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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송현동 땅' 합의 직전 입장 바꾼 서울시 행보에 뒷말 무성

'공원화 추진' 강행에 공개 매각 무산 이어 권익위 중재까지
'사회적 비용' 책임론 대두…"살길 찾으려는 것 아니냐" 지적도

[편집자주]

서울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소유의 부지. (뉴스1 DB) 2020.10.8 뉴스1 © News1 원태성 기자
서울 종로구 송현동 대한항공 소유의 부지. (뉴스1 DB) 2020.10.8 뉴스1 © News1 원태성 기자

대한항공의 자구안 중 하나인 '송현동 땅' 매각에 대한 최종 합의가 서울시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로 잠정 연기됐다. 이에 대한항공은 27일 국토교통부에 진정서를 제출하며 서울시를 압박하고 나섰다. 송현동 땅을 둘러싼 대한항공과 서울시의 갈등은 격화될 조짐을 보인다.   

서울시가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재에 따른 매각 합의안 작성 직전 입장을 바꾼 배경은 무엇일까. 이를 놓고 서울시가 '출구전략'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라는 뒷말이 나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3자 매각'과 관련해 권익위가 작성한 합의문에 담긴 매매계약 시점은 내년 4월30일까지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를 특정하지 말자"며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서울시는 대신 '조속한 시일 내에 계약을 체결하도록 노력한다'는 문구로 변경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시가 언급한 '조속한 시일'은 4월30일 이후를 뜻하는 것이라고 대한항공은 판단한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에 대한 공원화 강행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한항공의 공개 매각은 무산됐다. 대한항공의 민원 제기로 권익위의 중재까지 이어지며 물리적인 시간과 사회적 비용이 소요됐다. 서울시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리스크를 줄이려는 나름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권익위 중재에 따라 송현동 땅은 LH가 대한항공의 송현동 땅을 매입하면, 서울시가 이를 시유지와 맞바꾸는 3자 매각 방식으로 정리됐다. 맞교환 대상 부지는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마포구 지역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큰 상황이다. 반대 여론이 악화할 경우 송현동 땅 매각 작업은 지연될 우려도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 내부적으로도 명시된 계약일을 지킬 가능성을 낮게 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의 계약 시점 변경은 결국 매각이 무산될 경우 쏟아질 비난 여론에서 벗어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권익위의 중재안에는 이행청구권에 대한 조항도 명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행보가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 관계자는 "시가 결국 계약 시점을 특정하지 않으려는 것은 의회 등의 반대 여론에 부딪혔기 때문"이라며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계약 시점을 자칫 넘기게 되면 책임을 져야 하므로 미리 빠져나갈 길을 찾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LH와 대체 토지를 교환하려면 절차가 필요하고, 그 절차를 이행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계약날짜를 명시하지 않으면, 합의서에 구속력이 없어진다고 강조한다. 서울시의 행보에 대해 "무책임한 처사"라고 날을 세운 대한항공은 국토부에 진정을 냈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지도 권한을 가진 상급 부처를 통해 압박에 나선 것이다.

대한항공은 진정서에서 "서울시가 권익위 조정에 응해 대한항공이 수용할 수 있는 기간 내에 절차를 이행하도록 지도·권고하고, 만약 이행이 불가능하다면 공원화를 철회하고 민간에 매각할 수 있도록 지도·권고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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