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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 예산 드는 '한국판 GPS'…'문재인표 우주개발' 꿈의 프로젝트 되나

美서 만든 위성항법 체계 GPS…이상 발생시 대응 수단 전무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KPS' 내년 3월 예타 결과 주목

[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2월 자율주행 자동차 시승행사장인 서울 서초구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신형 수소 자율차량인 넥쏘에 탑승해있다. (청와대 제공) 2018.2.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2월 자율주행 자동차 시승행사장인 서울 서초구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신형 수소 자율차량인 넥쏘에 탑승해있다. (청와대 제공) 2018.2.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언제 어디서나 자세한 길 안내가 가능한 내비게이션은 어떤 기술로 움직이는 걸까. 해답은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에 있다. 모르는 길도 손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내비게이션은 인공위성을 이용해 지상의 위치를 계속적으로 파악하는 GPS를 토대로 작동한다.

그런데 GPS에 장애가 발생한다면? 지금의 우리 기술로는 대응 수단이 전무하다. 너무나 익숙해 GPS를 국내 기술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GPS는 미국에서 만든 위성항법 체계다. 미국의 상황에 따라 유사시에는 GPS를 사용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초정밀 위치·항법·시간 정보를 요구하는 기술 구현을 위해서도 중요성이 커졌다. 

'한국판 GPS' 개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GPS를 대체할 수 있는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Korean Positioning System) 구축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文대통령도 눈여겨보는 KPS…내년 3월 예타 결과 발표

정부는 2005년 국가 위성항법시스템 종합발전 기본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자체 위성항법시스템 구축을 도모해왔다. 2013년 우주개발 중장기계획에 KPS 개발계획을 포함했고 2018년에는 이를 발전시켜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KPS 구축계획을 담았다.

KPS 사업은 올해 9월 예타대상선정평가(구 기술성 평가)를 통과한 뒤 본 예타 신청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총 4조원이 투입될 거대 사업으로 꼽히는 KPS 사업은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에서 내년 3~4월을 전후해 예타 심사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예타 통과 후 국회 등을 거쳐 예산이 명확히 책정되면 2022년부터 KPS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2035년까지는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KPS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최근 미사일 타격의 정밀도를 향상하는 것은 물론 자율주행차의 성능 향상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KPS 사업을 여러 우주개발 사업 중 눈여겨 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달 탐사 계획이 정권 교체로 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판 GPS'가 문재인표 우주개발 사업의 총아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국방부는 올해 8월 발표한 국방중기계획(2021~2025년)에 KPS 사업을 포함했다. 국방부는 "미국의 GPS와 병행 운용이 가능한 한국의 자체적 위성항법체계 사업을 과기정통부와 협력해 추진함으로써 우주작전능력을 본격적으로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스마트폰부터 미사일까지…정확도·안정성 높인다

KPS 구축 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리가 지금 GPS를 통해 이용하고 있는 기능들을 짚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GPS가 우리에게 제공하고 있는 기능들은 'PNT 정보'에 기반한 것이다. PNT 정보란 위치(Positioning), 항법(Navigation), 시각(Timing)을 뜻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 생활에 등장하고 있는 자율주행차와 드론 등이 모두 PNT 정보를 활용한 것이다.

현대사회 필수품인 스마트폰도 PNT 정보의 영향을 받는 기기 중 하나다. 스마트폰 속 시계(시간)는 물론 각종 애플리케이션(앱)은 위치기반 서비스(LBS)를 토대로 운영되며 LBS는 GPS 등을 통해 얻은 위치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허문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항법기술연구실장은 "GPS에 이상이 생기면 매일 쓰던 스마트폰을 쓸 수 없게 되고 인터넷 쇼핑, 주식 거래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물론 전력 분배까지도 멈추게 된다"며 "우리가 GPS를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를 생각하면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이런 면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가안보적으로도 PNT 정보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얼마나 세밀한 PNT 정보가 공급되느냐에 따라 미사일 타격 정밀도 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GPS 또한 운용 초기 미국의 군사용으로만 사용이 가능했다.

지금도 GPS의 군사용과 민간에 무료 개방되는 일반용은 정교함에서 차이가 있다. 일반용의 오차 범위는 수m이지만 군사용의 경우, ㎝급으로 범위를 줄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KPS의 목표는 GPS의 대체뿐만 아니라 GPS와의 상호 보완을 통해 여러 서비스의 정확도와 안정성을 높이자는 데 있다"며 "미국과의 잠정 합의에 따라 KPS 구축 시 기존 스마트폰에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 하면 GPS와 함께 KPS도 수신할 수 있도록 조치해둔 만큼 편리한 상호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KPS 기본구성 및 작동 원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020.11.3/뉴스1
KPS 기본구성 및 작동 원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020.11.3/뉴스1

◇수조원 예산에 외교적으로 예민…조심스럽게 추진

KPS 구축의 중요성은 이같이 명확하지만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인데다 수조원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정부도 조심스럽게 추진하는 모습이다.

KPS 운용을 위해선 정지궤도 위성 3기와 경사지구동기궤도 위성 4기 등 기본 7기의 위성이 필요하다. 그중 정지궤도 위성의 배치는 각국의 통신위성, 관측위성 등이 이미 배치돼 있어 자리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항법시스템 구축은 정보통신기술(ICT) 및 군사안보 주도권에도 영향을 끼치는 만큼 주변국가들의 지지를 얻기 쉽지 않은 사안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이에 우리 주변 국가를 중심으로 한 외교활동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각국의 항법시스템 구축 전쟁은 치열하게 전개 중인 상태다. 항우연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독자적 위성항법시스템을 보유한 곳은 전 지구적 항법위성시스템(GNSS)에 속하는 미국의 GPS(1995년 완성), 러시아의 글로나스(GLONASS·1995), 중국의 베이더우(BeiDou·2020), 유럽의 갈릴레오(Galileo·2025년 완성 예정)가 있다.

나머지 2개는 인도의 나빅(NavIC·2018)과 일본의 준텐초(QZSS·2023년 예정)로 이 시스템들은 지역 항법위성시스템(RNSS)으로 분류된다.

GNSS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것이고 RNSS는 해당 국가 등 지역을 서비스 범위로 한다는 점에서 위성 수나 유지 비용에서도 적잖은 차이가 난다. KPS는 RNSS에 속하고 향후 구축에 성공할 시 우리나라는 독자 항법위성을 보유한 세계 7번째 나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KPS 구축이 얼마나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KPS 사업에 대한 예타 대상 선정평가는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당시 다목적방사광가속기 등의 사업에 밀렸던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자율주행차, 드론 등 KPS를 활용할 수 있는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어 KPS에 대한 경제적 부분은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한 과학계 관계자는 "고품질에 가격경쟁력까지 있는 KPS를 만든다면 아세안(ASEAN) 국가 등 인접국가들을 대상으로 KPS 활용을 추진함으로써 경제적 효과는 물론 외교적 효과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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