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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붕어빵 사줄게"…두번의 옥살이에도 못버린 70대 '그짓'

어린 여자아이 강제추행·유인미수 등 성범죄
1심 징역 1년6개월…검찰 항소, 2심 징역 2년

[편집자주]

한 거리에서 판매되고 있는 붕어빵.2020.11.3/뉴스1 © News1 김근욱 기자
한 거리에서 판매되고 있는 붕어빵.2020.11.3/뉴스1 © News1 김근욱 기자

"할아버지가 돈이 많은데 붕어빵 더 사줄게, 우리 집에 가자 보여줄 게 있다."

2019년 9월18일 부산에 사는 A씨(70)는 부산구치소를 나와 10개월 만에 사회로 돌아왔다. 두번째였다. A씨는 2014년에도 형사처벌을 받아 4년간 실형을 살았다.

범행 유형은 10세에서 12세 어린 여자아이들을 상대로 한 강제추행이나 유인미수, 성희롱 등 아동을 상대로한 성범죄였다.

마지막 출소 이후 4개월이 지나 누범기간이었던 올해 1월14일.

성폭력범죄의 습벽을 버리지 못한 A씨는 부산 사하구 한 마트 앞에서 붕어빵을 사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던 B양(8)을 발견하고 다가갔다.

수법은 고전적이었다. A씨는 B양에게 붕어빵을 사서 건네주며 환심을 사려고 시도했다.

곧장 A씨는 "나 돈 많다, 내가 붕어빵 사줄게 우리 집에 같이 가자. 보여줄게 있다"라며 B양을 자신의 거주지로 강제로 데리고 가려고 했다.

겁먹은 B양이 거절하며 자리를 뜨자 A씨는 B양을 뒤따라가며 "같이 가자"라고 계속해서 말했고 메고 있던 가방을 잡아당기기도 했다.

다행히 당시 이 상황을 목격한 한 시민에 의해 B양이 구조되면서 A씨의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하지만 불과 3일 뒤 A씨는 일을 내고 만다. 이날 오후 구청 앞에서 20대 여직원 C씨에게 길을 물어보는 척하며 다가가 갑자기 엉덩이를 손으로 만진 것이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A씨는 앞선 B양을 상대로 한 붕어빵 미수사건까지 병합재판을 받게 됐다.

A씨는 1심 판결 전까지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양민호 부장판사)는 강제추행과 미성년자 약취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3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길을 안내해 주는 여성을 기습적으로 추행하고 8세 여아를 약취하려다 미수에 그친 것으로 그 경위와 내용에 비추어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며 "강제추행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출소해 누범, 보호관찰 기간 중임에도 4개월만에 이 사건 범행을 각 저질렀다"고 꾸짖었다.

이어 "피해자들은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과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은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면서도 "범행이 다행히 미수에 그친 점과 피고인이 고령이고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는 이유로 항소를 제기했고, 이어진 항소심에서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파기했다.

부산고법 형사2부(오현규 부장판사)는 지난 4일 A씨에 대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형량을 6개월 늘여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유가 뭘까.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경위, 내용, 위험성 등을 볼 때 죄책이 무겁고 죄질이 좋지 않다"며 "특히 미성년자약취미수 범행은 피해자의 거부와 주변에 있던 목격자의 신고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태도를 버리지 못해 진지한 반성의 빛이 부족하다"며 "피해자는 심한 성적 수치심과 함께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이고 미성년자약취미수 범행의 경우 피해자 뿐만 아니라 그 보호자까지 일상생활의 평온이 크게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합의하거나 용서받지 못해 피해자들이 엄벌을 원하고 있고 죄질이 더 무거운 미성년자약취미수죄의 법정형과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등을 종합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2심 선고 공판에서 A씨는 판결 이후 "억울합니다. 점심 시간에 잠깐 막걸리 사러 나간 것일 뿐이다"라고 말하며 소란을 피워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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