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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BTS까지 생트집…고립의 길 걷는 중국

외신 "편협한 민족주의"…기업들 '사드 악몽' 재현 우려

[편집자주]

BTS(방탄TV 유튜브 캡처)@뉴스1
BTS(방탄TV 유튜브 캡처)@뉴스1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중국에서 때 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한국전쟁 70주년을 언급하며 '한미가 함께 고난의 역사를 겪었다'고 말했다는 이유에서다.

BTS는 지난 7일 미국의 한미친선협회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는 '밴플리트상'을 수상했다. BTS는 수상 소감 중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며 "우리는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밴플리트상은 한미관계에 크게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한미 친선 공로로 수상하는 자리에서 한국전쟁 70주년과 한미동맹을 언급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발언을 두고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 전쟁 당시 중국 군인들의 희생을 무시하는 것이며, 국가존엄을 깎아내리는 발언"이라고 반발했다. BTS 공식 웨이보 계정에는 무차별 욕설 테러도 이어졌다고 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유명 글로벌 아이돌 BTS의 정치적 발언에 중국 네티즌이 분노하고 있다"는 기사를 홈페이지 메인 기사로 띄우며 성난 여론을 부채질했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미중갈등 국면에서 중국이 '항미원조 정신(미국에 맞서 조선을 도움)'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도 맞물린다. 특히 오는 10월25일은 중국이 압록강을 건너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항미원조 기념일'이기도 하다.

중국의 몽니는 우리에겐 사드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2016년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경제보복은 우리 기업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이 때문인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빠르게 움직였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휠라 등 글로벌 브랜드들은 중국 현지 채널에 게재한 BTS 광고와 관련 제품을 즉각 내렸다.

외신들은 일제히 악의없는 발언에 대해 중국 누리꾼들이 무차별 공격을 퍼붓고 있다며 BTS를 옹호하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편협한 민족주의에 중국에 진출한 브랜드가 희생됐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중국의 민족주의는 내부 결속에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국제사회에선 중국에 대한 반감만 키우며 고립되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6일(현지시간)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한국·독일 등 14개 주요 국가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73%로, 긍정적 평가(24%)를 압도했다. 한국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75%로 전년비 12%p 높아졌다.

특히 한중이 지난 2017년 이후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오던 단계였음을 고려하면 중국의 이 같은 태도는 더욱 아쉽다. 외교가에서는 시진핑 중국 주석 방한을 계기로 한중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한한령 해제와 함께 양국 관계가 정상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하고 우호를 도모하는 것은 우리가 함께 추구해야 할 일"이라고 논평했다. 이번 'BTS 때리기'에서 드러난 중국의 편협한 민족주의는 한중 간 우호 도모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중국 스스로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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