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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기업규제 3법, 주식회사 제도 근간 흔드는 과잉입법"(종합)

상의·전경련·경총·무협, 긴급 입장문…기업 의견 반영 호소
"감사위원 분리선임·다중대표소송제, 경영에 심각한 영향"

[편집자주]

국민의힘 의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 회의실 앞에서 상법, 공수처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News1 성동훈 기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 회의실 앞에서 상법, 공수처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News1 성동훈 기자
경제계는 7일 여당의 '기업 규제 3법' 상임위 단독 의결 움직임과 관련, 기업 활동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경제계의 의견을 반영해 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우리 경제계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상임위 단독 의결 움직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특히 상법은 정치적 법안도 아니고, 기업 경영에 심각한 영향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이렇게까지 처리해야만 하는 것인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상의는 상법상 '감사위원 분리선출' '다중대표소송제',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규제 강화' '전속고발제 폐지' 등에 대해 기업경영에 심각한 영향이 예상되는 만큼 입법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국회에 여러차례 호소한 바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10월 여당의 공정경제TF와 간담회를 갖는 등 여러차례 국회를 찾아 기업규제 3법과 관련해 경제계의 의견을 반영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 바 있다.

상의는 가장 논란이 큰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관련한 '3%룰'과 관련,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정부안은 주식수에 따라 주주권을 배분한다는 주식회사제도의 근간을 훼손하는 과잉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3%룰이란 상장회사가 감사위원회 위원 및 감사를 선임하는 경우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등을 합해 3%의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 경우 각 3%씩 지분을 보유한 외국계 헤지펀드 2곳만 힘을 합쳐도 6%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최대주주보다 주총에서 강한 힘을 갖게 된다.

이와 관련 상의는 "투기펀드 등에게 이사 선임권을 사실상 넘겨줘 기업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감사위원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과제라면 다른 대안을 고민해 달라"면서, "주주자본주의의 기본원칙만은 부디 훼손하지 말아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 우측)이 지난 9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 대표에게 공정경제3법 등 재계의 입장을 전달했다. 2020.9.2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 우측)이 지난 9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 대표에게 공정경제3법 등 재계의 입장을 전달했다. 2020.9.2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서는 "정부안은 모회사 주주의 소송적격요건을 지분율 50% 이상으로 정하고 있어, 주주간 이해상충 가능성 등의 문제가 있다"며 "지분율 요건을 대폭 상향해 달라"고 요구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현재 정부와 여당이 개정하는 데로 상법이 개정될 경우 헤지펀드가 상장사 주식을 1%만 보유하고 있어도, 해당 상장사가 지분 50%를 초과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 내부거래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이대로 입법되면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에게 경영상 효율성과 보안성, 긴박성에 심각한 핸디캡이 발생한다"며 "기업투명성 제고효과와 선진국 모델이라는 취지에서 정부에서 도입을 권장해 온 지주회사에 대해서만이라도 예외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속고발권제 폐지 추진에 대해서는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과 함께 논의되어야 할 사안인만큼 입법을 유보해 달라"고 촉구했다.

상의는 "우리 경제계는 코로나 경제위기로 어려운 가운데에도 경제의 지속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애쓰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선진화와 공정거래풍토 확립 등 사회적 회복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글로벌 산업판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맡은 바 제 역할을 다할 수 있게 우리 사회와 국회가 도와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 드린다"고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기업규제 3법은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 개입, 남소로 인한 소송비용 증가 등으로 기업 경영환경을 악화시켜 기업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기업이 본연의 경영활동에 매진해 경제위기 극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기업규제 3법을 신중히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비롯한 경총 임원들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등 공정경제 3법 TF 소속 의원들이 지난 10월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정책 간담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20.10.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비롯한 경총 임원들과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등 공정경제 3법 TF 소속 의원들이 지난 10월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정책 간담회'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20.10.1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한국산업연합포럼 등 7개 경제단체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경제계 대안에 귀를 기울여 수용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상법의 감사위원 선임규제는 의결권을 지나치게 제한해 상법상의 법리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위헌의 소지까지 있다"며 "외국계 자본과 경쟁 세력의 이사회 진입으로 기업 핵심정보가 유출되는 등 우리 기업들의 경영체계 근간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총 등은 회사가 추천한 후보에 대해서만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주주별 각 3%로 제한하는 등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서는"상장회사 소수주주권 행사시 보유기간 요건 완화도 외국계 지분과 작전세력의 공격에 대한 중소·중견기업들의 대응 능력을 더욱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원칙적으로 제도 도입을 반대하면서도, 자산 2조원 이상 기업 중 완전모자회사 관계인 경우에 한해 다중대표소송제 허용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공정거래법의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행정적·전문적 절차를 생략하고 사법수사가 개시돼 기업의 형사처벌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내부거래규제 대상 확대는 계열사간 효율적·협력적 거래관계를 사실상 사전적·원천적으로 규제함으로써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주회사 의무지분율 상향 또한, 코로나19 상황에서 자회사 설립 비용 부담을 대폭 증가시켜 투자·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현행 수준을 유지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상법 개정안을 안건조정위에 보내서 논의하기로 했다. 안건조정위에서는 최대 90일간 안건을 논의할 수 있는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안건조정위 구성 후 법안처리를 예정대로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직권상정을 시도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히자, 일단 이를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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