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 '춘추 IV. 황중통리: 김종훈 도자' 전시에 소개된 김종훈 작품들.© 뉴스1 이기림 기자 |
이런 조선의 찻사발은 당시에나 지금이나 여전히 '명품'으로 대접받는다. 그 중에서도 이도다완이라고 불리는 '정호다완'(井戶茶碗)은 최고로 취급받는다. 정호다완은 막사발과 생김새가 비슷해 같은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실 정호다완은 14~16세기 소량 제작된 귀중품이다.
김종훈 도예가(48)는 바로 이 정호다완을 20여년간 연구하고 제작하며 한국 도예의 맥을 이어온 작가다. 그는 이를 만들기 위해 일본을 수십 차례 방문했다. 일본에 있는 국보 및 보물급 20여점, 개인이 소장한 300여점의 다완을 15년에 걸쳐 실사하고, 내면에 용해했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 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춘추 IV. 황중통리: 김종훈 도자'에는 이런 김 작가의 이해를 통해 그만의 방식으로 작업한 찻사발 75점과 백자대호 6점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장에 있는 찻사발과 백자대호를 보고 있으면 흔히 찻집이나 집에서 볼 수 있는 도자기를 보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자기들이 다른 모습, 다른 색깔을 취하고 있다. 자연의 흙, 도예가의 손길, 가마의 고온 등을 거쳐 나온 자기들은 그 자체로 명품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왼쪽부터 우정우 학고재 실장, 김종훈 도예가.© 뉴스1 이기림 기자 |
김종훈은 그의 찻사발에 대해 "차를 담으면 그 차가 (찻사발에) 스며들어서 켜켜이 쌓인다"며 "차를 마시는 사람이 하는 소묘"라고 말했다. 이어 "차 그릇의 완성은 그들의 이야기가 담기면서 이뤄진다"고 했다.
찻사발은 매끈한 도자기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차를 마실 때마다 흔적이 남고, 그 시간들과 이야기가 쌓여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 된다는 말이다. 김종훈의 이런 생각은 전시장 한편에 갓 만든 사발부터 시간이 흐르면서 색이 변한 사발을 나란히 전시해놓은 것을 통해 쉽게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조선 시대 다완 3점과 달항아리 1점을 함께 전시해 김종훈의 작품과 함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전시는 12월2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