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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여행사의 잇단 해외여행 상품 판매…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1월부터 출발하는 해외여행상품 판매 재개
"포스트 코로나에 알맞는 상품 구성인지 의문"

[편집자주]

참좋은여행의 2021년 해외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희망여행' 기획전
참좋은여행의 2021년 해외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희망여행' 기획전

주요 여행사들이 잇따라 해외여행 상품 판매를 재개했다. 

일부 여행사는 서버가 다운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침체한 여행업계가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영업 정상화 움직임이 자칫 여행사 위주의 '그럴싸한' 판매 마케팅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상품 구성이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 명확한 안전 프로토콜이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여전히 우리나라에선 해외 입국자에 대한 2주간 자가격리 조치가 시행되고 있어 실효성과 관련해 의문도 제기된다.  
 
최근 '백신' 개발 소식에 '트래블 버블' 등에 대한 기대감까지 상승하자, 지난달 참좋은여행에 이어 17일 현재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인터파크 등도 해외여행 상품을 내놓고 사전 판매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선 차후 다수의 해외 패키지 위주 여행사들이 이처럼 영업을 재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여행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여행사들은 하나같이 출발 확정은 질병관리청과 외교부, 국토교통부 등 관련 기관 지침에 따라 진행하며, 취소 시 100% 환불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지난 11월 중순, 참좋은여행이 2021년에 출발하는 동남아·유럽·미주 전 노선 패키지 등 해외여행 상품을 정상 판매하기 시작하자 10분 만에 사이트가 다운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예약금은 단돈 1만원이었다.
  
지역별 예약 가능 출발일은 홍콩 대만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일본 등은 내년 3월1일부터, 동남아 호주 뉴질랜드 괌 사이판 등은 내년 4월1일부터, 중국은 내년 5월1일부터,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은 내년 6월1일부터, 유럽 북미 중남미 아프리카 등은 가장 늦은 7월15일부터다.

 하나투어의 '미리 준비하는 해외여행' 기획전

이달 14일 하나투어는 2021년 해외여행 상품을 출시했다. 상품은 '지금 바로 떠나는 해외여행'과 '미리 준비하는 해외여행'으로 나눴다. '지금 바로 떠나는 해외여행'은 해당 국가에 입국했을 때 그 나라에서는 자가 격리가 필요 없는 몰디브, 터키, 칸쿤, 두바이, 스위스 등을 9일~14일 동안 장기 여행하는 상품으로 내년 1월부터 출발할 수 있다. '미리 준비하는 해외여행'은 사전 예약 상품이다. 2021년에는 해외여행이 정상화되길 바라는 의미로 2021원에 예약하고, 실제 출발 가능 날짜는 5월 이후로 구성했다. 

모두투어도 16일부터 해외여행 상품을 사전 판매했다. 발리, 베트남, 대만, 일본 등 내년 상반기에는 여행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선정해 기획전을 준비했다. 특히 모두투어의 경우 예약금은 받지 않고, 예약한 상품을 내년에 실제 여행하게 될 경우 '축하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축하금은 '즉시 할인' 형태로 지역별로 팀당 최대 10만~50만원까지 지급한다.  

인터파크도 태국 및 헝가리 관광청과 함께 2021년 출발하는 패키지 상품을 예약하면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한창 진행 중이다. 

이번 주요 여행사들의 해외여행 상품 판매 정상화는 업계에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참좋은여행의 경우 영업 재개를 위해 무급휴직 중이던 각 지역별 부서 영업팀장과 차석 30여명을 출근시켜, 필수 인력 50명을 포함해 총 80여명을 복직시켰으며, 추후 약 10명을 추가로 출근시킬 계획이다.

이밖에 다른 여행사들도 여행사들은 판매를 재개한다는 데에 의미를 두고 있다. 당장 수익을 좇기보다 예약 상황을 통해 소비자들의 심리와 트렌드, 수요를 살필 수 있고, 미래의 잠재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차원이 크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해외 입국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 News1 안은나 기자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해외 입국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 News1 안은나 기자

그러나 이번 주요 여행사들의 해외여행 상품 판매 정상화는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장기적인 대안이 없어, 여행객들의 심리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도 나온다.  
  
미국 등 일부 해외 선진국들이 코로나19 백신의 절반 이상을 선점하면서 백신 확보를 둘러싼 국가별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여행사들이 선별한 지역들은 각 국가 간 트래블 버블 상호협정이 예상되는 지역 위주로 구성됐는데, 이와 관련해서 정부는 아직까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실제 '트래블 버블'이 언제, 어느 국가와 이뤄질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더군다나 '안전여행'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하는 이 시기에 판매하는 상품 정보엔 안전과 관련된 규정이나 방역 지침 등이 상세히 명시되지 않았다. 혹시 모를 상황이 발생해도, 책임을 어디에 물을 수 없는 것이다. 

이영근 스마트관광협회 회장은 "위기를 겪는 여행사들의 이번 시도는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 여행객을 위해 고민을 했겠느냐는 의문이 든다"며 "판매하는 여행 상품의 일정표를 보면, 코로나19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랜드마크 위주로 일정을 구성했다면,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거나 인구 밀집도가 적은 여행지들로 코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예약 시 어떤 비행기의 어떤 좌석을 이용할 것이며, 현지에선 식당과 호텔, 이동 수단에 대해 방역 여부도 명확히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란수 한양대 겸임 교수는 "취소 시 환불 100%를 내걸었지만, 그 밖에 안전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인 프로토콜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며 "현지 자가격리 없는 지역을 여행했을 경우라고 할지라도, 귀국 후 우리나라에선 아직까지 자가 격리가 의무인데 과연 상품들이 실효성이 있는 지도 의문"이고 밝혔다. 이어 "출발하는 여행지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다"며 "태국이나 터키처럼 1억원 여행자 보험을 내건 국가나, 입국부터 출국까지 여행객 동선을 관리하는 싱가포르와 같은 지역 등부터 조금 더 심도 있게 고민해 차례대로 여행 상품을 판매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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