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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초점] 관람료 인상·신작 OTT行…극장의 위기

[편집자주]

뉴스1 DB © News1 송원영 기자
뉴스1 DB © News1 송원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변수가 극장에 예상보다 더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극장 위기론은 OTT 서비스가 시작되면서부터 예측돼 온 문제였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갑작스럽게 관객들이 감소하며 더욱 빠르게 현실화 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관객수는 이전 해 같은 시기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감소했다. 지난 9월 극장을 찾은 관객수는 298만8684명으로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 가동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최저치를 찍은 수치다. 또한 9월 관객수는 전월 대비 66.2%(585만 명↓)가 감소했고, 전년 동월 대비 79.7%(1174만 명)가 줄었다.

이 같은 극장의 위기는 극장의 관람료 인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먼저 관람료 인상을 발표한 극장은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 중 하나인 CJ CGV다. CGV는 최근 주중(월~목) 오후 1시 이후 일반 2D 영화 관람료는 1만2000원, 주말(금~일)에는 1만3000원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1000원에서 2000원 정도 가격을 올렸다. 이 같은 변화는 코로나19에 따른 실적악화 장기화와 지속적인 임대료 상승 등 막대한 고정비 부담으로 인한 것이다.

CGV의 발표 이후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등 경쟁 극장 체인들은 당장 관람료 인상을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인상 가능성에 대해 배제하지 않는 내용의 답변을 내놨다. 롯데컬처웍스 측은 현재 영화관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 밝히며 "요금인상에 대한 고려를 아예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알렸다. 메가박스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에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해결 방안으로 관련요금체계 변경 외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관람료 인상이 극장이 현재 처한 어려움을 방증한다면, 충무로 기대작들의 OTT행 모색은 극장의 미래 역시 당분간은 밝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콜 스틸 © 뉴스1
'콜 스틸 © 뉴스1
올해 3월 개봉을 준비했었던 배급사 NEW의 영화 '콜'(감독 이충현)은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오는 11월27일 넷플릭스 단독 공개를 확정했다. '콜'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로 박신혜, 전종서가 주연을 맡았다. 이 영화는 코로나19로 개봉을 한 차례 미룬 후 올해 안에 개봉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국 극장 대신 넷플릭스를 택했다.

'콜' 외에도 '신세계' '마녀' 박훈정 감독의 신작 '낙원의 밤'과 240억원대 높은 제작비를 들인 국내 최초 우주 SF 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가 넷플릭스 공개를 염두에 두고 논의 중이다. 또한 앞서 '사냥의 시간'이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 공개를 결정해 코로나19로 인한 흥행 실패의 리스크에서 벗어난 바 있다.  

8월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극장을 찾는 총 관객수는 회복되지 않고 있고, 상업 영화 중에서는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15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담보' 정도가 손익분기점 170만명에 도달할 가능성이 그나마 높은 영화다.

사회 전반적으로 코로나19 재확산의 여파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난 듯한 분위기지만 극장의 관객수는 여전히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의 변수가 큰 상황에서 대작들은 손익분기점 보장이 되지 않는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분위기다. '사냥의 시간'이나 '콜' 이후에도 더 많은 작품들이 OTT 단독 공개를 택하지 않을까 개봉을 앞둔 대작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영화들의 이 같은 넷플릭스 단독 공개 선택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이 없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선택이지만, 장기화 될 경우에는 국내 영화 산업이 넷플릭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영화계 전반의 퇴보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제작사나 투자사 입장에서는 현 시점 극장에서 개봉했을 때 투자비를 회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하는 것 같다"며 "극장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콘텐츠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위기감은 있을 것"이라고 뉴스1에 알렸다. 

이어 "하지만 '영화가 영화로 온전히 평가 받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볼 때, 창작자나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결정일 것"이라며 "모든 영화가 넷플릭스에 의존하면 넷플릭스에 맞는 영화만 나오게 되고, 영화 산업 전체로 볼 때는 퇴보할까 우려스럽다"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이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영화 업계 발전을 위해서는 영화라는 콘텐츠를 잘 표현하고 관객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극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OTT와는 또 다른 극장의 역할이 존재하며 코로나19 시대에 맞는 극장 자체의 발전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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