승3무4패 승점 48점이 된 전북은 선두 울산과의 격차를 2점으로 유지했다.

스틸야드에서 펼쳐진 포항스틸러스와 상주상무의 경기는 화끈한 난타전이었는데, 홈팀 포항이 후반 추가시간 팔로세비치의 '해트트릭 극장골'로 4-3 짜릿한 승리를 챙겼다.

두 팀은 나란히 11승5무6패로 승점(38)이 같아졌는데, 포항이 다득점(41)에서 상주(29)에 앞서 3위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