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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 집에 맘대로 가는 남자들…'로맨스 찾다가 쇠고랑 찬다'

전·현 연인 간 '주거 침입' 급증...사소한 일로 치부하기도
전문가 "찾아간 것 자체가 폭력…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 높아"

[편집자주]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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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울면, 전 여자친구도 울면서 보고 싶었다고 말하고…그렇게 다시 로맨스가 이뤄지는 거죠."

얼마전 前 여자친구의 집에 불쑥 찾아가봤다는 20대 직장인 이동길씨(가명)씨의 말이다. 

이씨는 올해 8월 동갑내기 여자친구와 3년간의 연애를 끝냈다. 이별 사유는 여느 커플들처럼 '성격 차이'였다. 그런데 3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 어느날 갑자기 이씨는 여자친구가 미치도록 보고 싶어 무작정 그녀가 사는 오피스텔로 향했다.

미리 연락을 하고 찾아갈까 생각했지만 불쑥 찾아가 놀라움을 안겨주면 여자친구가 더 감동받아 나를 다시 받아줄 것 같은 기분 때문이다.
 
이씨는 주저없이 오피스텔의 공동 현관 비밀번호를 눌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한동안 서로의 집을 허물없이 드나들던 관계였기에 비밀번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씨는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녀가 사는 집으로 향했다. 초인종을 누르려는 순간 이씨의 머리속에 '이것도 범죄인가'라는 생각이 스쳤다. 뉴스에서 자신의 집을 찾아온 전 남자친구를 경찰에 신고했다는 기사를 봤던 게 기억이 나서다. 

결국 이씨는 여자친구에게 주려고 준비한 열쇠고리를 우편함에 넣고 오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대신했다.

◇ 전·현 연인간에 '주거 침입' 급증...계단·복도 등 공용공간도 주거침입 대상

하지만 이씨와 달리 '행동'까지 옮긴 이도 적지 않다. 실제 전·현 연인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했다가 형사 처벌을 받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치안전망 2020'에 따르면 지난 2019년 9월 기준 데이트 폭력으로 입건한 사례 중 '주거 침입'은 585건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487건) 대비 20% 늘어난 것이다.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데이트 폭력 범죄 검거 현황'에 따르면 스토킹과 주거침입 등을 포함한 경범죄는 2016년도 841건에서 2019년 1669건으로 3년 사이 약 2배로 증가했다.

판례는 집 안 뿐만 아니라 대문 안이나 심지어 아파트와 빌라의 계단·복도 등 공용공간도 주거침입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최근에도 관련 판결이 잇따랐다. 지난 18일 서울서부지법은 여자친구 집이 있는 빌라 대문을 열고 들어간 30대 남성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해당 판결을 접한 이씨는 "방 안에 들어간 것도 아닌데 주거침입이라는 사실에 놀랐다"며 "나도 저렇게 (범죄자가) 될 수 있었겠구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 전문가 "찾아간 것 자체가 폭력…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 높아"

법조계에서는 전 여자친구의 집에 찾아가는 행위만으로도 처벌 가능성이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오선희 변호사(법무법인 혜명)는 이씨의 사례를 보며 "전 여자친구의 상태나 감정을 자기 기준으로 추측하고 상상해서 물리적으로 접근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며 "집으로 찾아간 것 자체가 폭력이다"고 단언했다.

오 변호사는 "남성이 로맨틱한 마음으로 찾아갔다고 했더라도 여자가 놀라서 신고를 하면 남자는 혼자 배신감을 느끼고 격하게 행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거침입이 강력 범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숙 변호사(법무법인 나우리)는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하더라도 건물 공용 비밀번호를 열고 들어가는 것도 주거침입죄가 성립될 수 있다"며 이씨의 행동 또한 처벌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 변호사는 "헤어진 것에 대한 아쉬움이나 미련이 많은 경우에 그런(찾아가 볼까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면서도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먼저 한 뒤 여자친구가 응해주기를 기다려야지, 일방적으로 집에 들어가는 것은 범죄행위가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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