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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조작 고문 없었다" 위증 안기부 수사관…2심도 실형

2심도 징역 1년6월…"속죄기회 스스로 걷어차"

[편집자주]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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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 당시 간첩으로 몰려 기소된 고(故) 심진구씨 재심에서 고문은 없었다고 위증한 옛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현 국정원) 수사관이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2부(부장판사 유석동 이관형 최병률)는 21일 위증 혐의로 기소된 옛 안기부 수사관 구모씨(76)에게 1심과 같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2심에서 자백하고 있으나 위증을 한 사건은 2013년 7월에 이미 확정돼, 이를 형에 감경 또는 면제 사유로 삼을 수 없다"며 "1심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자신이 저지른 가혹행위 등 반인륜 범죄에 대해 이미 공소시효 완성으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은 바 있기 떄문에 형사처벌에 두려움 없이 진실을 밝히고 속죄를 구할 기회가 있었다"며 "그런데도 그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버렸고, 심씨가 2014년 11월 사망해 속죄를 받을 길이 영원히 사라져버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시 특수한 시대적 상황을 언급하며 선처를 바라고 있으나, 위증을 한 2012년 4월 당시에는 특수한 시대적 상황도 아니었다"며 "심씨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피고인이 고령이고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은 1심 과정에서 모두 현출됐다. 양형기준에 별다른 사정변경을 찾아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민족해방노동자당 사건 당시 안기부 수사관이던 구씨는 2012년 4월 심씨 재심사건에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해, 심씨가 영장없이 연행돼 안기부에서 고문당한 것을 알고도 고문한 사실이 없다고 위증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 구로구에서 노동운동을 한 심씨는 주사파 운동권 대부로 '강철서신'을 쓴 김영환씨와 가까이 지낸 사실이 드러나 1986년 12월 영장 없이 안기부로 연행된 뒤 37일 동안 구금돼 조사를 받았다.

당시 구씨를 포함한 수사관들은 심씨의 자백을 받아내려 폭행하거나 잠을 못 자게 하는 가혹행위를 했다. 심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1987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심씨는 1999년 월간지 '말'에 당시의 가혹행위를 폭로하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를 거쳐 2012년 재심 끝에 무죄를 확정받고 2014년 별세했다.

안기부 수사관들이 심씨에게 한 고문 등은 공소시효가 완성돼 처벌이 불가능했다. 심씨의 딸은 구씨의 위증죄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전인 2019년 3월 구씨를 위증죄로 고소했다.

1심은 구씨는 가혹행위를 저지른 뒤 무려 34년간 자신의 범죄에 대해 심씨와 가족에게 사과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진술을 수시로 바꾸며 법의 심판을 피하려 했다"며 "오히려 심씨와 그 배우자 진술이 허위라고 적극 주장하며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어 구씨가 고령에 인지장애와 지병이 있음에도 실형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1심은 "구씨가 심씨에게 저지른 가혹행위는 공소시효 완성으로 더는 처벌할 수 없게 됐다"면서 "구씨가 법정에서 '심씨를 고문하지 않았고, 다른 수사관들도 고문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증언한 것은 기억에 반하는 허위 진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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