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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이일병의 요트는 지금 어디까지 갔나?

[편집자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외교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해외여행 취소를 권고하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3일 미국행에 올라 논란을 빚고 있다./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외교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해외여행 취소를 권고하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3일 미국행에 올라 논란을 빚고 있다./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남편의 요트구입 해외여행을 두고 후폭풍이 여전하다. 이일병 연세대학교 명예교수가 요트 여행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정치인과 네티즌들은 이 교수를 넘어 강 장관, 문재인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민에게는 부모 성묘도 가지 말라고 하는 상황에서 외교부 장관의 부군이 호화 여행을 가는 것을 개인적 문제라고 넘기면 결국 특권과 반칙의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며 강 장관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국민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며 자신들은 이율배반적인 내로남불을 일삼는 문재인 정부의 고급스러운 민낯"이라고 비판했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가족도 설득하지 못하고 국민 정서도 파악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외교부 장관 노릇을 하겠냐"며 사퇴를 촉구하는 발언이 나왔다.

결국 강 장관은 이 교수의 미국 여행에 대해 지난 4일에 이어 7일에도 "매우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퇴직한 이 교수의 생애 마지막 꿈이라는 '요트 여행'은 '호화 여행'이라는 꼬리표가 달렸지만, 정작 이 교수는 위법한 일을 저지르지도 않았고 강 장관의 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하지도 않았다. 이 교수가 방역 수칙을 어겼다는 증거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이 교수는 고위 공직자의 남편이기 때문에 처신을 잘했어야 했다며 정치권과 네티즌 비판의 중심에 섰다.

더불어 남편을 향한 비판까지 강 장관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가족의 해외여행을 만류하지 못한 이유는 '부부의 생각' 차이가 아니라 강 장관의 능력과 자질 부족으로 둔갑했다.

개인의 행동은 장관인 부인이 충분히 통제할 수 있어야 바람직하고 고위 공직자의 가족은 사적인 생활도 제한받아야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는 이 교수의 출국에 대해 "개인의 사생활인데, 굳이 이런 것까지 따져야 하나"며 "저는 이 사회가 '자유주의'의 가치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너무 약하다고 느낀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도 해외로 여행을 간다는 사실이 '국민 정서'에 어긋날 수 있다. 표가 중요한 정치인들도 쉽사리 이 교수의 입장을 옹호해주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강 장관의 배우자 논란에 대해 국민의 눈으로 볼 때,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고위공직자의 가족이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평가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국민 정서라는 이유 외에는 고위 공직자의 가족이 왜 자유를 제약받아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했다.

장관의 남편도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만 할까. 또한, 실천하지 않았다고 해서 배우자인 강 장관까지 비난할 수 있을까.

고(故) 설리가 1년 전 사회로부터 '관종'(관심종자·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낙인찍히고 수많은 악플에 괴로워했을 때, 샘 오취리가 블랙페이스(흑인 분장)를 비판했다가 방송계에서 퇴출당하는 모습을 봤을 때, 어쩌면 우리는 국민 정서라는 개념이 모호하고 기준도 없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을지 모른다.

위법한 행위를 저지르지 않은 한 개인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과도한 비판을 받을 때, 국민 정서를 거스르더라도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주는 것 역시 정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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