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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초점]① 코로나블루 날린 박신혜vs전종서…안방잡은 女스릴러 영화 '콜'

[편집자주]

'콜' 스틸 컷 © 뉴스1
'콜' 스틸 컷 © 뉴스1
코로나 블루를 날린 반가운 스릴러가 등장했다. 지난달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콜'(감독 이충현)이다. '콜'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로, 단편 '몸값'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충현 감독의 신작이기도 하다.

올해 초부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극장에서는 신작 부재 현상이 장기간 지속돼 왔다. 여름 성수기 시장을 겨냥했던 '살아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반도' 등을 제외하고는 인상적인 신작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배급사들도 신작을 적극적으로 내놓지 않은 탓이다.

당초 '콜'은 올해 초 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개봉 일정이 연기되다 넷플릭스에서의 공개를 택한 케이스다. 배우들의 극한 열연, 기대 이상의 긴장감 넘치는, 장르적 매력 등으로 완성도 높은 스릴러로 호평을 받으면서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반응도 더러 있었으나, 코로나19 재확산세로 접어든 지금 안방에서라도 흥미롭게 만날 수 있는 반가운 작품으로 꼽히게 됐다.

'콜'에서 안방 관객들이 가장 매료됐던 것은 단연 두 배우의 열연이었다. 주연 박신혜도 "여성중심의 영화,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영화라 생각하고 각자 입장에서 (여성들이) 끌고 가는 영화라 생각해 출연했다"고 했을 만큼, 두 여성 배우가 온전히 극을 이끌고 가는 힘에 새삼 놀라게 된다. 한국영화 시장이 특히 스릴러 장르의 흥행과 함께 발전해왔지만 그만큼 여성을 주축으로 하는 스릴러 영화의 시도는 다양성 측면에서 폭이 넓지 않았기에 '콜'의 호평은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대개 한국 여성 스릴러가 여성의 복수의 대상을 만들거나 여성 캐릭터를 사회적 약자 위치에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콜'은 영숙(전종서 분)이라는 강렬한 빌런을 내세우며 노선을 달리한다. 그와 대척점에 있는 서연(박신혜 분) 또한 마냥 당하는 약자 위치에 놓이기 보다 시간이 다른 차원에서 닿을 수 없는 대상을 통해 변화되는 운명을 겪어야 하는 여성으로 세밀하게 묘사된다. 그렇게 설득력 있는 캐릭터가 구축되면 여성 스릴러 영화는 더욱 진보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콜 스틸/넷플릭스 © 뉴스1
콜 스틸/넷플릭스 © 뉴스1
'콜'의 강점은 예측하기 어려운 서사 전개를 바탕으로 두 여성 배우의 감정 변화에 집중하며 관객들을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영화는 서연과 영숙의 '언택트' 구조로 영화의 대부분을 끌고 간다. 전화 한통을 두고 만날 수 없는 상대를 향한 두 여성의 심리가 더욱 드라마틱하게 그려질 수 있는 구조로, 배우들은 대비되는 인물들의 점층적인 감정 변화를 마음껏 펼치게 됐다. 박신혜는 기쁨과 두려움, 죄책감, 분노의 단계를, 전종서는 호의와 집착, 반전, 분노, 광기의 단계를 오가며 폭주한다. 한편의 여성 스릴러를 이끈 두 배우의 활약이 돋보였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가장 주목한 것은 코로나 블루가 잊힐 만큼 새로운 자극을 준, 섬뜩한 여성 빌런으로 등장한 전종서였다. 귀에 꽂히는 날카로운 발성의 욕설 연기부터 천진하면서도 서늘한 표정, 소름돋는 웃음 소리, 젤리를 먹는 장면, 버럭하는 목소리, 기괴한 패션 센스, 성큼성큼 걷는 걸음걸이 등으로 관객들을 쥐락펴락하며 쌓아올린 영숙은 앞으로 국내 여성 스릴러 장르에서 잊힐 수 없는 강렬한 캐릭터다. 이 영화로 전종서는 인상적인 빌런 캐릭터를 남겼고, 박신혜는 그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해준 안정적인 연기 내공으로 영화를 빛냈다. 그렇게 두 배우는 예상 밖 재발견으로 안방을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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